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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 집 막둥이 골프를 소개합니다”..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 가보니

Volkswagen
2025-11-03 14:38
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 2025
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 2025

[김포=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남편이 저보다 골프를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지난 1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김포시 한국타임스항공 앞 도로 갓길.

폭스바겐코리아가 주최한 ‘2025 골프 트레펜 코리아’에 참가하기 위한 차량들이 하나둘씩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다른 한켠도 이미 골프 천지였다. 세월이 다른 차들, 색깔이 다른 차들, 성격이 다른 차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이 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설명은 필요 없었다.

골프 트레펜 코리아란, 폭스바겐코리아가 2023년부터 열고 있는 골프 오너 페스티벌이다. 단순히 차만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카밋(Car Meet)’형식이 아니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놀이 프로그램, 에코백 꾸미기, 먹거리 부스, 공연까지 하루를 꽉 채운다. 올해도 100팀만 초청됐는데, 지원자가 수백 명 몰리며 경쟁률은 수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골프는 폭스바겐 그 자체다. 1974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이 차는 단순히 한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를 넘어서 ‘해치백’이라는 장르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덕분에 골프를 탄다는 말은 곧 취향과 태도까지 포함한 자기소개처럼 받아들여진다. 세대가 바뀌고, 파워트레인이 바뀌고, 자동차 시장의 관심이 SUV로 옮겨간 뒤에도 골프에 대한 충성도만큼은 쉽게 옮겨가지 않았다.

참가자 박 모 씨는 “남편이 골프를 사고 싶다고 매일 노래를 불러서 결국 장만했다”며 “요즘은 퇴근하자마자 저 대신 골프를 데이트 상대로 데려간다. 남편을 차에 뺏긴 기분이다”고 말했다.

2025 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
2025 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

행사장에 100대의 골프가 모두 들어서자 장관이 벌어졌다. 1983년에 출시된 2세대 골프부터 작은 차체에 6기통 3.2리터 엔진을 넣어 250마력을 발휘하는 R32모델까지 등장했다. 행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감탄을 넘어 환호성까지 지를 정도였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도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농구 자유투 게임, 축구 게임, 에코백 꾸미기 같은 가벼운 코너부터 즉석 먹거리까지, 가족 동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시간 보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골프 핫 랩(Golf Hot Lap)’이었다. 간이 짐카나 코스를 얼마나 빠르게 주파하는지 기록을 재는 이벤트다. 참가자들은 현행형 8세대 골프 GTI에 올라탔다. 긴장감 탓에 입술을 깨무는 사람도 있었고,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웃음이 안 멈추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완주 후엔 폴라로이드 사진과 랩타임 기록지를 손에쥐자 웃음이 다들 귓가까지 걸렸다.

아울러 시승 체험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대형 SUV 아틀라스부터 8세대 골프, 플래그십 SUV 투아렉까지 마련됐다. 단순히 ‘소통 공간 마련’에서 끝내지 않고, 현재 판매 중인 차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의도가 돋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베스트 골프’ 시상이었다.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의 차를 무대에 세우고 관리 상태, 튜닝 콘셉트, 차에 얽힌 사연 등을 공개적으로 어필하는 자리다. “행사를 위해 제주도에서 김포까지 골프를 타고 왔다”는 식의 자기소개가 나올 때마다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돌았다. 이건 그냥 ‘예쁜 차 뽐내기’가 아니라, 자기 인생의 일정 구간을 통째로 들고 나오는 시간에 가까웠다.

참가자 최 모 씨는 “박물관에 있어야 할 골프들을 눈앞에서 보니까 그냥 뭉클했다”며 “작년엔 떨어졌는데 올해는 겨우 왔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같은 얘기하고 같은 추억을 나누는 걸 바로 옆에서 듣고 있으니까, 이건 그냥 차 모임이 아니라 정말 취향이 같은 친구들 모임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김포에 모인 건 차만이 아니었다. 각자 다른 세대의 골프, 각자 다른 시간의 추억, 그리고 그걸 함께 알아듣는 사람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에겐 첫 차였고, 누군가에겐 지금도 진행 중인 취미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래서 이 행사는 단순히 ‘골프 오너 모임’이라기보다, 골프라는 한 모델이 한국에서 어떻게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