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와 ‘초럭셔리’로 소비 성향이 뚜렷하게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기차 캐즘 여파 속에서도 기아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보급형 모델을 앞세워 6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1위를 지켰다
반면 테슬라는 주력 모델의 부분변경 신차 효과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브랜드 판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필두로 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판매량 확대보다는 상위 1%를 겨냥한 고가 라인업 강화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질적 성장’ 전략을 취했다.
지난 2025년 완성차 업계 판매 실적을 종합한 결과, 기아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총 6만 126대를 판매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기아의 1위 수성은 엔트리급부터 플래그십까지 촘촘하게 구축된 ‘풀 라인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V3는 연간 2만 1212대가 등록되며 기아 전체 실적의 35% 이상을 견인했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 이슈에도 불구하고 3000만~4000만 원대 실구매가가 가능한 차량의 수요가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BYD 씨라이언 7 (SEALION 7)
여기에 지난해 출시된 세단형 모델 EV4가 8110대, 경형 전기차 레이 EV가 9270대 판매되며 보급형 시장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아울러 스테디셀러인 EV6 9368대와 대형 SUV EV9 1594대까지 더해지며 기아는 특정 차급에 쏠리지 않는 안정적인 판매 구조를 완성했다.
테슬라는 국내 진출 이후 가장 강력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총 5만 5594대를 판매해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전체 브랜드 순위 2위로 도약했다.
일등 공신은 부분변경을 거친 중형 SUV 모델 Y 주니퍼였다. 단일 차종으로만 무려 4만 4709대가 판매돼 2025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모델 3 하이랜드 역시 8476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수입차 시장 내 테슬라의 독주 체제를 굳혔다
현대자동차는 총 5만 650대를 판매해 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한 계단 내려앉았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브랜드 대표 모델인 아이오닉 5가 1만 3823대로 국산 전기차 중 가장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소상공인의 발이 되어주는 포터2 일렉트릭 9293대와 도심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8519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주목할 점은 연말 출시된 대형 플래그십 SUV 아이오닉 9의 성과다. 고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8227대가 판매되며 현대차 전동화 라인업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 전동화 모델 1127대와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 1137대 등을 포함해 총 3047대를 판매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수입차 시장의 전통 강호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대중성보다는 브랜드 본연의 가치인 ‘럭셔리’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해 벤츠는 총 169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량은 경쟁사 대비 적은 편이지만, 플래그십 라인업 판매량이 상당하다.
2억 원을 호가하는 정통 오프로더의 전동화 버전인 G클래스 전동화 모델이 184대 판매됐고 ‘럭셔리 SUV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마이바흐 EQS SUV가 92대나 인도됐다. 이는 벤츠가 무리한 가격 할인이나 물량 밀어내기보다는 최상위 고객층을 만족시켜 브랜드 가치를 방어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
독일 3사 중 BMW는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5316대를 판매해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브랜드 1위를 지켰다. i5가 1673대, 중형 SUV iX3가 808대 판매되며 실적을 이끌었다.
아우디는 컴팩트 SUV Q4 e-tron의 선전으로 총 4343대를 판매했다. Q4 e-tron은 2998대가 판매되며 아우디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는 포르쉐의 입지가 견고했다. 포르쉐는 타이칸 2039대와 신형 마칸 일렉트릭 1587대를 합쳐 3626대를 판매하며 억대 전기차 시장에서도 충분한 수요가 있음을 입증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중견 및 신규 브랜드의 약진이다. 폴스타 역시 쿠페형 SUV 폴스타 4의 흥행에 힘입어 2538대를 판매하는 등 총 2884대의 실적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KGM(KG모빌리티)은 틈새시장을 정확히 공략했다. 국내 유일의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는 경쟁 모델 부재 속에서 7150대가 판매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KGM은 총 8973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테슬라, 뉴 모델 Y
‘중국차의 무덤’이라 불리던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BYD의 성적표도 합격점을 받았다. BYD는 소형 SUV 아토 3 2617대와 중형 SUV 씨라이언 7 2021대를 앞세워 연간 4955대를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2026년 전기차 시장이 보급형 모델의 가격 경쟁과 럭셔리 모델의 기술 경쟁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가성비를 앞세운 보급형 모델과 브랜드 가치를 강조한 럭셔리 모델로 시장이 뚜렷하게 양분됐다”며 “올해는 테슬라와 중국차의 물량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산차 브랜드의 정교한 시장 대응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