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경수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정 모델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흥미로운 건 이 차를 중국서 만든 업체가 유럽 기업이라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 쿠프라의 전기 SUV 쿠페 타바스칸이 EU의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지만, 생산은 중국 안후이성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동안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기존 10% 관세에 더해 최대 20%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왔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이 왜곡됐다는 이유에서다.
쿠프라(Cupra), 타바스칸
그러나 타바스칸은 예외적으로 이러한 추가 관세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EU가 예외를 인정한 배경은 이 차가 EU 시장 교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타바스칸의 가격 정책과 판매 전략이 유럽 현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EU는 일정 조건을 전제로 이를 수용했다. 해당 모델에는 ▲판매량 제한 ▲최저 가격 유지 등의 조건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저가 공세로 시장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예외를 허용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폭스바겐은 중국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타바스칸은 중국 현지 공급망을 활용해 생산비를 낮춘 모델로, 관세 부담까지 줄어들 경우 가격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쿠프라(Cupra), 타바스칸
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추진해 온 이중 생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에서 비용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유럽 등 주요 시장에 공급하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예외 인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유럽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조건부 개방이라는 유연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가격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관세 정책 역시 일률적 규제에서 벗어나 세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유럽이 자국 산업 보호와 시장 경쟁 촉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는 신호”라며 “향후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진출 전략이 훨씬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