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폐자동차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희유금속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폐자동차를 ‘움직이는 도시광산’으로 인식하고,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순환 산업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연구단체인 국회환경포럼(회장 이용선 국회의원)은 최근 창립 32주년을 맞아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폐자동차 자원순환 촉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용선 국회의원은 “폐자동차 자원순환산업은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산업”이라고 정의하며, “정부가 선도적으로 이를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힘을 보탰다. 김 위원장은 “국내에서 연간 약 75만 대의 자동차가 폐차되고 있다”며 “폐자동차에는 철, 비금속은 물론 희토류 등 다양한 희유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적절한 관리만 이뤄진다면 소중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체계적인 자원순환 촉진을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자동차를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연구단체 국회환경포럼, 폐자동차 자원순환 촉진 정책토론회
해외 사례를 통한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EU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미 자동차 분야의 생산자책임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2030년까지 순환경제 시장 규모를 80조 엔으로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순환자원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며 글로벌 동향을 전했다.
현행 자원순환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찬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속가능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플라스틱, 고무 등 수익성이 낮은 비유가성 물질은 재활용 비용이 수익보다 커 방치되고 있다”며 “현재 자동차 업계와의 자발적 협약은 실적이 한정적이어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EPR 강화와 함께 현재 5종에 불과한 유지보수용 재활용 부품 범위 확대를 제안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부총장은 “선진국 대비 낮은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한 기반 조성이 시급하다”며 “폐자원으로 취급받는 중고 부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 부총장은 탄소거래제 가격 현실화, 폐차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륜차 관리 체계 마련, 중고 부품 수출의 산업화 지원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폐자동차 자원순환의 핵심인 ‘선별 분리’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구체적인 실태 보고와 함께, 제도 변화에 대한 업계의 신중한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연구단체 국회환경포럼, 폐자동차 자원순환 촉진 정책토론회 (홍용표 한국기술융합연구원 박사 발표))
홍용표 한국기술융합연구원 박사는 최근 수도권 소재 폐차 사업장 3~4곳을 방문해 확인한 실태를 공개했다. 홍 박사는 “시트, 발판, 범퍼, 유리 등 분리 가능한 내외부 부품을 모두 탈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를 그대로 압축해 파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실태를 ‘비빔밥’에 비유하며 “비유가성 물질을 분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파쇄·분쇄하면 결국 재활용 과정에서 선별 비용이 폭증하게 되고, 이는 자원순환 전체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홍 박사는 또 “파쇄잔재물(ASR)을 최소화해 소각 비중을 낮춰야 하지만, 국내 폐차업계의 영세성과 수익구조 악화가 자원순환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수입업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치영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상무는 “국내 폐자동차 재활용률은 수년간 89%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며 “EPR 도입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재활용 산업 구조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환경포럼은 1994년 발족한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환경 관련 입법과 정책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