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판매되는 차가 더 빠르다고?”..테슬라 모델3, “제로100 vs. 제로60의 숨은 비밀!”
2026-01-29 04:35
테슬라 모델3, 모델Y
[데일리카 김라경 에디터] 테슬라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의 가속도가 다른 건가?
29일 테슬라 미국판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테슬라 차량의 가속도는 0-60 mph를 ‘seconds’ 단위로, 한국 홈페이지는 0-100 kmh에 해당하는 수치를 ‘초’ 단위로 각각 공개하고 있다. 이들 모두 수치를 비교해보면 미국 홈페이지의 수치가 더 적게 표기되어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미국내 판매 차량의 가속 시간이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3’의 트림별 공개 수치를 살펴보면, ▲퍼포먼스 AWD: 미국 2.9초 / 한국 3.1초 ▲프리미엄 RWD: 미국 4.9초 / 한국 5.2초 ▲스탠다드 RWD는 미국 5.8초 / 한국 6.2초로 각각 공개되어 있다. 모두 미국의 가속 성능이 수치상으로는 0.2~0.4초 더 빠른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테슬라 모델3 한국 홈페이지 제원표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미국내 판매 테슬라 모델들이 더 빠르게 가속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한국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할 때까지를 측정한다. 그런데 이를 미국식으로 시속 60마일(시속 96.56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잰다면 더 낮게 측정될 것이다. 시속 100km보다 3.44km 모자른 기록이니 당연히 시속 60마일 도달 기록이 더 빠를 수 밖에 없다.
테슬라 모델3 미국 홈페이지 제원표
미국 홈페이지의 주행거리(Range) 수치에는 ‘EPA est.’라는 기준이 표기되는데 이는 미국 EPA(환경보호청)의 추청치를 뜻한다.
EPA 수치는 주로 연비와 주행거리에 집중되지만 전기차 인증 과정에서 가속 성능을 포함한 실제 주행 환경(도시 및 고속도로)을 시뮬레이션하여 데이터에 반영한다. EPA 인증 테스트는 차대 동력계(다이나모미터)에서 진행되며, 도시 주행(FTP-75)과 고속도로 주행(HWFET) 주행 사이클 내에 가속과 감속이 포함되어 있다. 2008년 이후 강화된 EPA 테스트는 급가속, 에어컨 사용, 저온 주행 등을 포함하여 실제 운전자의 가속 습관을 반영한다고 한다.
미국의 제로육공(0→60 mph, 제로 피프티) 측정에는 중요한 특징이 숨어있다. 1피트 롤아웃(1-ft rollout)이 그것이다. 드래그 레이싱에서 차량이 정지 상태에서 1피트(약 30cm) 움직인 후부터 시계 측정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실제 가속 성능을 측정할 때도 앞서 말한 실제 주행 환경을 더 반영하기 위해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래그레이싱 (출처: Driving Line)
1피트는 차량이 출발선에서 타이밍 장비(센서)를 통과하기 전까지의 거리에 해당한다. 이 센서를 통과하는 시점을 기록의 0초로 간주하는 것인데, 타이어 스핀 등 초기 변수를 배제하고 차가 본격적으로 가속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기록을 측정하기 위함이며 가속에 충분한 속도를 확보한 시점(롤아웃)을 출발 시점으로 잡아 최고 가속 성능을 측정하려는 목적이다. 짧은 직선 코스에서 엔진의 순간 가속력와 최고 속도를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가 일찍부터 대중적인 모터스포츠로 자리잡은 북미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테슬라, 포드, 루시드 등 동일한 미국차의 제원은 한국형(0-100km/h) 기록이 미국형(0-60mile/h)보다 약 0.3~0.5초 정도 더 크게, 즉 제로백 수치가 제로육공에 비해 더 느린 것처럼 공개된다.
제로육공과 제로백은 단위부터 다르기 때문에 두 수치를 비교하려면 킬로미터 기준 시속을 마일 기준 시속으로 변환한 수치로 재계산을 해야 한다. 킬로미터 기준 시속을 단위로 사용하는 제로백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 시점까지 측정한 기록인데 이는 마일 기준 시속을 단위로 사용하는 제로육공의 60mile/h 도달 시점보다 약 3.44km 더 가속한 시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제로백 ↔ 제로육공 변환 방법 (0-60mph ↔ 0-100km/h)
재계산은 국제 표준 환산 계수를 이용하며 도달 목표 속도의 차이를 이용한다.(제로백 ↔ 제로육공 변환 방법 표 참조)
제로육공(mph)은 km/h 단위로 환산시 약 96.56km/h까지 기록에 해당한다. 따라서 도달 목표 속도 차이에 해당하는 환산계수(100/96.56 ≒ 1.0356255) 약 1.0356을 곱하면 된다.
역으로 제로백(km/h)은 제로육공으로 환산 역시 목표 속도의 차이에 해당하는, 즉 제로백보다 약 3.44km/h 더 적은 96.56km/h까지만 계산한다. 96.56km/h ÷ 100km/h =0.9656이라는 상수가 도출되는데 이 수치를 곱해준다.
제로백과 제로육공은 사용 단위가 다르고 측정법도 다르다. 따라서 위 단위 보정법을 적용해도 목표 속도 자체와 1피트 롤아웃 적용 VS. 미적용이라는 명백한 차이 때문에 보정 결과값에는 오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으니 정확한 가속 성능 비교로 보기는 어렵겠다.
테슬라 모델3 가속성능 표기 비교 (한국 VS. 미국)
한국과 마찬가지로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브랜드의 측정 방식도 매우 보수적인데 이 방식은 ‘최소한의 보장치’에 가까운 수치를 적용한다. 따라서 2026년 전기차 성능·제원 비교 기준, 한국의 제로백 수치가 미국보다 더 크게 나오는 것은 한국과 유럽이 채택하고 있는 ‘정지 출발’ 방식이 훨씬 엄격하고 물리적인 실제 상황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서로 다른 측정 방식의 결과는 ‘가장 완벽한 조건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기록’ VS. ‘어떤 악조건에서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록’이라는 차이가 있다. 특히 미국이 오랫동안 표준으로 고수하는 1피트 롤아웃 방식 측정은 0.2~0.3초 정도 단축된 기록을 내놓기 때문에 ‘○○○ 모델, ○초대 진입!’이라는 상징적 타이틀 내세우는 마케팅에서도 훨씬 유리하게 작용한다.
측정 방식에 따라 제로백 수치의 앞 자리 숫자가 바뀌기도 한다. 제로백과 제로육공은 측정 시작 조건이 다를 뿐 모두 글로벌 표준이기 때문에 동일한 성능 지표로 해석할 수 있고 환산을 하더라도 이 약간의 시간 차이가 실제 주행 성능 차이를 나타내는 데는 한계(무시 가능한 수준)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다만 가속성능 비교를 차량 비교의 핵심 요소로 선택했을 경우, 소개한대로 변환 과정을 거친 재계산 수치를 참고용으로 비교해볼 수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