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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가득했던 그 시절, 현대차가 최초로 개발한 ‘후륜 조향 시스템’..특징은?

Hyundai
2024-08-01 07:10:30
현대 NF 쏘나타
현대 NF 쏘나타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최근 값비싼 고급 자동차에만 탑재되는 ‘후륜 조향 시스템’이 탑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라고 알고 있으나, 실은 1987년 혼다에 의해 개발됐다. 현대차도 2007년에 NF쏘나타에 적용했는데, 이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최근 값비싼 고급 자동차에만 탑재되는 ‘후륜 조향 시스템’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후륜 조향 시스템이란, 전륜의 조향각에 따라 후륜의 바퀴 또한 조향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1987년 혼다의 스포츠 쿠페인 프렐류드에 적용돼 상용화가 됐으며, 닛산의 경우 ‘HI-CAS’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비아, 스카이라인 GTR과 같은 고성능 차량에 적극 활용했다. 물리법칙을 기술로 극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NF 쏘나타 AGCS 광고 영상 갈무리
NF 쏘나타 AGCS 광고 영상 갈무리

최근에는 저속 주행 시 차량의 선회 각을 줄여주기 위해 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과거에는 고속주행 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로 사용됐다. 고속주행 시 뒷바퀴의 슬립 각이 커지면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뒷바퀴의 슬립 각을 줄여줘야 한다. 이에 뒷바퀴에 조향각을 줘 슬립 각을 줄이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었다

실제로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됐으나 잔고장이 많았고, 유지보수 비용이 꽤 들었다는 점. 부품값도 비싸 섣불리 옵션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적은 탓에,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새 단장을 마친 NF쏘나타가 ‘K-후륜 조향 시스템’인 AGCS(Actve Geometry Control Suspension)를 품고 돌아왔다. 당시엔 꽤 파격적이었다. 오늘날에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할 정도다. 콧대 높은 유명 완성차 업체들도 넘보지 못했던 옵션을 현대차가 중형 세단에 장착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AGCS 개발에 방향타를 잡은 이는 제네시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언구 前 현대차 부사장이었던 만큼, 단순히 보여주기식 기술이 아니었다. 기존의 기계식 방식과는 달리, ECU를 통한 전자제어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차속과 조타 각을 ECU가 판단해 급선회 시 차량의 외측 휠의 토우인 각도를 선회 방향 쪽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NF 쏘나타 AGCS 적용 차량 슬라럼 테스트
NF 쏘나타 AGCS 적용 차량 슬라럼 테스트

해당 옵션은 VDC와 어우러져 독보적인 운동 성능을 선보였다. VDC는 차량이 선회하는 도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체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로 ‘최후의 보루’를 담당했다. AGCS의 경우 차량의 선회능력을 증가시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 VDC가 작동되는 한계선을 더 늘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덕분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독일의 저명한 자동차 기술 전문 잡지인 ‘ATZ’에 특집으로 다뤄졌다. 특히 유럽의 EDIS에 논문까지 실렸고, 스페인 자동차 기술자 협회와 바르셀로나 모터쇼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기술혁신상을 받는 등의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당시 NF쏘나타의 최저가 모델은 2.0 수동 모델로 1754만원이었다. AGCS를 넣기 위해선 최소 2467만원인 ‘2.0 자동변속기 스페셜 최고급형 세이프티 팩’을 선택 후, 89만원짜리 옵션을 선택해 총 2556만원을 지불해야 AGCS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현대 NF 쏘나타
현대 NF 쏘나타

당시 시판되던 그랜저 TG 2.4 모델의 가격이 2643만원으로 AGCS를 탑재한 쏘나타와 87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섣불리 해당 옵션을 선택할 만한 소비자는 없었다. 시장으로부터 외면은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후륜 조향 기술은 꾸준히 발전돼 신형 G80 스포츠(RG3)에 ‘RWS’라는 이름을 가지고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으며, 현행 플래그십 차량인 G90에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