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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한국 향한 ‘진심’, 제대로 통했다”..벤츠 E200 아방가르드

Mercedes-Benz
2026-01-26 12:22
메르세데스벤츠 E200
메르세데스-벤츠 E200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36년 탄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볼륨 모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엔트리 모델과 플래그십 사이에서 브랜드의 지탱하는 허리이자,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하는 ‘E세그먼트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E클래스의 역할은 명확하다. S클래스에서 선보인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 언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C클래스를 거쳐 올라온 고객을 품어주고 향후 S클래스로 나아갈 잠재 고객을 육성하는 브랜드 충성도의 시험지이기도 하다. E클래스에서의 경험이 곧 벤츠라는 브랜드의 신뢰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그런 E클래스가 11세대로 진화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역대 가장 화려한 디자인 언어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기본화하며 하드웨어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이러한 존재감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지난해 E클래스는 총 2만 8688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벤츠 전체 점유율의 41.9%를 책임졌다. 아울러 테슬라 모델 Y를 제외하면 수입차 모델별 판매량 1위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
메르세데스-벤츠 E200

그중에서도 오늘 우리가 주목할 모델은 단연 E200이다. 지난해 E클래스 전체 판매량의 과반인 1만 5567대를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한 핵심 주역이기 때문이다.

E200의 파워트레인은 4기통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다. 최고 출력은 204마력, 최대 토크는 32.6kg.m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7.5초, 복합 기준 공인 연비는 12.3km/l다.

엔진의 음색은 제법 거칠고 크게 들려온다. 4기통 구조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도어를 닫고 실내로 들어서 N.V.H(소음·진동) 대책 덕분에 외부의 거친 소음은 철저히 격리되고, 실내는 플래그십 못지않은 고요함만이 감돈다.

주행 질감 역시 매끄럽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터보 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배기량이 넉넉한 자연흡기 엔진처럼 부드럽고 꾸준하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제원상 출력이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실용 영역인 저·중속 구간에 토크를 두툼하게 몰아둔 세팅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 답답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
메르세데스-벤츠 E200

여기에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는 똑똑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변속 체결 속도는 예민하면서도,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게 다듬어냈다. 차의 지향점을 정확히 파악한 영리한 로직이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적재적소에 단수를 체결해 준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경쟁 모델인 렉서스 ES가 보여주는 나긋나긋한 안락함과, BMW 5시리즈 특유의 탄탄한 스포티함을 한 그릇에 담아낸 듯한 감각이다. 물론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된 E450과는 비교 할 수 없다. 하지만 E200이 전해주는 승차감은 기교가 섞이지 않은, 기계식 서스펜션이 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담백한 부드러움이다.

세팅의 묘미는 스프링과 댐퍼의 조화에서 드러난다. 스프링 레이트를 낮게 설정해 노면의 자잘한 요철과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낸다. 자칫 차체가 출렁거릴 수 있는 조건이지만, 댐퍼의 감쇠력을 단단하게 조여 차체의 불필요한 거동을 억제했다. 충격은 흡수하되 자세는 무너뜨리지 않는, 기본기에 충실한 숙성된 세팅이다.

덕분에 운전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지나치게 부드러운 쇼퍼드리븐 세단들이 운전자에게 주는 둔하고 답답한 감각을 완전히 배제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는 민첩하게 머리를 돌리면서도, 그 움직임은 매끄럽고 우아하다. 전자 제어 기술의 기교 없이 오직 기본기만으로 완성한, 요즘 보기 드문 정석적인 승차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
메르세데스-벤츠 E200

더 뉴 E-클래스의 외관은 클래식한 세단의 비율과 스포티한 캐릭터 라인이 돋보이며,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최초로 발광 라디에이터 그릴6이 선택 옵션으로 제공돼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제공한다. 더 뉴 E-클래스는 국내 인증 기준 이전 세대보다 20mm 더 길어진 휠베이스로 보다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자랑하며, 세밀하게 설계된 차체 형태, 공기역학적 디자인 요소 및 방음재 등을 통해 동급 최고의 정숙성을 구현했다.

실내는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최신 트렌드에 발맞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잘 조화됐다. 시승차인 E200에는 상위 트림의 상징인 하이퍼스크린이 빠져 있다.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장점이다. 대시보드를 가득 채운 거대한 유리 패널 대신,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우드 트림 마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선 분산 없이 운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쪽이 더 매력적이다. 14.4인치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과하지 않은 디지털화가 주는 고풍스러운 안정감이 돋보인다. 여기에 이전 세대보다 20mm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2열 공간은 ‘베이비 S클래스’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가장 반가운 변화는 내비게이션이다. 11세대로 넘어오며 티맵(TMAP)이 기본으로 내장됐다. 수입차를 타면서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꽂아야 했던 불편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5G 통신 모듈을 기반으로 유튜브나 멜론 같은 한국형 앱들도 딜레이 없이 쾌적하게 구동된다. 이는 벤츠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공들여 분석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
메르세데스-벤츠 E200

다만, 완벽해 보이는 이 차에도 명확한 ‘옥에 티’는 존재한다. 바로 오디오 시스템이다.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빠진 E200의 기본 오디오 음질은 차량의 가격대와 브랜드 위상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전반적인 소리의 해상력이 부족하고, 베이스의 타격감도 밋밋하다. 정숙한 실내와 화려한 인테리어로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켰지만, 음악을 트는 순간 청각적인 감동은 반감된다. 음질을 기대했던 오너라면 출고 후 별도의 스피커 튜닝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시승을 마치며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신형 E클래스, 그중에서도 E200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독일 본사의 고집을 꺾고 티맵을 탑재한 것은 물론,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음원 스트리밍 앱을 기본화했다.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을 넘어, 한국의 도로와 IT 환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한 흔적이 짙게 남는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장 진화한 삼각별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E200 국내 판매 가격은 7650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