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국회대로를 지나다 보면 “국회대로 도로다이어트 구간 조성공사”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출퇴근길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멀쩡한 도로를 왜 또 파느냐?”, “세금이 남아서 그러나”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서부간선도로도 비슷하다.
성산대교를 지나 금천나들목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지하화 이후 상부 공간 정비가 이어지면서 “이것도 결국 도로다이어트 공사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매일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운전자로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대로는 이름 그대로 도로다이어트 사업이다. 서부간선 상부 공사는 공식 명칭은 다르지만, 일반도로화와 친환경공간 조성을 통해 도로 기능을 다시 배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도로다이어트 성격을 갖는다.
도로교통공단, 부산 서면 교차로(이륜차 사고 다발 구간)
자동차 중심 공간 일부를 보행, 자전거, 녹지와 같은 생활 기능으로 나누고, 단순 통과도로를 시민이 머물고 건너는 도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운전자 관점에서 불편과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서부간선도로는 오랫동안 출퇴근길 상습정체 구간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그런 길을 다시 공사하니 “왜 더 불편하게 만드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의 핵심은 차를 괴롭히자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만 빠르게 통과하던 길을 시민의 안전, 보행 편의, 도시 연결성을 함께 고려하는 길로 바꾸자는 데 있다.
또 한 가지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도로 재편 공사는 지자체가 임의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차로 조정·신호 변경·횡단 시설 설치 등 교통운영과 직결되는 사항에 대해 시·도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
과속방지턱 (네덜란드, 스마트 과속방지턱)
즉 도로를 줄이고 구조를 바꾸는 과정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교통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함께 검증받는 정책 행위다. 운전자들이 느끼는 불편과 걱정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지만, 최소한 아무 기준 없이 길을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결국 결과다. 도로다이어트가 성공하려면 보행 안전은 높이고 교통 흐름은 과도하게 해치지 않아야 한다. 공사 전후 통행속도와 사고 변화, 보행 편의, 시민 만족도 같은 성과를 객관적으로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설명은 부족한데 불편만 커지면 좋은 정책도 오해를 받게 된다.
도로는 자동차만의 통로가 아니다. 국회대로와 서부간선 상부 공사는 그 오래된 상식을 다시 묻고 있다. 도로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도시를 더 안전하고 덜 단절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시민이 그 변화를 납득할 수 있을 때, 도로다이어트는 비로소 공사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가 된다.
대구 동본리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이격 설치 (한국도로교통공단 제공)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carngo@gmail.com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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