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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운전을 아는 이들에게 더 크게 보이는 가치..BMW 뉴 M440i xDrive

Bmw
2025-12-29 16:22
BMW M440i
BMW M440i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M440i는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과 일상성을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배합한 결과물이다.

6기통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은 일상 주행에서 더할 나위 없는 안락함을 선사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맹수처럼 튀어나가지만, 평소엔 세단처럼 부드럽다.

단단함과 편안함 사이, 그 절묘한 경계선에 맞춰진 서스펜션 세팅은 BMW가 왜 ‘스포츠 드라이빙의 명가’인지 증명한다.

누군가는 이 차를 두고 ‘가난한 자의 M’이라 폄하한다. 하지만 이는 차를 모르는 이들의 섣부른 오판이다. M4의 야수성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M440i는 타협이 아닌, 가장 ‘지적인 선택’이다.

파워트레인의 경우 3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과 ZF사의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가 탑재된다. 덕분에 최고 출력 392마력, 최대 토크는 55.1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4.8초, 최고 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BMW M440i
BMW M440i

사실 불쾌한 진동은 느껴지지 않고, 냉간 시에도 필링이 부드러워서 첫 인상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귓가를 가득 채우는 강력한 배기음으로 범상치 않은 차량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리자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간다. 배기음만 들리지 않는다면 그냥 고급 세단의 필링이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율성도 주목할만하다. 공인 연비는 11.4km/l 수준이지만, 실 연비는 이보다 30%가량 높은 수치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 뒤에는 차가 매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급격한 가속을 이어가도 좀처럼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다.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할 정도의 진동만 허용할 뿐, 그 이상은 깔끔하게 걸러낸다. 특히 배기음이 상당히 크다. 순정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서 직접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낮은 RPM에서는 터보 랙이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그 수준이 매우 미비하다. 오히려 덕분에 자연흡기 엔진처럼 토크 밴드가 완만한 우상향을 그리는데, 이 점이 너무 만족스럽다. 이런 차는 흔치 않다. 어느 영역에서든 준수한 성적표를 내놓는다.

변속기의 반응도 만족스럽다. 기어비 구성도, ZF 특유의 스포티함도 여전히 우수하다. 다만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세팅을 못 하면 무용지물인데, BMW는 그걸 정말 잘한다.

수동 변속 모드로 바꾸고 주행에 나서면 금방 알 수 있다. 낮은 RPM에서 직접 개입할 경우에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반응도 여유롭다. 그러나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정말 빠르고 신속하게 변속한다. 변속 충격은 여전히 억제하면서도, 차는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BMW M440i
BMW M440i

여기서 RPM이 6000~7000 부근, 퓨얼 컷이 걸리기 직전에 변속하게 되면 차량의 성격이 한번 더 바뀐다. 기어 변속을 하게 되면 뒷통수를 강타하는 듯한 변속 충격이 연출된다. 순수 M 모델들의 경우 변속 충격을 세 단계로 나눠 설정할 수 있는데, M340은 체감상 1.5 ~ 2단계 정도에 해당하는 셋업으로 보인다.

배기음도 생각보다 크다. 급격한 가속을 이어갈 때는 공기를 매섭게 빨아들이는 흡기 사운드와 묵직한 직렬 6기통 특유의 엔진음을 자랑한다. 반대로 RPM이 3000~4000 정도일 때 액셀러레이터를 약 50% 정도만 열어주면, 귓가를 가득 채우는 기분 좋은 배기음이 살아난다. 여기에서 엑셀 오프 후 기어 단수를 한두 단 내리면 팝콘 사운드가 들려오는데, 과하지 않아 고급스럽다.

승차감은 생각보다 부드럽다. 차량의 출력을 감안하면 “조금 더 단단하게 조여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꽤 만족스럽고, 요철 구간을 지날 때도 불쾌한 충격 없이 잘 걸러낸다. 그렇다고 어떤 환경에서도 불안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따금 스프링 레이트는 생각보다 부드러운 편인데, 댐퍼가 단단해 고속 곡선 구간에서 차체가 반듯하게 서는 모션이 한 번씩 나온다. 이 성향만 잘 파악하고 ‘차를 날려 탄다’는 느낌으로 몰아붙이면, 정말 빠른 페이스로 달릴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 뒤 서스펜션 세팅까지 조이게 되면, 도로 위의 ‘무법자’에 가까운 캐릭터가 드러난다. 곡선 구간에서 세차게 몰아붙이자, 차는 아스팔트를 움켜쥐고 손살같이 튀어나갔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돼 있지만, 이를 믿고 무리하게 주행을 했다간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xDrive는 ‘후륜 구동의 한계를 없애주는 장치’라기보다, 차량의 한계점을 더 늘려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노면이 얼어 있는 탓에 그립을 이따금씩 놓치기도 했다. 다만 전자제어 장치의 개입 방식은 매우 만족스럽다. 동력을 일절 차단해 버리기보다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만 줄여 운전의 재미를 살린다. 운전자가 끝까지 스티어링과 페달을 통해 차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게 해주는 셋업이다.

BMW M440i
BMW M440i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그래픽의 주간주행등을 품은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와 M 로고가 어우러진 키드니 그릴이 먼저 시선을 잡아챈다.

후면부에서는 섬세하고 또렷한 캐릭터 라인이 레이저 리어 라이트와 만나 강렬한 존재감을 완성한다. 블랙 하이글로스 리어 디퓨저까지 더해져 뒷모습 전체가 입체적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리어 레이저 라이트는 거의 현대 미술에 가깝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구매를 고민해볼 이유가 충분하다.

실내에는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D컷 M 레더 스티어링 휠과 카본 인테리어 트림이 조화를 이루며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만든다. iDrive 컨트롤러와 변속 토글, 시동 버튼은 크리스털 글라스로 마감해 고급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M440i를 시승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단어는 ‘타협’이 아닌 ‘완벽한 균형’이었다. M4의 날 선 감각이 서킷 위에서 빛난다면, M440i의 진가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로 위에서 드러난다.

BMW M440i
BMW M440i

출퇴근길 정체 구간에서는 플래그십 세단 못지않은 안락함을 제공하다가도, 뻥 뚫린 도로를 만나면 언제든 야수의 본능을 꺼내들 수 있는 차다. 운전자가 원할 때 정확히 그만큼의 자극을 주는 이 ‘이중적인 매력’이야말로 M440i가 가진 가장 큰 무기다.

경쟁자들이 효율과 전동화를 외치며 6기통 엔진을 내려놓거나 라인업을 통합하는 사이, BMW는 묵묵히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본질을 지켰다. 이 세그먼트에서 6기통 회전 질감과 공격적인 드라이빙 감각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진짜 스포츠 쿠페’는 사실상 M440i가 유일하다.

누군가에게는 M을 갖지 못한 차선책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상과 일탈,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이자, 가장 지능적인 선택지로 작용할 BMW 뉴 M440i의 국내 판매 가격은 9340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