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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프리미엄의 기준을 다시 쓴”..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Genesis
2025-11-17 15:18
제네시스 G80 블랙
제네시스 G80 블랙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시선이 머무는 그 순간“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올라온 속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올해 브랜드 출범 10년을 맞이했는데, 상대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 온 독일 프리미엄 3사다. 연차만 놓고 보면 ‘신입’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고급 세단의 기본값이 됐다. 아울러 지난 8월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대를 넘겼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빠른 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독보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직관성과 빠른 반응속도, 차급을 뛰어넘는 편의 사양과 넉넉한 공간, 똑똑한 주행 보조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래서 “국산 고급 세단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여전히 G80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안전하고, 편하고, 품격 있는 세단이라는 본질을 지금 가장 정확하게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시승차는 G80 3.5 터보 AWD 블랙 에디션이다. 3.5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초 남짓이다.

복합 기준 공인 연비는 리터당 9km다. 실연비 측정 결과 도심에서는 리터당 8km 안팎을 오간다. 체감상 2.5 터보와 큰 차이는 느끼기 어렵다. 고속 주행에서 15km/l를 넘기기는 쉽지 않지만, 이 정도 차체 크기에 3.5리터 V6를 얹은 대형 세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다. 정리하면 힘과 정숙성을 중요시하면 3.5리터, 효율성을 우선시 한다면 2.5리터 모델이 적절하다.

6기통 엔진이 탑재된 만큼 4기통 특유의 잔진동이나 거친 사운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넉넉한 토크가 차체를 ‘쭉’ 밀어 올려준다.

변속기는 다소 보수적이다. 독일 브랜드의 날카롭고 신속한 반응과는 달리, G80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움을 연출했다. 변속 충격은 거의 없고, 일상 주행에서는 기어비를 길게 가져가 끊어지지 않는 가속 필링을 연출했다. 회전수를 끌어올리면 엔진음이 날카로워지긴 하지만, 귀를 자극하기보다는 운전자의 ‘질주 욕구’를 슬쩍 건드리는 쪽에 가깝다.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승차감은 부드럽다. 서스펜션은 전체적으로 넉넉하게 세팅돼 있다. 노면이 거칠어도 불쾌한 충격이 올라오지 않는다. 특히 방지턱에서는 에어서스펜션 못지 않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후륜 조향 시스템은 경쟁 브랜드 대비 체감이 덜하다. 저속에서 회전 반경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지하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수월하다. 그러나 고속 주행시, 또는 와인딩 구간에서는 그 존재감이 덜해져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작과의 차이점도 분명하다. 이전 모델은 대배기량 대형 세단 특유의 묵직함과 함께 약간 둔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몸 전체를 크게 쓰는 느낌이었다면, 현행 모델은 정제된 부드러움만 남겼다. 차체의 상하 움직임 폭을 줄이면서도 질감은 더 고급스럽게 다듬은 인상이다.

스티어링은 기본적으로 묵직하다. 중앙 부근 유격이 거의 없어 고속 직진에서 보타(보정 조향)가 필요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독일 출신 경쟁 브랜드들처럼 스포티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비슷하다. 서스펜션이 동시에 단단해지면서 롤링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불필요한 거동은 최대한 억제하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코너를 빠져나간다.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시트 홀딩력도 비슷했다.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라,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상체를 잡아 줄 지지점이 하나쯤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일산 세단의 드라이빙 감각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쉽겠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지향점을 감안해보면 결코 단점으로 볼 수 없다.

블랙 에디션의 존재감은 디자인에서 완성된다. 전면 범퍼 그릴, 라디에이터 그릴, 엠블럼은 물론, 창틀을 두르는 DLO 몰딩, 리어 범퍼 몰딩, 헤드램프 내부 사이드 베젤, ADAS 레이더 커버까지 모두 블랙으로 통일했다. 유광 블랙 20인치 휠과 플로팅 휠캡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트렁크 리드 중앙에는 다크 그레이 컬러 ‘GENESIS’ 레터링만 올려 뒷모습에서도 자신이 어떤 사양인지 확실히 드러낸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공조·트렁크 버튼, 도어 및 콘솔 스위치류, 스티어링 휠과 패들 시프트, 도어스텝, 스피커 그릴과 로고까지 모두 블랙으로 맞췄다. 여기에 전용 리얼 우드 가니시와 시트 가죽, 퀼팅 패턴을 더해 전체 톤을 한 단계 낮췄다. 실제로 일반 모델과 나란히 세워 놓으면 블랙 에디션 쪽이 확실히 젊고 묵직해 보인다.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제네시스 G80 3.5T AWD 블랙 에디션

결국 G80 3.5 터보 AWD 블랙 에디션은 지향점부터 독일차와 다르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들이 날렵함과 극단적인 응답성으로 운전자를 자극한다면, 제네시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함과 안정감, 정숙성을 우선한다.

‘품격·안정·정숙·편안함’이라는 고급 세단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구현한 모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여전히 G80 쪽에 가깝다. 제네시스가 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이 차 한 대에 거의 다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큰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제네시스 G80 3.5 터보 AWD 블랙 에디션의 국내 판매 가격은 8275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