[도쿄(일본)=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기아가 내년 상반기 일본시장을 본격 진출한다. 기아는 일본시장에서 PV5를 앞세워 EV 밴(VAN) 등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기아는 29일(현지시각)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내달 9일까지 일본 도쿄 빅 사이트(Tokyo Big Sight)에서 열리는 ‘2025 재팬 모빌리티쇼(2025 Japan Mobility Show)’에서 PV5을 공개했다.
기아는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 비중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EV 밴 등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PBV를 통해 이같은 수요에 적극 대응하다는 전략이다.
기아의 일본시장 진출은 PBV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PV5는 우리나라와 유럽시장에서 출시됐으며, 내년에는 일본을 비롯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판매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PBV 모델을 앞세운 이 같은 전략은 기존 일본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용 플랫폼 기반 EV 기술력과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기반으로 일본사회가 직면한 탄소저감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일본 내 PBV 시장 진입을 위해 작년 일본의 유력 종합상사 소지츠(双日, Sojitz)와 현지 판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소지츠는 자동차 판매 뿐 아니라 에너지, 금속, 화학, 식품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B2B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도전(Sustainablility Challenge)’이라는 비전 아래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기아와 소지츠는 탄소중립 사회를 견인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규 법인 ‘기아 PBV 재팬’을 설립하고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판매-서비스-운영’ 전반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일본시장 진출 첫 해인 2026년엔 딜러 8개와 서비스센터 100개 구축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26년부터 일본에서 본격 판매되는 PV5는 PBV 전용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넓은 실내 공간과 전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일본 고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일본 시장에서 PBV 사업을 점차 확대하며 일본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자리매김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상대 기아 PBV 비즈니스사업부장(부사장)은 “기아의 일본 진출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일본 사회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모습을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현지 파트너십을 활용한 PBV 사업 조기 안정화를 이뤄, 중장기적으로 일본 사회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이자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기아는 이날 미디어 발표회를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공고화했다.
PV5는 선택권이 제한적인 일본의 전동화 상용차 시장에서 탁월한 대안이 될 뿐 아니라 물류 증가, 인력난, 지역 교통 공백 등 사회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PV5는일본 고객들의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차량 구조와 첨단 신기술들이 대거 적용된 점은 돋보인다.
‘플렉서블 바디 시스템(Flexible Body System)’은 차체, 도어, 테일게이트 등 주요 부품을 모듈화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PBV 특화 기술로 필요한 모듈을 퍼즐처럼 조립함으로써 최대 16개의 바디 구성으로 확장할 수 있다.
기아 PV5 (2025 재팬 모빌리티쇼)
PV5는 또 충실한 EV 기본 성능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PV5의 전기차 특화 사양인 V2L(Vehicle-to-Load) 및 V2H(Vehicle-to-Home)을 활용하면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도 응급 전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PV5는 전장 4695mm, 전폭 1895mm를 기반으로 5.5m의 우수한 회전반경을 확보해 일본의 좁은 도로 환경에서도 효율적이고 편리한 운행이 가능하다.
기아는 내년 PV5 패신저와 카고 등 두 모델을 일본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이후 PV5 WAV까지 확대하고, 오는 2027년에는 후속 모델 PV7을 출시하는 등 일본시장 내 판매를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는 복안이다.
기아는 이번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자유자재로’라는 주제로 PV5의 다양한 활용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기아는 편안한 승객 탑승을 위한 PV5 패신저, 넓은 화물 적재 공간을 갖춘 PV5 카고,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성에 집중한 PV5 WAV, 캠핑 콘셉트 모델 ‘PV5 슈필라움 글로우 캐빈(Spielraum Glow Cabin)’ 등 총 4대를 전시하고 용도에 맞춰 공간 최적화가 가능한 PBV 만의 장점을 강조했다.
PV5 패신저는 399mm의 낮은 스텝고와 775mm의 넓은 개방 출입 구조로 모든 연령대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내외 V2L과 같은 차별화된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어 피크닉, 캠핑 등 다양한 야외 활동에도 적합하다.
PV5 카고는 확장된 적재 공간과 다양한 수납 공간을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 고객에게 최적화된 모델이다. 12.9인치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플릿(Fleet) 고객에게 차량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별도 단말기 없이도 차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PV5 WAV는 휠체어 탑승자가 인도에서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차량 측면 승하차 방식을 적용한 모델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 시장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PV5 슈필라움 글로우 캐빈은 기아의 PBV 기술력과 LG전자의 공간 솔루션을 결합한 콘셉트 모델이다. PV5 실내공간에 냉장고, 오븐, 와인셀러 등이 장착돼 야외 활동을 즐기는 고객들에게 편리하면서도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기아는 전시장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기아 브랜드 콘텐츠, 부착형 액세서리 플랫폼 ‘기아 애드기어(AddGear)’,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10가지 지속가능한 소재를 전시하는 등 다양한 볼 거리들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