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경수 기자]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 포드가 벼랑 끝에 섰다. 지난 수년간 전기차 전환을 진두지휘하며 혁신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핵심 경영진이 짐을 쌌다.
포드는 더그 필드 포드 최고전기차·디지털책임자가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애플과 테슬라를 거치며 하이테크의 상징으로 사내에서 추앙받던 인물이다. 그의 사임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포드의 전기차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풀이된다.
실제 성적표는 처참하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부문에서 무려 195억 달러(약 26조 9000억원)에 달하는 자산 상각을 단행했다. 팔수록 손해인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트럭으로 곳간을 채워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것이다.
포드는 조직을 ‘제품 생성 및 통합(Product Creation and Integration)’ 부서로 단일화하며 쿠마 갈로트라 포드 COO에게 전권을 맡겼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를 별도 조직으로 떼어놓던 기존의 ‘이원화 전략’을 폐기하고, 개발부터 제조까지 다시 하나로 묶어 비용을 쥐어짜겠다는 심산이다.
포드, 더 뉴 익스플로러
필드의 빈자리는 테슬라 출신 앨런 클라크 부사장이 메운다. 그는 포드 캘리포니아의 스컹크웍스 팀을 이끌며, 2027년 출시 예정인 3만 달러대 저가형 전기차 플랫폼(UEV)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싼 전기차가 팔리지 않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성비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이번 더그 필드 최고전기차·디지털책임자의 퇴임 배경을 두고 포드의 대규모 손실을 첫 번째로 거론하고 있다. 냉혹한 시장의 심판 앞에 결국 수익성이라는 현실로 회항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짐 팔리 CEO는 2029년까지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70%를 쇄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30년까지 차량 90%에 신규 전기 아키텍처를 도입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여전하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력 재배치만으로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라는 신기루를 쫓다 본업인 내연기관의 수익성마저 위협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