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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가 주목한 고도훈 작가..“숯 한 조각에도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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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12:18
고도훈 작가
고도훈 작가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누구나 장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작품 안에 어떤 이야기를 넣느냐예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25 공예트렌드페어’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전시장에서 만난 고도훈 작가는 이 같이 말했다.

고 작가는 올해 주제인 ‘바운더리스(Boundless·경계를 허물다)’를 이렇게 풀어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숯과 글루건을 붙잡고, 가구와 공예,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흔드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먼저 소재 선택부터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고 작가는 “숯이라는 소재가 고기를 구워 먹을 때나 방향제, 공기 정화, 필터 같은 데 많이 쓰이는 대중적인 소재다“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신경을 안 쓰는 재료인데, 그 안에 가치를 다시 부여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작품의 또 다른 축은 글루건이다. 그는 “접착제도 정말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글루건은 그중에서도 되게 소외받는 재료라고 느꼈다”며 “특별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던 재료들이 서로 잘 어울려 만났을 때 오히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키워드인 ‘경계를 허물다’는 메시지는 작업의 쓰임새와도 맞닿아 있다. 고 작가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자·가구, 오브제와 예술·공예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싶다고 했다.

고 작가는“가구점에서 의자를 사면, 사실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그냥 ‘앉는 물건’ 정도로 소비한다“며 ”하지만, 그 의자에도 어떤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과 가구, 공예품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물건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도훈 작가의 작품
고도훈 작가의 작품

그는 공예 애호가나 일부 컬렉터에게만 작품 이야기가 전달되는 구조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고 작가는 “어떤 작가의 팬이거나, 공예를 좋아하는 소수만 작품 이야기를 알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의 이야기를 알고 선택했으면 좋겠다“며 ”그게 제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고 전했다.

숯이라는 소재에 그가 끌린 이유도 ‘불완전함이 가진 아름다움’ 때문이다. 고 작가는 숯은 가마에서 나무가 완전히 타 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탄소라는 새로운 형태로 남은 숯을 “살아남은 재료”로 바라본다고 했다.

그는 “가마 온도나 그날의 공기, 나무가 갖고 있는 습도에 따라 숯이 갈라지는 결이 전부 달라진다“며 ”사람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만큼, 자연의 불완전한 형태에서 오는 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따.

그는 이 지점에서 일본의 미학 개념인 ‘와비사비’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고 작가는 “와비사비를 이야기할 때, 휘어 있거나 깨져 있는 나무도 그대로 사용하곤 한다“며 ”전시장에 있는 가구들처럼 평평하고 직선으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휘고 깨진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영감받았다“고 전했따.

실제 작업 방식은 숯을 억지로 깎아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고 작가는 “숯을 한 조각 한 조각 이어 붙여서 형태를 만들고, 그다음에 외관만 살짝 다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깎아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안쪽은 숯 조각들이 그대로 연결돼 있어요. 자연이 만들어낸 형태를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만 겉을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자연의 불완전한 형태를 최대한 그대로 두고 싶었어요.”

그는 끝으로 “결국 제 작업은 재료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연결하는 일”이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일상 속 물건에도 이야기가 스며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