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경수 기자]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전략에 제동이 걸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결국 중국 업체 손을 잡았다. 자체 개발 대신 중국 전기차를 들여와 현지 생산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스텔란티스는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리프모터스와 합작을 통해 유럽 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6년 하반기부터 스페인 사라고사 인근 공장에서 소형 전기 SUV B10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전략 수정과 맞물려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격적인 전동화 계획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200억 달러(약 27조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전기 픽업트럭 램1500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철수했다.
대신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브랜드를 기반으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오펠, 푸조 등은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차별화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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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법으로 선택된 것이 중국 기술이다. 스텔란티스는 2023년 리프모터에 약 15억 유로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리프모터 인터내셔널이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개발된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번에 유럽 생산이 결정된 B10은 길이 약 4.5m급 소형 SUV로, 후륜 기반 단일 모터를 탑재해 약 218마력의 출력을 낸다. 배터리는 56.2kWh와 67.1kWh 두 가지로, 유럽 WLTP 기준 최대 43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스텔란티스는 이 모델을 시작으로 향후 3종 이상의 리프모터 전기차를 유럽에서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를 피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스페인 부품업체 합작사 리더오토모티브가 유럽 현지 부품 공급을 맡기로 했다. 단순 조립을 넘어 일정 수준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과거에는 유럽 업체가 기술을 주도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중국 업체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들이 더 이상 독자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협력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