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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파는 것보다 가치 있게”..벤츠의 새로운 승부수, 시장의 반응은?

Mercedes-AMG
2025-12-16 12:51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기존 미국·독일 중심 전략에서 중국과 상위 차급에 무게를 둔 수익성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시장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주요 고객층이 젊어진 데 따른 변화다. 다만, 코어 럭셔리 라인업에서는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며 전략의 한계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의 출발점으로는 2020년 현행 10세대 S클래스(코드명 W223)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꼽힌다. 당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은 “중국에서 S클래스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40세”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주요 고객층은 60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차종을 두고도 지역별 핵심 고객 연령대가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벤츠가 향후 어떤 시장과 연령대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 신호였다”고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연례 보고서와 승용 부문 판매 실적에 따르면, 2013년까지만 해도 승용차 판매의 중심은 미국과 독일에 있었다. 당시 국가별 판매량은 미국 약 31만 2500대(판매 비중 21.4%), 독일 약 25만 5000대(17.4%), 중국 약 21만 8000대(14.9%), 한국 2만 4800대(1.7%)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행 S클래스가 공개된 시점인 2020년에는 판도가 바뀌었다. 같은 자료를 종합하면 중국 판매량은 약 77만 4400대로 늘며 글로벌 비중이 35.8%까지 올라섰다. 미국은 12.7%, 독일은 13.2%로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한국 시장도 7만 6800대(3.5%)까지 확대됐다. 미국과 독일을 합해도 중국 시장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S클래스의 대대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대형 메인 디스플레이와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의 중후한 실내 이미지를 덜어내고,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화려한 분위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초기에는 “너무 젊어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판매 지표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츠 11세대 E클래스
벤츠, 11세대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분기별 판매 실적에 따르면, W223 S클래스의 인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021년 S클래스는 전 세계에서 8만 7064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약 3만 5400대가 중국에서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S클래스 인도량은 9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준이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에 벤츠는 S클래스에서 시작된 변화를 하위 세단에도 확산했다. 현행 C클래스(W206)에는 S클래스에서 도입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앰비언트 라이트 등을 적용했다. 상위 차급에서 사용하던 사양을 내려보내 브랜드 전체의 고급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그런나 상위 차급 중심 성장세는 2023년 들어 둔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3년 실적부터 S클래스 개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마이바흐·EQS·G클래스 등을 묶은 ‘톱-엔드(Top-End)’ 부문으로 실적을 통합했다.

해당 부문 2023년 판매량은 32만 8200대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0%였다. 세단 수요가 SUV로 이동했다고 가정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톱-엔드' 실적에는 벤츠의 최상위 SUV 라인업인 GLS와 마이바흐 GLS, G클래스가 모두 포함됐다. 즉, 고수익 SUV 모델들이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S클래스를 비롯한 플래그십 세단의 판매 감소 폭이 워낙 커 전체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에 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마이바흐(+19%), G클래스(+11%)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S클래스 판매는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중국 판매 비중은 더 커졌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약 73만 7200대(36.1%), 미국은 29만 8000대(14.6%), 독일은 23만 4300대(11.5%), 한국은 7만 6700대(3.8%)를 기록했다. 중국 비중이 소폭 확대되는 가운데, 상위 차급 세단 수요는 정체되는 양상이다.

C클래스의 흐름도 과거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4세대 C클래스(W205)는 전성기였던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약 41만 5000대가 판매됐다. 반면 현행 5세대 모델(W206)의 2023년 판매량은 약 24만 2000대에 그쳤다. 6년 사이 판매량이 40% 넘게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과 전기차·SUV 확산이 겹치면서 C클래스의 역할이 과거만 못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 6세대 C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6세대 C클래스

이에 벤츠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앞세운 E클래스(W214)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E클래스는 벤츠 엠블럼을 활용한 새로운 패밀리룩과 실내 신기술을 내세워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전작 W213이 연평균 35만대 이상을 판매하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아직에는 못 미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같은 판매량 감소를 단순 ‘수요 부진’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상된 ‘볼륨 조정’의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2년 5월,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 5월 칼레니우스 회장이 발표한 ‘디 이코노믹스 오브 디자이어(The Economics of Desire)’의 주요 골자는 엔트리급 모델 비중을 줄이고, 마진율이 높은 톱-엔드(S클래스·마이바흐·G클래스 등)와 코어 럭셔리(E·C클래스)에 자원을 집중하는 구상이다. C·E클래스에 상위 차급 수준의 옵션과 안전사양을 확대 적용하는 대신 가격을 상향 조정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판매 대수 감소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상치 않다. 주력 세단 모델들의 판매량 감소를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고급화 중심 경영 전략 전환, 중국 시장 구조 변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수요 공백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SUV가 세단의 수요를 잠식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동화 과도기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 브랜드를 통해 EQS 등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기존 S클래스 고객을 전기 플래그십으로 완전히 이전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 S클래스와 전기차 EQS 사이에 수요 공백이 생기며 톱-엔드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중국 내 신에너지차(NEV) 소매 판매 비율은 7월 51.1%, 8월 53.9%, 9월 53.3%로 3개월 연속 50%를 웃돌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CLA 하이브리드
메르세데스 벤츠 CLA 하이브리드

신규 승용차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선택하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BYD, 지커 등 중국 로컬 브랜드는 대형 스크린과 소프트웨어 중심 상품 구성을 앞세워 젊은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어 수입 프리미엄 세단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세단 판매 흐름을 두고 단기적인 실적 부진이라기보다, 고급화와 전동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재편 단계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 둔화, 프리미엄 세단 수요 감소,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등 변수가 겹치면서 세단 라인업의 역할과 비중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략 전환을 이끌어낸 시장인 동시에 그 전략의 한계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플래그십 S클래스를 비롯한 코어 럭셔리 라인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가 향후 행보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