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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국내 경차 시장”..‘합리성’ 잃었다!

Hyundai
2025-11-27 12:19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경차가 더 이상 ‘가장 합리적인 차’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시장이 되고 있다. 불황기일수록 유지비 부담이 적은 작은 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흐름은 정반대다. 신차 경차 판매는 줄고, 소비자 인식은 “경차도 이제 비싸다”는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경차 판매량은 6만 4대다. 이는 전년 동기 7만 2915대 대비 17.7% 감소한 수준이다.

경차 부진의 첫 번째 이유로는 가격이 꼽힌다. 인건비와 원자재, 각종 안전·편의장비 의무화 등으로 전체 차량 가격이 오른 것은 모든 차급에 공통된 현상이다. 다만 경차는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심리적 상한선이 특히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이 상한선을 대략 2000만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캐스퍼는 이 심리선을 정면으로 건드린 사례로 거론된다. 기본 가격은 1493만원이지만 각종 옵션을 모두 선택할 경우 2223만원까지 오른다. 수치상으로는 ‘1000만원대 경차’지만, 실제 구매 과정에서 옵션을 채우면 체감 가격이 2000만원을 훌쩍 넘는 구조다.

다만 차량 자체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경차 차체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스타일을 입히고, 안전·편의 사양을 적극 적용해 ‘경차 이상의 경차’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 먼저 회자된 것은 “경차가 2000만원을 넘는다”는 사실 탓에 ‘비싼 경차’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은 상태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경차 가격을 더 낮추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애초에 차체만 작을 뿐 적용해야 할 부품·안전 설계는 상위 차급과 크게 다르지 않아, 원가 자체가 높고 대당 마진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경차는 ‘싸야 산다’는 인식이 강해 판매 가격을 함부로 끌어올리기 어렵고, 일정 수준을 넘기면 곧바로 소형·준중형 차와 비교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차량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차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 The 2024 모닝
기아, The 2024 모닝

가격 요인과 함께 파워트레인·플랫폼 노후화도 경차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 모닝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닝은 2017년 출시 이후 8년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디자인 변경과 부분적인 상품성 강화는 이어졌지만, 근본적인 구동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한 탓이다. 비용을 회수하려면 차량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저항이 큰 경차 특성상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고전압 배터리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으려면 사실상 완전 신차 수준의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각종 세제·요금 감면을 통해 경차를 장려하고 있다. 경차는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개별소비세·교육세·부가가치세 부담이 줄어든다. 취득·등록세도 비영업용 승용차(취득가의 7%)보다 낮은 4% 세율이 적용되며, 차량 구입 시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공채 역시 경차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동차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배기량 1000cc 이하 비영업용 경차의 자동차세는 cc당 80원으로, 배기량 1000㏄ 기준 연간 약 8만원 수준이다. ‘경차사랑카드’ 등 전용 카드로 주유하면 휘발유·경유는 ℓ당 250원, 액화석유가스(LPG)는 ℓ당 161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1회 6만원, 1일 12만원, 연간 최대 30만원 한도가 적용되며, 유류세 환급 제도는 2026년 12월 말까지 연장된 상태다.

이 밖에도 의무보험인 책임보험료의 10% 할인, 고속도로 및 유료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50%·지하철 환승 주차장 최대 80% 할인 등도 대표적인 경차 혜택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처럼 제도상 혜택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소비자 체감 ‘가성비’는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차값 자체가 올라 혜택으로도 메우기 어려운 가격 구간으로 진입했고, 유류세 환급·통행료·주차비 할인 등 일부 정책은 카드 발급·이용 조건과 개인의 이동 패턴에 따라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아 레이 EV
기아, 레이 EV

도심에 거주하면서 대중교통 위주로 이동하고 주말에만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 연간 유류세 환급 한도(30만 원)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 공영주차장·환승 주차장 할인 혜택 또한 생활권과 동선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갈린다.

겉으로만 보면 경차는 여전히 ‘혜택 패키지’에 가깝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이 다르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향후 경차를 다시 ‘살 만한 차’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에 대해 업계에서는 파워트레인·플랫폼·정책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파워트레인 측면에서는 하이브리드보다 소형 전기차(EV) 확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새로 개발·적용하는 데는 상당한 투자 규모가 필요하지만, 경차는 판매 비중이 크지 않고 차값을 크게 올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제도와 혜택 체계도 현행 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소비세·취득세·통행료·유류세 환급 등 각종 지원이 유지되고 있지만, 차량 가격과 연료비·통행료 수준이 크게 오른 현재 기준에서는 예전만큼 ‘압도적인 메리트’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류세 환급 한도와 방식, 경차 전용 주차공간·도심 전용 구역·전용 요금제 등 실제 생활에서 체감도가 높은 항목 위주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 경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싸지도 않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뚜렷하지도 않은 애매한 차급이 됐다”며 “전동화 방향과 가격·혜택 구조를 현실에 맞게 다시 짜지 못하면 시장에서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재설계에 성공하면 도심형·세컨드카 수요를 중심으로 역할을 다시 키울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