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성장세가 가파르다 못해 매섭다. BYD가 한국 땅을 밟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받아든 성적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지난해 1월 BYD는 아토3를 앞세워 한국 전기차 시장에 등판했다. 여러모로 파격적이었고, 시장에 경종을 울리기 충분했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총 6107대를 팔아치우며 단숨에 수입차 브랜드 10위(점유율 2.2%)를 꿰찼다.
판매의 절반은 예상대로 가성비를 앞세운 아토3(3076대·50.4%)가 책임졌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의 약진이다.
씨라이언7은 지난해 2662대가 판매되며 브랜드 내 4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아토3와 불과 400여 대 차이다. 아토3야 워낙 저렴했으니 가격이 깡패라는 잣대를 들이밀 수 있다.
하지만 씨라이언7은 이야기가 다르다. 경쟁 모델 대비 합리적이라곤 하나, 아토3처럼 드라마틱한 초저가 전략을 쓴 모델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는 건, 가격표 너머의 무언가가 있다는 방증이다.
BYD 씨라이언7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엔 판매량이 너무도 묵직하다. 과연 씨라이언7은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어떻게 충족시켰을까.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에 올랐다.
파워트레인은 BYD가 자체 제작한 82.5kWh 용량의 LFP 배터리와 최고출력 313마력의 후륜 싱글 모터가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6.7초로,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상온 복합 기준 398km다.
전기차인만큼, 전반적인 필링은 부드럽고 정숙하다. 하지만 페달을 밟는 발끝에 전해지는 감각은 사뭇 다르다. 가속 페달을 깊게, 심지어 끝까지 밟아도 차체가 울컥거리며 튀어나가는 법이 없다. 대신 배기량이 넉넉한 가솔린 차처럼 진득하고 꾸준하게 속도를 밀어 올린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걸맞는 세팅이다. 모든 전기차가 고성능을 추구해야할 필요성이 없다. 누구나 일상에서 위화감 없이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차량의 지향점을 정확히 관통했다. 이는 앞서 아토3가 증명했던 성공 방정식을 한층 더 세련되게 다듬은 결과다.
덕분에 가속 페달을 불규칙하게 조작하거나 거칠게 다뤄도 차분했다. 급격한 가감속으로 인해 탑승자가 호소하곤 하던 전기차 멀미 현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승차감은 생각보다 부드럽다. 육중한 배터리 무게를 서스펜션이 억지로 버티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하중을 이용해 차체를 지그시 눌러 노면의 잔진동을 지워버리는 감각이다. 댐퍼의 상하 움직임 폭(스트로크)을 여유롭게 가져간 덕분에, 웬만한 요철은 서스펜션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매끄럽게 삼켜낸다.
BYD 씨라이언 7 (SEALION 7)
실내 정숙성은 전기차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무난하게 지켰다. 꼼꼼한 N.V.H 정책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 소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거의 없다.
다만, 고속 주행 시 A필러 부근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은 옥에 티다. 전반적인 방음 대책이 준수한 편이라, 이 틈새로 파고드는 바람 소리가 운전자에게는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 차급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조금 더 세심한 마감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실내를 채운 편의 사양과 기술력은 만족스럽다. 차량의 두뇌 격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옥타코어 CPU와 6세대 GPU가 통합된 고성능 ‘퀄컴 스냅드래곤 8155 SoC’가 탑재됐다. 덕분에 15.6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처럼 매끄럽게 반응한다.
여기에 2.1㎡에 달하는 광활한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주는 개방감도 담아냈다. 특히, 고속 무선 충전기에 통풍 기능이 적용돼 휴대폰 발열을 막아준다.
주행 보조 시스템(ADAS)은 타협 없는 기본화 전략을 택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비롯해 차선 이탈 조향 보조, 전·후방 교차 충돌 제동 보조, 3D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경쟁차에선 옵션일 법한 기능들이 모두 기본 사양이다. 안전만큼은 등급을 나누지 않겠다는 의지다.
감성 품질에서는 호불호가 나뉜다. 오디오 시스템은 전반적인 해상력이 준수하지만, 저음과 고음 영역에서의 타격감은 다소 약한 편이다.
BYD 씨라이언 7 (SEALION 7)
운전석 계기판 역시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나 그래픽 디자인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다만 적용된 폰트(글씨체)가 지나치게 작고 가늘다. 운전자가 찰나의 순간에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계기판의 본질보다는 미적인 요소에 너무 치중한 인상이다. 품질은 좋지만, 주행 중 직관성은 조금 더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BYD 씨라이언7은 단순히 가성비라는 단어 하나로 가두기엔 아까운 차다. 과거 중국차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고속 주행에서의 하체 완성도나 계기판 시인성 같은 디테일에서는 아직 경쟁사들을 따라잡아야 할 숙제도 보인다.
하지만 풍부한 편의 사양과 ‘멀미 없는’ 편안한 주행 질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단순히 저렴해서가 아니라, 상품성 그 자체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BYD가 던지는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제안서인 씨라이언7의 국내 판매 가격은 4490만원(보조금 적용 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