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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가장 젊고 화려한 성공의 얼굴”..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Hyundai
2025-12-30 15:56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86년 첫 등장 이래 그랜저는 한국 고급 세단의 역사를 써 내려왔다. 베이비붐 세대부터 Z세대까지 아우르는 그랜저의 위상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다. 과거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랜저로 답했다”는 광고 카피가 보여주듯, 이 차는 한국 사회에서 ‘성공’과 ‘안정’을 상징하는 지표로 기능해왔다.

대중화의 흐름 속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가치는 견고하다. 오히려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한 디자인과 상품성은 그랜저의 고객층을 젊은 층까지 확장시켰다. 가장 젊어진 얼굴로 돌아온 이번 신형 그랜저 역시,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여전히 ‘대한민국 대표 세단’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디자인 헤리티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과거 그랜저 XG의 상징과도 같았던 프레임리스 도어를 과감하게 재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정통 세단의 중후함 속에 트렌디한 감각을 녹여내려는 의도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시스템 합산 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제원표의 숫자만 훑어봐도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태생적인 4기통 엔진의 거친 회전 질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랜저는 이를 기술로 극복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틈만 나면 엔진을 잠재우고 EV 모드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체감되는 정숙성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준에 가깝다. 운전하는 내내 ‘이 정도면 꽤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목할 점은 브레이크 감각이다. 통상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회생제동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소 헐겁거나 울컥거리는, 이른바 ‘이질적인 세팅’을 감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내연기관차를 타듯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이는 편안함을 지향하는 그랜저의 주행 감각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효율도 압도적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16.7km/ℓ지만,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약 55.5km의 도심 구간을 달린 결과, 트립 컴퓨터에는 무려 22km/ℓ가 찍혔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총 500km의 고속 주행에서 기록한 평균 연비 역시 17.5km/ℓ 수준이었다. 다만 서해안고속도로 같은 업다운 구간에서는 낮은 배기량의 한계로 엔진 회전수(RPM)를 높게 쓰는 경향이 있어, 고속 항속 효율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승차감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유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옵션이 빠진 모델이 다소 단단했다면, 적용된 모델은 그랜저 HG의 부드러움과 IG의 탄탄함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냈다. 과하지 않은 스프링 레이트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감쇠력 덕분에 방지턱을 넘을 때의 처리가 매우 세련됐다.

정숙성 측면에서는 ‘이중접합 차음 유리’의 두께가 인상적이다. 명목상으로만 이중접합을 적용해 효과가 미미한 일부 경쟁 모델(KGM 등)과 달리, 그랜저는 유리가 눈에 띄게 두껍다. 덕분에 고속 주행 시 풍절음 억제 능력이 탁월하다.

완벽해 보이는 그랜저에도 옥에 티는 있다. 첫째는 시트 포지션과 헤드룸이다. 마사지와 릴렉션 시트 기능을 탑재하며 시트가 두꺼워졌고, 차체 전고는 낮아지며 머리 공간이 협소해졌다. 누워있는 A필러 각도 탓에 대형 세단치고는 개방감이 덜하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가장 큰 문제는 ‘스포츠 모드’에서의 스티어링 휠 무게감이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유압식 스티어링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핸들이 무거워진다. 과장이 아니라 일부 포르쉐나 고성능 스포츠카보다도 묵직하다. 성인 남성조차 한 손 조향이 버거울 정도인데, 패밀리 세단인 그랜저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과도한 세팅이다. 이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신형 그랜저는 전장 5035mm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앞세운다. 이는 경쟁자인 K8은 물론, 제네시스 G80보다도 긴 수치다. 단순히 길이만 늘린 것이 아니다. 리어 오버행을 50mm 늘려 정통 대형 세단의 비례감을 살렸고, 휠베이스도 10mm 확보해 그랜저의 미덕인 ‘공간성’을 극대화했다.

외관 디자인의 핵심은 ‘단절 없는 연결’이다.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 없이 연결된 주간주행등)’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측면부는 이 차의 정체성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다. 헤드램프에서 리어 램프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수평적인 라인은 우아함을 강조한다. 여기에 1세대 ‘각그랜저’의 상징이었던 2열 쿼터 글라스(오페라 글래스)와, ‘XG’의 유산인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세련되게 계승했다.

매립형 도어 핸들(오토 플러시 핸들)도 적용돼 공기역학적인 효율을 돕는 동시에, 측면의 군더더기를 없애 매끈한 도자기 같은 질감을 선사한다.

기술적인 진보도 뚜렷하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 업데이트(OTA) 영역을 대폭 확장해 언제나 최신 상태의 차를 유지해 준다. 주행 보조 시스템 역시 HDA 2, 후측방 모니터, 원격 주차 보조 등 나열하기 숨 찰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 넣어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 경험을 보장한다.

7세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민 플래그십’이라는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기술력으로 버텨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 헤리티지 위에, 2025년의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식했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과도하게 무거운 스티어링 휠 세팅이나, 낮아진 전고로 인한 헤드룸의 손해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리터당 20km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효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버금가는 정숙성, 그리고 차급을 넘어서는 호화로운 편의 사양은 이 작은 단점들을 덮고도 남는다.

결론적으로 신형 그랜저는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가장 강력하고 타당한 선택지다. 대형 차량의 유지비는 부담스럽고, 중형 세단의 공간은 아쉬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로 작용할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4354만(세제 후 기준)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