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쉐보레가 한국 시장에 콜로라도 3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국내에 들어온 구성은 오프로더 성향을 강조한 Z71 단일 트림이다. 비슷한 사양을 미국에서 구매할 경우 가격은 4만 8000달러(한화 약 7054만, 세전 MSRP) 수준이다. 이는 국내 판매가와의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콜로라도가 물량을 책임질 차는 아니다. 국내 도로 환경과 주차 사정, 일상적인 이동 패턴을 감안하면 픽업은 여전히 틈새 중의 틈새다. 밤에 누워 휴대전화로 주문한 물건이 다음 날 아침 집 앞에 도착하는 나라에서, 개인이 적재함을 직접 굴려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쉐보레는 이 시장을 포기하기보다, 브랜드 외연을 넓히는 쪽을 택했다. 정식 출시 이전까지만 해도 콜로라도는 비정상적으로 비싼 직수입 물량이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수준에 그쳤다. 이제는 제조사가 직접 판에 뛰어들어 가격과 상품 구성을 ‘정상 구간’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2.7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314마력, 최대토크는 54kg·m를 낸다. 엔진 질감이 처음부터 부드러운 편은 아니다. 냉간 시에는 소음과 진동이 제법 두드러진다.
쉐보레 콜로라도 Z71
다만 어느 정도 온도가 오른 뒤에는 거친 맛이 누그러지며 생각보다 매끈한 회전 질감을 보여준다. 일상 영역에서 가볍게 다룰 때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힘의 전달이 자연스럽다.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매서운 터보차저 흡기 사운드와 함께 차체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체감 가속은 숫자 이상으로 빠르다. 터보랙이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회전수가 약 3000rpm을 넘어서면 고배기량 모델을 타는것 처럼 답답함 없이 가뿐하게 치고 나간다. 특히 창문을 열고 달릴 때 실내로 들어오는 우렁찬 배기음은 이 차를 선택할 이유 중 하나가 될 만하다.
연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 용산에서 용인 처인구까지 정체 구간이 이어진 43.4km 구간에서 기록한 실측 연비는 10.3km/ℓ 수준. 복합 기준 공인 연비가 8.1km/ℓ인 점을 감안하면 꽤 준수한 수치다. 고속도로에서 항속 위주로 달린다면 이보다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해 볼 만하다.
트랜스미션이 민첩하고 경쾌한 타입은 아니다. 변속 속도에서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세팅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기어비를 촘촘하게 가져가고, 변속 로직을 비교적 영리하게 다듬은 덕분에 울컥거림이나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단을 물어 쥐고, 필요한 순간에는 미련 없이 내려준다.
쉐보레 콜로라도 Z71
승차감은 픽업트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편이다. 기본적인 감각은 SUV에 가깝다. 일상 주행에서 피로를 유발하는 종류의 튀는 움직임은 잘 걸러냈고, 요철 구간에서도 차체가 한 번에 정리되는 인상이 강하다. 필링 자체가 ‘고급스럽다’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픽업 트럭임을 감안하면 아주 우수한 수준이다.
다만 제동력은 다소 밀리는 감이 없지 않다. 공차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답력이 약하다. 더 깊게 밟으면 멈추긴 하는데 다소 불안감이 느껴진다.
올 뉴 콜로라도의 첫인상은 “예전 북미 트럭 같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전면부는 헤드램프 위치를 낮고 날렵하게 다듬고,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의 면적을 키워 덩치에 걸맞은 위압감을 만든다. 그릴 중앙의 블랙 보타이 엠블럼에는 LED가 적용돼 야간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측면은 직선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으로 강인한 픽업의 이미지를 살렸고, 후면부 역시 테일게이트와 범퍼 형상을 정리해 보다 단단한 인상을 준다.
실내는 변화 폭이 더 크다. 운전석 클러스터와 중앙 디스플레이를 수평으로 잇는 최신 레이아웃을 적용했고,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1.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여 배치해 운전자 중심의 콕핏을 완성했다. 시트와 센터페시아 곳곳에는 레드 스티치와 레드 포인트를 더해 픽업 트럭 특유의 투박함 대신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했다.
쉐보레 콜로라도 Z71
편의사양 구성도 공격적이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7스피커),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원격 시동 시스템, ECM 룸미러, 1열 열선·통풍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버튼 시동,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온스타(온스타 서비스)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안전·주행 보조 사양은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사이클리스트 감지 및 자동 제동,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후측방 경고 및 제동,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급경사 저속 주행을 돕는 힐 디센트 컨트롤 등을 기본 탑재했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전용 기능도 눈에 띈다. 험로에서 차량 하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언더바디 카메라, 각종 오프로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오프로드 퍼포먼스 디스플레이, 디퍼렌셜 잠금 장치, 부식 방지 성능을 강화한 브레이크 로터, 노면에 따라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오토트랙 액티브 4x4 시스템 등이 기본 적용된다.
픽업의 본질인 적재·견인 능력도 끌어올렸다. 스프레이온 베드라이너, 리어 슬라이딩 글래스, 카고 램프, 리어 범퍼 코너 스텝, 로워 테일게이트 등을 적용했고, 적재함 고리 8개와 탈착형 적재함 고리 홀 9개를 제공해 적재물 고정을 쉽게 했다. 견인 능력은 3175kg에서 3492kg으로 크게 상향됐으며,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 라인, 히치 뷰 모니터, 트레일러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 트레일러링 보조 기능을 더해 대형 트레일러 견인 시 안정성을 높였다.
쉐보레 콜로라도 Z71
올 뉴 콜로라도 Z71은 숫자로만 판단할 차가 아니다. 2.7리터 4기통 터보와 8단 변속기의 조합은 냉간 시 거친 맛이 분명히 있지만, 온기가 오른 뒤에는 힘의 전달이 놀랄 정도로 매끈하다.
승차감과 거동은 같은 가격대의 일부 보디 온 프레임 SUV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최신 레이아웃의 실내 구성, 기본으로 아낌없이 넣은 편의·안전 사양, 오프로드·트레일러 전용 기능까지 감안하면 Z71 단일 트림 전략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전장과 차폭, 주차 여건, 국내 도심 환경을 고려하면 콜로라도가 ‘모두를 위한 선택’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레저·견인·오프로딩을 염두에 둔 소비자, 픽업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선택지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