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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기로 달려도 격은 그대로”..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터보

Porsche
2025-12-01 12:06
포르쉐 마칸 터보
포르쉐 마칸 터보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마칸은 포르쉐에 각별한 차다. 브랜드의 엔트리 SUV이자, 동시에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대중적인 모델인 만큼 누구나 편하게 탈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포르쉐 특유의 정체성도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일상에서는 가족용 SUV처럼 부드럽게 달리고, 필요할 때는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스포티한 성격을 드러내야 한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이런 요구를 모두 충족한 라인업 최상위 모델 ‘마칸 일렉트릭 터보’다.

마칸 터보는 듀얼 모터와 100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639마력, 최대토크는 115.2kg·m에 이른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3.3초, 최고 속도는 260km/h에 육박한다.

전반적인 주행 질감은 기교 없이 담백했다. 일부 전기차들은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과도한 세팅을 한다. 초반 토크를 세게 세팅해 두고 액셀러레이터를 민감하게 만져둔다. 하지만 마칸은 다르다. 전기차를 처음 타는 사람들이라도 부담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덕분에 일반적인 패밀리 SUV와 크게 다르지 않은 편안함을 보여준다.

포르쉐 마칸 터보
포르쉐 마칸 터보

하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투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나가듯, 차체가 한 번에 튀어 나간다. 몸은 시트에 파묻히고, 뒤통수는 헤드레스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운전자가 차에 끌려가는 느낌은 아니다. 토크 분출 방식과 시점 등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온전히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도 비교적 묵직하게 세팅돼 있어 세밀한 조절도 가능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마칸의 백미는 회생제동 시스템이다. 전기차를 여럿 경험해 본 운전자라도 놀랄 만한 수준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브레이크 수준으로 감속이 이뤄진다. 이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그저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이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동급 전기차들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덕분에 효율성도 주목할 만하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429km 수준이다. 공인 복합 전비는 4km/kWh지만,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 내 항송 주행시 이보다 30%가량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포르쉐 마칸 터보
포르쉐 마칸 터보

승차감은 카이엔보다 확실히 단단한 편이지만, 일상 주행 구간에서는 의외로 부드럽게 받아낸다. 신차 출시 직후 진행된 시승회에서는 딱딱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장시간 시승을 진행해 보니 평가가 달라졌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진동과 정보만 실어 보낸다.

덕분에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을 지날 때도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댐퍼가 조여져 있어,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짧다. 다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덕분에 그 질감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진가는 속도를 높였을 때 드러난다. 코너 구간에서 속도를 높여도 차체 거동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SUV 특유의 높은 차체와 무게중심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지만, 그 흔적을 최대한 줄여낸 세팅이다. 동급 경쟁 전기 SUV라면 언더스티어가 나오기 시작할 법한 속도에서도, 마칸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라인을 깔끔하게 이어 나간다.

사실 공차중량이 2.4톤에 달하는 만큼 주행 초반에는 어느 정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다만 섀시 세팅과 전자제어 시스템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해 주면서, 제원만 보고 훨씬 민첩하고 똑똑하게 움직인다. 아울러 전기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게를 다루는 방식만큼은 동급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다.

포르쉐 마칸 터보
포르쉐 마칸 터보

고속 주행 구간에서도 차체가 가볍게 뜨는 느낌은 없다. 노면을 꽉 움켜쥔 채 꾸준히 속도를 올려 나갈 뿐이다. 스티어링 감각도 만족스럽다. 직선 구간에서는 묵직하게 중심을 지켜내고, 곡선 구간에서는 딱 필요한 만큼만 반응한다. 덕분에 아무리 속도가 높아도 운전자가 심리적인 여유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는 후륜 조향 시스템의 공이 크다. 해당 기능은 이미 여러 고급차에 널리 적용돼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마칸의 경우는 그 정도가 꽤 크다. 스티어링을 꺾는 순간 뒷바퀴가 조향 되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차체 전체가 안쪽으로 파고드는데, 일반 콤팩트 세단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감각이다.

마칸 일렉트릭의 외관은 포르쉐 특유의 비율 위에 공기역학을 덧입힌 구성이었다. 낮은 보닛과 헤드램프 아래 에어 커튼, 후면 디퓨저 등이 차체 주변 공기 흐름을 정리해 준다. 여기에 어댑티브 리어 스포일러, 프런트 에어 인테이크의 액티브 쿨링 플랩, 차체 하부 커버로 이뤄진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PAA) 시스템이 더해져 효율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노린 모습이다.

실내도 생각보다 넓다. 적재 공간은 최대 540ℓ까지 확보됐고, 앞좌석 시트 포지션은 최대 28mm, 2열은 최대 15mm 낮아졌다. 덕분에 SUV임에도 시트에 앉으면 스포츠카에 가까운 자세가 나온다.

포르쉐 마칸 터보
포르쉐 마칸 터보

디스플레이 구성은 최대 3개까지 탑재된다. 12.6인치 커브드 계기반과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기본이고, 옵션으로 조수석 전용 10.9인치 스크린을 추가할 수 있다. 조수석 화면에서는 내비·인포테인먼트 조작은 물론 영상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성은 다소 복잡한 편이다. 주행 모드나 공조 등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기능은 직관적으로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다만, 한 번 설정하면 거의 손댈 일이 없는 고급 기능들은 메뉴 구조가 깊고 접근 경로가 길어 직관성이 떨어진다.

마칸 터보는 정숙하고 매끄럽게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즉각적인 토크 분출과 견고한 차체 제어가 맞물려 스포츠카다운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완성도 높은 회생제동 시스템과 페달 세팅, 에어서스펜션·후륜 조향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단순히 수치만 빠른 전기 SUV가 아니라 ‘질감이 완성된 고성능 전기차’에 가까운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터보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3850만원부터 시작된다.

포르쉐 마칸 터보
포르쉐 마칸 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