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며 비상저감조치에 돌입했다. 2026년 2월,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다시 찾아온 잿빛 하늘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과 대응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의 절대적 당위성으로 내세웠던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순수한 명분은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냉혹한 ‘산업 보호주의’와 ‘국가 패권 경쟁’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전기차 전환의 속도 조절은 지구가 덜 뜨거워졌거나 환경 보호의 가치가 퇴색되어서가 아니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주도권을 쥐었던 서구권 국가들이 배터리와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신흥 세력에 밀려 자국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환경’이라는 규제의 칼날을 ‘산업 방어’의 수단으로 휘두르기 시작한 결과다.
기아, The 2026 EV9
탄소 중립이라는 아름다운 구호 뒤에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고 일자리를 보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러한 산업적 이해관계의 충돌은 역설적으로 우리 머리 위 미세먼지 수치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주춤한 사이, 시장은 경제성과 편의성을 앞세운 하이브리드(HEV) 차량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소비자들이 충전 인프라의 불편함과 높은 가격에 피로감을 느끼며 실리를 택한 결과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역시 결국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도심 내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순수 전기차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쉐보레,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모카치노 베이지)
문제는 앞으로의 대기질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데 있다. 최근 기상 연구 자료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반도 상공의 공기 흐름이 느려지면서 국내 발생 오염물질과 국외 유입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는 일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이번 비상저감조치는 단순한 환경 이벤트를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과도기적 진통을 상징한다. 5등급 노후 차량의 운행 제한은 이제 환경 보호를 넘어 구시대적 산업 잔재를 정리하고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2026년 설 명절의 잿빛 하늘은 우리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환경을 명분으로 한 산업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마셔야 할 공기의 질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이 고향을 찾는 귀성길, 내 차가 뿜는 한숨을 줄이고 미래 세대에게 맑은 하늘을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