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경수 기자]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포드자동차가 전기차(EV)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고가 전기차에 집중했던 기존 노선을 접고,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결론은 명확하다. 고객이 말했다(The customer has spoken)"며 "(기존 전략은) 큰 실패"라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과신하고, 고가 모델 중심으로 접근한 전략이 빗나갔다는 자인이다.
그가 기존 전략을 실패로 규정한 배경엔 실적 부진이 있다. 포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차량 판매가 전년 대비 6% 늘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약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부문 대규모 투자 부담이 실적을 압박하며, 2025년 4분기에만 111억 달러(약 15조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와 맞먹는 충격이다. 특히 전기차로 선보인 머스탱과 F-150 전동화 모델이 높은 가격 장벽을 넘지 못했다.
헤네시 슈퍼 베놈 머스탱
이에 포드는 고가 프리미엄 전기차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결정했다. 대신 4만 달러(약 5400만 원) 이하 가격대의 신차 5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순수 전기차와 함께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을 확대한다. 전기차 대신, 수익성과 대중성을 우선하는 현실 노선으로 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기차 후퇴라기보다 속도 조절로 본다. 전기차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 전기차 판매가 48% 증가했다.
다만 미국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정책 환경은 여전히 부담이다.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됐고, 충전 인프라 구축도 더디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의 전략 수정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택한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포드의 전기차 전환의 방향은 바뀌지 않지만, 속도와 방식은 재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며 "포드 사례는 전통 완성차 업체가 겪는 전기차 전환의 시행착오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