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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스웨덴이 만든 차분한 프리미엄”..볼보 S90 B5

2025-10-31 14:42
볼보 S90
볼보 S90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시장 반응은 냉정하다. 일반 소비재조차 가격 경쟁력, 품질, 구매 만족도를 모두 갖추지 못하면 선택받기 어렵다. 자동차는 그 압박이 더 크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집 다음으로 비싼 자산이 차량인 만큼, 소비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예쁘고 잘 나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 인지도, 성능, 디자인, 마감 품질, A/S 서비스까지 종합 평가를 거쳐야 한다. 프리미엄 세그먼트라면 그 기준은 더 가혹해진다.

따라서 후발주자가 뛰어들어 입지를 굳히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처럼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상대로 같은 가격대에서 경쟁해야 했다. 그렇기에 S90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핵심은 볼보가 무언가 과장된 ‘한 방’으로 승부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S90은 기교를 최소화한 단정함,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직관적인 실내, 경쟁 차량 중 가장 부드러운 승차감, 차급을 상회하는 실내 거주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직전에 “왜 굳이 독일차여야 하지?”라는 질문을 되뇌이기 시작했다. 볼보 S90은 그렇게 만들어진 차다. “성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플래그십”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볼보 S90
볼보 S90

그중에서도 이번에 시승한 B5 모델은 4기통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가 탑재됐다. 여기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까지 적용돼 최고 출력은 250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7.2초에 불과하며, 복합 기준 공인 연비는 11.5km/l다.

파워트레인의 필링은 전반적으로 매우 부드러운데, 6기통 가솔린 엔진에 준할 정도다. 저회전 영역에서의 반응성도 인상적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에 터보 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힘이 비어 있는 구간이 거의 없다. 일상적인 가감속, 특히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는 상황에도 만족스럽다.

수동 모드로 전환해 엔진 회전수를 끌어올리면 성격이 달라진다. 4000rpm을 넘어서는 순간, 공기를 매섭게 빨아들이는 흡기 사운드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 프리미엄 세단의 성격을 잠시 잊은 듯,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발진 성능도 매력 포인트다.

트랜스미션도 만족스럽다. 기어비가 비교적 촘촘하게 구성돼 있어 실주행 영역에서 사용되는 엔진 회전수가 상당히 낮다. 덕분에 고속 영역에서도 회전수가 과도하게 치솟지 않기 때문에 동력 손실 없이 여유 있게 밀어주는 느낌이 강하다. 변속 속도는 듀얼클러치(DCT) 수준으로 날카롭지는 않지만, 변속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볼보 S90
볼보 S90

엔진음은 다소 거칠지만 절대적인 음량은 크지 않다. 즉, 귀에 피로하게 남는 소음은 억제하면서도, 가속을 요구하는 순간에는 운전자에게 충분한 ‘피드백’으로 전달되는 수준의 질감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댐퍼가 유하게 설정돼 있어, 요철 구간을 빠르게 넘어도 충격이 크지 않다. 일상 주행 속도 범위에서는 단단하게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량들보다 승차감이 만족스럽다.

독일산 경쟁 수입 세단과 직접 비교하면 방향성이 다르다. 노면 질감을 차단해 실내로 들어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을 중점으로 세팅됐다. 편안하고, 조용하고, 가족이 오래 타도 피곤하지 않은 차량이 분명하다.

차량을 세차게 몰아붙여도 좀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가속과 감속, 좌우 하중 이동이 반복될 때는 롤과 피칭이 꽤 크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움직임을 허용한 뒤, 한 번에 정리하고 다시 안정을 되찾는다. 결과적으로는 고속 차선 변경이나 코너 탈출 시 라인을 크게 잃지 않는다. 한마디로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차량이다.

볼보 S90
볼보 S90

전자제어 안전 장비의 개입 성향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독일산 세단들이 운전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트랙션을 살려두는 방향이라면, S90은 그보다 명확하다. 차량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는 구동력을 적극적으로 제어해 버린다. 즉, ‘즐거움의 여지’보다 ‘안정 유지’를 우선하는 셋업이다.

시트의 완성도도 여전히 높았다. 과하게 단단하거나 과하게 푹신하지 않고, 상체와 하체를 적절하게 지지해 주는 절묘한 균형점이 예술이다.

외관은 볼보 최초로 적용된 슬림형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사선 메시 인서트, 그래픽 패턴을 더한 프런트 그릴이 적용됐다. 후면부는 새롭게 디자인된 테일라이트로 전후 조형의 통일감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직선 위주의 면 처리와 낮은 조광 비율을 통해 과장된 스포티함보다는 절제된 인상을 강조한다.

실내는 인간 중심(Human-Centric) 철학에 맞춰 마감 소재와 감성 품질을 전면적으로 끌어올린 구성이 적용됐다.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기반 텍스타일과 우드 데코에 삽입된 앰비언트 라이트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여기에 오레포스(Orrefors) 크리스털 기어 노브와 1410W급 바워스&윌킨스 하이파이 오디오(19스피커)가 적용돼 세련됨까지 더했다.

볼보 S90
볼보 S90

인포테인먼트는 볼보자동차코리아와 티맵 모빌리티가 공동 개발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이 적용됐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세로형 11.2인치 타입인데, 해상도와 반응성이 뛰어나다.

아울러 음악, 통화 등 주행 중 빈도가 높은 정보를 화면 내 우선 배치해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줄이는 구성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국산 수입차 중 최초로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탑재해 유튜브,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SPOTV 등 주요 OTT와 SNS, 음악 스트리밍, 웹툰,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 접근도 가능하다.

S90은 화려함보다 정제된 완성도에 집중한 플래그십 세단이다. 주행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실내는 스웨디시 감성 특유의 차분한 품격이 느껴진다. 과도한 스포티함보다는 일상 주행의 안락함과 정숙성, 볼보의 브랜드 철학이 잘 담겨 있는 차량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안으로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지인 볼보 S90의 국내 판매 가격은 7130만원부터 시작된다.

볼보 S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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