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갤럭시 라이트(Galaxy Light) 2세대 콘셉트카, 2026 베이징모터쇼 (오토차이나 2026)
[베이징(중국)=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품질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던 중국 전기차가 이젠 ‘가성비’를 뛰어넘어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배터리, 소프트웨어, 수직 계열화를 통한 이 같은 고도화된 기술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축제로 불리며 10일간 열린 ‘2026 베이징모터쇼(오토차이나 2026)’에선 월드 프리미어(신차) 181대, 향후 자동차 산업의 디자인 등 방향성을 제시하는 콘셉트카 71대 등 총 1451대의 차량이 소개됐다. 전시공간 면적은 38만㎡로 축구장 50개가 넘는 수준으로 전시 부스 길이만 1.3km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이번 모터쇼를 통해 전기차의 디자인 뿐 아니라 한발짝 앞선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오펑 P7+ (2026 베이징모터쇼) (오토차이나 2026)
BYD는 영하 31.9~33.6도의 극한 환경을 구현한 특수 냉동고 속에 그룹 산하 프리미엄 덴자 Z9 GT, 팡청바오 브랜드 바오 3(Bao 3)를 넣고 충전을 시연했다. 혹한기에도 상온과 차이 없이 12분 만에 완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등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BYD가 공개한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두께를 최적화한 차세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10~97%까지 단 9분 만에 충전하는 ‘플래시 차저’ 기술이 적용됐다.
CATL이 선보인 LFP배터리 기반의 초고속 충전 성능이 적용된 3세대 션싱(Shenxing) 배터리는 잔량이 10~98%까지 충전하는 데 단 6분27초가 소요된다. 내부 저항을 업계 평균 대비 50% 수준인 0.25mΩ까지 낮추고, 냉각 면적을 4배 확대해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
니오(NIO)는 왜건형 ET5T 전기차가 스테이션에 진입하면 기계가 하부 배터리를 해체하고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전 과정을 보여줬다.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 배터리로 교체해 다시 체결을 완료하기까지는 불과 2분33초가 소요된다. 가솔린이나 디젤 등 5분 정도 걸리는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보다 빠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K-배터리 주자들이 주력으로 내놓은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다고 무시받던 중국의 LFP배터리는 고도화를 통해 저가형 뿐 아니라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CATL의 션싱 배터리는 전기 세단 기준으로 단 10분 충전만에 400km를 주행하고,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화재 안전성과 공간 효율 극대화 기술로 이미 상용화 단계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참고로, 중국은 내년부터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BAIC, 아크폭스 S3 (2026 베이징모터쇼) (오토차이나 2026)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력을 확보했다.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독보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차량 내부 전체를 거대한 스크린으로 구현하거나, 스마트폰과 연동을 구현하는 능력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BYD는 배터리, 반도체, 전기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직접 생산하는 등 공급망을 내재화한 점도 포인트다. 이 같은 수직 계열화는 생산 비용 절감 뿐 아니라 기술 업데이트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BYD는 이 같은 기술력 고도화를 바탕으로 1000만원대 보급형 차량부터 2억원대 양왕 U9 수퍼카에 이르기까지 전 라인업을 갖춰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베이징모터쇼에서 드러난 중국의 고도화된 기술력에 대해 알렝 파베이(Alain Favey) 푸조 CEO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차의 기술력은 높아졌지만, (베이징모터쇼에서 소개된) 수많은 (중국차의 디자인) 방향성은 획일적인 생각이 든다”고 중국 전기차를 폄하하기도 했다.
니오, 왜건형 ET5T (4세대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2026 베이징모터쇼) (오토차이나 2026)
사실 그런 면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기자가 직접 봐도 중국 전기차 세단은 LED 헤드램프 사이엔 가로바 형상의 디지털 라이트, 전기 SUV는 직선 라인이 강조된 박스형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브랜드는 서로 다르지만, 엇비슷한 디자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 트렌드는 중국 토종차에 국한된 건 아니다. 현대차나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파베이 CEO가 한 가지 간과한 점도 눈에 읽힌다.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미국 브랜드는 신차 개발 기간이 평균 8년이나 걸린다. 현대차그룹은 4~5년이 걸리는 데 이는 굉장히 빠른 속도다. 중국은 신차 개발 기간이 불과 2년 안팎이다. 자동차 소비자들이 디자인이 식상하다고 생각한다면, 마이너체인지(부분변경) 모델 등을 통해 곧바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화웨이 룩시드(Luxeed) S7 울트라 (2026 베이징모터쇼) (오토차이나 2026)
중국 신차 시장 규모는 연간 300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데, 중국 토종 브랜드가 중심인 전기차 시장은 작년에 1600만대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는 작년 대비 15% 성장한 190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출 규모로 치면 약 5334억 달러(약 720조원) 수준이라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기차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수직 계열화라는 축으로 무장한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중국 전기차는 이젠 가성비를 넘어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