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EV)에 유리하게 설계됐던 연비 규정을 공식적으로 철회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정책의 무게중심이 다시 내연기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연비 기준 산정 과정에서 전기차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과도하게 반영해 온 규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규정은 연료 함량 계수(Fuel Content Factor)다.
그간 미국 정부는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력을 화석연료 대비 훨씬 효율적인 에너지로 간주해 연비를 높게 계산하도록 허용해 왔다. 이 수치는 완성차 업체의 전체 평균 연비를 산정하는 연방 규제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 결과, 전기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는 기업은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전체 평균을 손쉽게 맞출 수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로 전기차에 사실상 연비 특혜를 부여해 왔다"며 오랫동안 이 규정을 문제 삼아 왔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9월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전기차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과대평가해 규제에 반영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부는 연료 함량 계수를 연비 계산에서 삭제하고, 추가적인 제도 개편안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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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전기차 의무화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전기차에 유리한 연비 산정 방식이 폐지되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만으로 규제 대응을 하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내연기관 차량의 실제 연비 개선이나 하이브리드 기술 투자 없이는 기준 충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 비중이 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해 규제 리스크를 상쇄해 온 전략이 흔들릴 경우,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 모델의 효율 개선이나 라인업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반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렸던 업체들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줄곧 전통적 자동차 제조업과 노동조합 기반이 강한 중서부 지역을 의식한 행보를 펼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