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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성능차 GR 야리스·GR 코롤라, 로봇 100대가 조립 척척”..토요타 ‘GR 팩토리’ 가보니

Toyota
2025-11-10 13:55
토요타 GR 팩토리
토요타 GR 팩토리

[나고야(일본)=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 TGR)은 토요타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부문을 의미한다. GR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기술과 성능, 그리고 차별적 감성 등 다양한 자동차 기술과 경험들은 토요타·렉서스 브랜드의 양산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처럼 모터스포츠로 쌓은 기술과 역량을 보다 빠르게 적용하고 ‘가슴 뛰는 스릴(와쿠도키)’을 선사하는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GR의 최종 목표다.

가주 레이싱을 통해 모터스포츠에 진심을 드러내는 토요타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모토마치 공장 내 ‘GR 팩토리’에서 스포츠카를 생산한다. 모토마치 공장에선 지난 1959년부터 처음으로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곳 GR 팩토리에서 별도의 스포츠카 전용 공장도 운영되는 셈이다.

GR 팩토리가 위치한 모토마치 공장은 일본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 공장으로, 렉서스 LFA를 비롯해 미라이 수소전기차, 전기차 등 첨단 기술 차량을 만들어온 토요타 제조 철학의 상징적인 거점으로 불린다.

토요타 GR 팩토리
토요타 GR 팩토리

지난달 31일 오후 1시.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고야 모토마치 공장에 입구에 도착하니, ‘가마’를 본뜬 반원형 아치 구조 건물이 먼저 눈에 띈다. 단순한 공장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인 감각이 더해진 모습이다. 공장은 입구에서 부터 내부에 이르기까지 생각 이상으로 깨끗해 대형 병원을 연상시킨다.

GR 팩토리에선 고성능 스포츠카 GR 야리스를 비롯해 GR 코롤라, 렉서스 LBX 모리조 RR 등이 생산된다. 2교대로 하루 생산량은 100대 수준, 월 평균 2000대가 생산된다. 조립 라인에는 100여대의 로봇이 쉴틈없이 움직인다. 근로자는 400명이지만, 2교대로 작업이 진행되는데다, 공정별로 100명 정도가 투입돼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아 보이는 정도다. 근로자 평균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는 수천 개의 부품과 수십 개의 공정을 거친다, 각 단계마다 높은 정밀도와 체계적인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제조 공정은 프레스, 차체 조립, 도장, 의장 조립, 엔진 가공, 최종 검사 등 여섯 단계를 밟는다.

GR 팩토리는 일반 공장과는 사뭇 다르다. 차체 하부 용접이나 서스펜션 장착 등의 공정을 구역별 ‘셀’로 나눠 각 셀을 무인운반차(AGV, Automatic Guided Vehicle)가 연결해 차를 생산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AGV는 자동 유도 운반 시스템이어서 자율주행하는 운반 로봇이다.

토요타 GR 팩토리
토요타 GR 팩토리

AGV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지만, 필요한 경우 멈춰 세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생산 방식을 구현한다. 이 방식은 일반 공장보다 시간과 공정 노력이 더 드는데다 생산량과 비용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고정밀 생산’과 ‘양산’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게 토요타 관계자의 설명이다.

먼저 바디 공정. GR 야리스는 차체 길이가 4m 이하지만, 약 35m의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한다. 일반 야리스 대비 약 15m가 더 증가하는 수치인데, 이는 접착제 적용 범위를 넓혀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강화하기 위한 때문이다. 메인 보디 가조립과 보강용접에서는 스폿 용접 타점을 확대해 차체 결합 강도를 높인다.

이어지는 바디 정밀도 검사에서는 차체 하부의 홀 위치를 소수점 단위(mm)로 정밀 측정한 뒤 데이터를 분석 시스템에 통합해 각 부품의 미세한 공차까지 반영한다. 이를 통해 약 1만가지 조합 중 최적의 조합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적용돼 팩토리가 고집하는 정밀 생산의 핵심 공정을 밟는다.

하부 부품은 보통 중간 단계에서 탑재하지만, GR 팩토리는 조향 및 구동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의 정밀도가 다른 부품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마지막에 조립하는 방식을 취하는 점도 독특하다. 카본 루프 장착, 인스트루먼트 패널 장착에 이어 프론트 윈도우가 설치된다.

토요타 GR 팩토리
토요타 GR 팩토리

일반공장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작업이 멈추지 않지만, GR 팩토리는 AGV가 차량을 이동시키며, 필요한 경우 약 8분 30초간 정지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흔들림 없이 부품을 결합해 조립 정밀도를 극대화 하기 위한 방식이다.

하부 부품 측정은 바디 공정과 동일하게, 홀 위치를 정밀 계측한 뒤 바디 데이터와 조합해 최적의 부품 조합을 선정한다. 하부 탑재 공정은 하부 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먼저 세팅하고, 차체를 위에서 내려 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업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중력이 실린 실제 조건에서 조립 정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공정에서는 브레이크 오일과 냉각수, 엔진오일을 주입한 후, 얼라인먼트 조정과 테스트 코스 평가가 진행된다. 얼라인먼트 조정은 랠리 주행 환경을 가정해 2명이 탑승해 연료가 가득찬 상태의 차량 무게를 인공적으로 재현한다. 일반공장에선 전·후륜을 동시에 조정하는 방식이지만, GR 팩토리는 측정, 후륜 조정, 재측정 등 3단계로 측정하고, 전륜 조정, 최종 확인 등 수정 절차를 거쳐 미세한 얼라인먼트 편차까지 잡아낸다.

테스트 코스 평가에서는 인증 테스트 드라이버가 전수 실주행 테스트를 실시한다. 시속 120km 직진 안정성, 차선 변경시 조종 안정성, 제동 반응, 소음, 노면 대응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또 감각 평가와 기술 데이터를 함께 반영해 최종 품질을 판정한다.

토요타 GR 팩토리
토요타 GR 팩토리

스즈키 세이지 토요타 GR 매니지먼트 디비전 프로젝트 매니저는 “GR이 지향하는 건 (토요타 브랜드의) 이이덴티티인 모터스포츠를 기점으로 ‘더 좋은 차 만들기’에서 시작한다”며 “서킷이나 랠리, 힐클라임 등 다양한 레이싱 대회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경쟁력 높은 고성능차를 개발하고, 또 레이싱 대회서 축적된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한 데이터를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GR 팩토리의 차별적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GR 팩토리에서 생산된 고성능 스포츠카로 구성된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은 WEC·WRC 등 국제 대회에도 참가하는데, 지난 2024년엔 WRC 제조사 부문 4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레이싱 활동은 가주 레이싱 산하로 통합돼 TGR·LGR로 운영된다.

참고로 토요다 아키오 회장도 ‘모리조(MORIZO)’라는 가명으로 직접 운전대를 잡고 레이스에도 참가한다. 아키오 회장은 전문 드라이버가 아님에도 170여개의 급경사 코너, 300m의 극심한 고저차로 설계돼 ‘녹색 지옥(Green Hell)’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완주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25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토요타와 렉서스는 코롤라 콘셉트와 렉서스 스포츠 콘셉트를 공개해 눈길을 모은 가운데, GR 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스포츠카가 내년 1월 열리는 도쿄오토살롱에서 소개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토요타 GR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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