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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술을 통한 진보의 정점..아우디 RS Q8 퍼포먼스

Audi
2025-12-19 12:08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V8이 들어간 대형 SUV는 요즘 점점 보기 어려운 존재다. 전동화와 효율, 친환경 규제가 모든 브랜드를 조여 오는 사이, 아우디는 ‘RS Q8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정반대 방향의 답을 내놨다.

겉모습만 보면 Q8의 고성능 파생형이지만,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V8 엔진과 에어 서스펜션, 전자제어 사륜구동이 동시에 깨어나는 순간, 이 차가 단순한 플래그십 SUV가 아니라 ‘아우디 스포츠가 만든 거대한 스포츠카’라는 사실이 바로 드러난다.

서킷과 일상, 두 세계를 동시에 노리는 플래그십 SUV가 과연 RS 엠블럼을 달 자격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

파워트레인은 4.0리터 V8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86.68kg·m를 내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6초 만에 도달한다.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시동 직후, 엔진의 필링은 거칠고 진동도 제법 올라온다. 하지만 워밍업이 끝나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밟고, 회전수를 끝까지 끌어올려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가속력은 말 그대로 차고 넘친다. 정확히는, 하드웨어가 이보다 훨씬 더 강한 출력을 낼 수 있음에도 상당 부분을 억제해 둔 느낌이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항상 매끄럽게 힘을 이어붙이고, 어느 영역에서도 튀지 않고 부드럽다.

RS Q8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를 꼽자면 변속기 세팅이다.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는 꽤 길게 세팅됐다. 4.0리터급 V8 고배기량 엔진에는 이런 세팅이 정답에 가깝다. 두툼한 토크를 바탕으로 활주로를 질주하는 비행기처럼, 속도를 꾸준히 밀어 올리는 가속감을 만들어 준다. 기어비가 조금만 더 짧았다면 V8의 여유가 줄어들었을 것이고, 조금만 더 길었다면 차가 루즈해졌을 것이다. 지금 세팅은 그 중간, 딱 알맞은 지점에 걸려 있다.

반응성도 차의 성격과 잘 맞는다. DCT(듀얼 클러치)처럼 튀어나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느 영역에서나 변속 질감이 매끈하다. 이 차의 용도와 포지션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예민한 세팅보다 지금처럼 절제된 반응이 더 설득력 있다.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고속 크루징 구간에서는 여유가 더 드러난다. 120km/h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는 1000rpm대 초반에 머문다. 덩치와 출력, 공차중량을 떠올리면 꽤 너그러운 수치다.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는 만큼 실 주행 연비도 기대 이상이다. 정속 주행 기준 연비는 약 13km/ℓ 수준. 숫자만 보면 특별히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4.0리터 V8을 얹은 대형 고성능 SUV라는 점, 그리고 국내 준대형 GDI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방했다는 쪽에 가깝다.

배기음은 RS Q8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실내는 V8 사운드로 가득 찬다. 회전수를 끝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변속이 이뤄질 때면, 지면을 한 번 내려찍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심 주행에서도 특유의 팝콘 사운드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지만, 과장되게 소리만 키운 경쟁 차량들과는 다르다. 톤은 낮고, 질감은 우아하다.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소리다.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반면 체감되는 속도감은 낮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계기판 숫자를 보는 순간 바로 그 생각을 후회하게 된다. 이미 법정 제한속도를 훌쩍 넘어 있고, 주변 시야가 살짝 흐려지기 시작한 뒤에서야 비로소 발을 떼게 된다. 이 차가 왜 위험할 수 있는지, 그제서야 감이 온다.

그 배경에는 하체 세팅이 있다. 에어서스펜션 구조는 노멀 Q8과 같지만 세팅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노멀 Q8이 구름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라면, RSQ8은 단단히 조인 댐퍼로 아스팔트를 움켜쥔 채 튀어나가는 느낌에 가깝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거칠지도 않다. 에어서스펜션이 1차로 충격을 걸러낸 뒤 차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노면 요철이 날카롭게 들어오지 않는다. 속도감이 무뎌지고, 조금 무리해서 가속해도 차가 불안한 티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과속하게 되는 차다.

트랙션 컨트롤 세팅은 특히 인상적이다. 얼어붙은 노면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봤다. 웬만한 차라면 동력을 거칠게 끊어버렸을 상황이지만, RSQ8의 방식은 훨씬 세련됐다. 묵직한 차체가 노면을 눌러주고, 광폭 타이어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립을 붙잡은 채 앞으로 나간다. 미끄러짐이 시작되는 순간, 전륜 구동력을 살짝 끌어올리고 후륜을 부드럽게 줄이면서 자세를 정돈해 준다.

전자 장비의 개입 질감이 정말 인상적이다. 운전자에게 “넌 뭐든 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셋업이 아니다. “방금은 내가 한 번 살려준거야, 조심해”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던져 주는 쪽에 가깝다. 피아노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누르는 손가락처럼 아주 부드럽게 도와준다. 운전의 재미를 위해 약간의 여유를 남겨두면서도, 마지막 안전망은 확실히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곡선 구간에서 세차게 몰아붙여봤다. 날렵하고 정직하지만 날것의 느낌은 덜하다. 기차 위의 레일처럼 아주 정직하고 부드럽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한계점에 달하면 타이어 스키드음과 함께 조향각 반대로 차량이 밀려나가기 시작한다. 이때, 엑셀러레이터에 힘을 살짝 푼 상태에서 핸들을 조금만 더 감아주면 다시 말아서 돌아나가기 시작하는데 그 질감이 아주 만족스럽다.

외관은 RS만의 공격성이 물씬 풍긴다. 싱글프레임 그릴과 사이드 미러, 프런트 립, 리어 디퓨저, 테일라이트 가니시까지 매트 카본 패키지를 두루 적용해 육중한 차체를 한 번 더 조여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인테이크와 로고, 육각형 프레임리스 싱글프레임, RS 세라믹 브레이크가 물린 대형 레드 캘리퍼, 23인치 5-Y 스포크 매트 콘트라스트 블랙 휠이 합쳐지면 고성능 전문 튜너가 선보인 차량처럼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뒷바퀴 휀더 위에 붙은 아우디 로고도 의외로 존재감이 크다. 과하지 않게, 딱 한 번 더 시선을 붙잡는 포인트다.

이 밖에도 레이저 라이트가 포함된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앞·뒤 다이내믹 턴 시그널과 디지털 라이트 시그니처를 품은 디지털 OLED 테일램프, 하이빔 어시스트까지 더해져 야간에는 ‘조명으로 완성한 차’에 가깝다.

실내도 고급스럽다. 디나미카와 알칸타라를 넓게 두르고, 매트 카본 트윌 인레이와 알루미늄 페달, 블랙 헤드라이닝, 레드 스티치·천공·RS 로고가 들어간 발코나 가죽 스포츠 플러스 시트, 레드 엣지 블랙 시트벨트까지 더해 시각·촉각을 모두 자극한다.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주행 중 가장 자주 손이 가는 부분도 완성도가 높다. 메인 디스플레이와 공조 컨트롤은 터치 방식이지만, 눌렀을 때 확실한 햅틱 피드백이 들어와 물리 버튼을 조작하는 듯한 감각을 준다. UI 아이콘도 크고 단순해서 달리는 중에도 시선을 오래 빼앗기지 않는다.

사운드 시스템은 뱅앤올룹슨 어드밴스드 사운드 시스템(23채널, 23스피커, 1920W)이 들어간다. 보스(Bose)처럼 저음이 풍부한 타입이 아니라 전 대역을 고르게 채우는 쪽에 가깝다. 화려함보다는 풍성함, 과장보다는 균형을 택한 세팅이다.

아우디 RSQ8 퍼포먼스는 숫자와 제원보다 ‘감각’으로 설득하는 차다. 과장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가속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하체와 스티어링, 전자 제어, 배기음까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고속 영역에서도 차는 끝까지 침착하고, 운전자의 심장은 끝까지 들뜨게 만든다.

아우디 RSQ8
아우디 RSQ8

아울러 배기음도, 승차감도, 전자장비 개입도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다. 운전자를 과신하게 만드는 대신, 마지막까지 조용히 한계를 알려주며 “여기서 멈추는 편이 좋다”고 귓속말하는 태도 역시 고급 브랜드가 보여줘야 할 여유에 가깝다.

효율과 실용성이 기준이 된 시대, 운전 그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대접하는 더 뉴 아우디 RS Q8 퍼포먼스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9202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