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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서 데이터로 전환”..전기차 시대, 엔지니어링 패러다임이 바뀐다!

BMW
2026-04-03 07:27
BMW i7 M70 xDrive
BMW, i7 M70 xDrive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전기차(EV)로 빠르게 이동하며, 차량 개발 방식이 과거의 기계적 엔지니어링에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기반의 통합 엔지니어링으로 전환되고 있다. 전동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3일 ‘KPMG 오토모티브 마켓 네비게이터(Automotive Market Navigator)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글로벌 차량 중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비중은 이미 45%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 우위가 내연기관 중심의 기계적 완성도에서 전기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통합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변화는 완성차 업계 뿐 아니라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배터리 효율 최적화부터 정교한 열 관리, 소음·진동(NVH) 제어, 공기역학 및 첨단 전장 시스템의 통합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조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존의 물리적 시제품(Prototyping) 제작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정교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활용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는 의미다.

전기차의 '정숙성'은 새로운 엔지니어링 난제를 파생시킨다. 엔진 소음이 사라지자 그동안 묻혀 있던 공조 시스템(HVAC)의 소음이 실내 음향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

여기에 대형 디스플레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전장 부품 탑재가 늘어나며 공조 장치가 들어설 내부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고성능과 저소음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가장 까다로운 지점은 법규 준수가 필수적인 '디프로스트(성에 제거)' 모드다. 최고 출력 시 발생하는 소음을 억제하면서도 성제 제거 성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

프리미엄 브랜드 BMW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뮬리아 파워플로우(SIMULIA PowerFLOW)'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 솔루션은 공기 흐름에 따른 공력 소음과 열 성능을 동시에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 HVAC 내부의 복잡한 회전 형상과 구조를 그대로 반영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BMW는 이를 통해 기존처럼 표면 마찰 등 간접 지표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디프로스트 시험을 버추얼 환경에서 시간 흐름까지 포함해 그대로 재현하는 방법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소음 발생 원인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음향 성능과 성에 제거 성능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었으며, 음압 레벨 기준 6~13dB(A) 개선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물리적 프로토타입 없이도 규제 시험 수준의 검증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개발은 더 이상 물리적 실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디지털 환경에서 수만 번의 가상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시뮬레이션 역량이 향후 브랜드의 감성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스트리아의 전기차 엔지니어링 기업 크라이젤 일렉트릭(Kreisel Electric)은 클래식카 '1971년형 포르쉐 910'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위력을 보여줬다.

극도로 제한된 차체 공간 내에 배터리 팩, 냉각 시스템, 기어박스 등 복잡한 전동화 부품을 통합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지만,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 플랫폼과 '일렉트로모빌리티 액셀러레이터(ElectroMobility Accelerator)'를 도입해 개발 과정을 단축하는 효과를 얻었다.

요구사항 정의부터 설계, 충돌 시뮬레이션,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일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한 결과, 개발 주기를 기존 대비 50%나 단축시켰다. 데이터 통합을 통해 소프트웨어 간 변환 오류와 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했다는 건 돋보인다.

업계에서는 크라이젤 일렉트릭의 사례를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축적된 설계 데이터를 향후 프로젝트에 재사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설계의 복잡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기반의 엔지니어링 역량은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루시드 루시드 에어Lucid Air
루시드, 루시드 에어(Lucid Air)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효율 최적화가 곧 제품 경쟁력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루시드는 전기차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공기역학적 항력과 기계적 마찰을 밀리미터(mm)와 0.1g 단위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저항 감소는 단순히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선순환’을 일으킨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면 더 적은 용량의 배터리로도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차량 무게 감소와 원가 절감, 다시 효율 향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는다.

‘루시드 에어 퓨어(Lucid Air Pure)’는 84kWh 배터리로 약 675km라는 압도적인 주행 효율을 달성했으며,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는 초고성능 가속 기록을 경신하며 성능과 효율이 양립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이제 자동차 개발의 승부는 공장이 아닌 설계 단계에서 이미 갈리고 있다"며 "버추얼 트윈과 통합 플랫폼 기반 엔지니어링을 얼마나 깊이 활용하느냐가 차세대 모빌리티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