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67년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설립 당시엔 완성차를 제작할 만한 기술력이 부족했다. 이에 벤츠와 포드의 문을 두드렸지만 여의찮았다. 문전박대 당하면서도 현대차는 굴하지 않았다. 전 세계를 누빈 결과,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엔진과 변속기, 차체에 대한 기술을 전수받아 ‘포니’를 제작했다.
이후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출범해 자동차 수리 사업에도 뛰어들며 ‘국산 자동차’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998년 기아차까지 인수하며 국내시장을 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지독한 집념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 합금 블록 엔진인 6기통 기반의 ‘델타 엔진’을 개발해 냈다. 오늘날 ‘무식하게 튼튼한 엔진’이라고 회자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엔진이었다. 덕분에 델타 엔진을 장착한 투싼, 뉴EF소나타, 옵티마, 리갈 등은 ‘MADE IN KOREA’라는 이름표를 달고 북미 시장에 샛별처럼 등장했다.
국위 선양과 다름없었다. 콧대 높은 일제 차들이 장악한 북미 시장에서 당당히 ‘한국산 자동차’를 널리 알렸다. 지난날 현대차가 닦아 온 길과 현재 걷고 있는 길은 수많은 완성차 업체에 있어 모범답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전기차 전용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아이오닉 5’와 ‘EV6’, 고성능 브랜드인 ‘N’까지 연신 히트를 쳤다. 설립된 지 50년 만에 이룬 성과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덕분에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70%를 돌파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풍부한 옵션, 압도적인 기술력,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면서도 자동차 문화의 정착을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덕분에 국내 자동차 시장이 발전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수입차에 의존하던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 차량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로 거듭난 만큼 아쉬움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잦은 신모델 출시는 영업 이익에 분명한 이점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다. 쏟아져 나오는 부분 변경, 신모델로 인해 증가하는 이익은 충성 고객 수와 반비례한다.
현대차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그룹이다. 이에 더 멀리, 더 넓은 곳을 지향해야 한다. 영업이익에 시야를 국한하고 1보 전진에 총력을 다할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이미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충성 고객 확보에 전념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견은 최근 수입차 업체들의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추세로부터 시작됐다. 과거,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던 시절엔 AS 인프라가 매우 빈약했다. 덕분에 수입차 소유주들은 정비를 받기 위해 타지역으로 탁송을 보내거나, 부품을 수급하기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이 같은 고충에, 대한민국은 현대차의 광신도나 다름없지만, 지금의 상황이 바뀌었다. 수입차도 현대차 못지않게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상황이다. 더 이상 ‘유지 보수가 편리한 국산 차’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현대차그룹만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신제품 출시 간격을 늘리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차량 가격이 연일 우상향을 띄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해야 한다. 비싼 차량의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구입 후 운용을 했을 때 만족감, 오랫동안 신차효과를 느낄 수 있다면 자연스레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의 충성 고객은 늘어나지 않겠는가?
큰마음을 먹고 새 차가 구매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구형으로 전락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럴 바엔 소비자들은 몇 푼 더 주고 디자인 변경 주기가 길어 오랫동안 신차처럼 탈 수 있는 수입차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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