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의 앞길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는데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을 뒤엎어 보자고 결심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
9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경영에 복귀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최근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한탄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회장은 중국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시장 침투로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으로 대표되는 K 배터리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2, 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 나도 증설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과잉 투자와 함께 배터리 산업 생태계 종사자들이 제조업 본질 경쟁력을 무시한 것이 (전기차) 캐즘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술 및 공정개발을 통한 혁신,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미흡해 산업 전체가 캐즘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 전 회장은 특히 “지금 같은 전기차 캐즘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에코프로도 3, 4년 뒤 존망을 걱정해야 할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GEM과의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놨다.
양극재는 크게 광산,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 등 4개 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산업군간 벽을 헐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전 회장의 구상이다.
에코프로는 이미 포항에서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광물과 제련 공정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전 회장의 고민이었다. 광물을 확보해서 제련을 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반면 GEM은 인도네시아에 15만 톤의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제련소를 운영하면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맨 밑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GEM은 인도네시아에 QMB, 그린에코, 메이밍, ESG등 4개의 제련 법인을 운영 중이고 에코프로는 이곳에 이미 3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약 40% 이상이다. 니켈을 얼마나 저렴하게 조달하는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좌우된다. GEM과의 얼라이언스 구축은 니켈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라는 게 이 전 회장의 설명이다.
에코프로는 전구체와 양극소재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니켈 원소재를 수입해서 진행하는 황산화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 양극재 부문 글로벌 1위 업체다.
에코프로와 GEM이 양극소재 밸류체인에서 서로 강점을 가진 분야를 통합한다는 점에서 얼라이언스가 미칠 파괴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산업의 융합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올해 기초작업을 하고 내년에는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허개화 GEM 회장과 합의했다. GEM과의 얼라이언스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개화 GEM 회장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꼭 통합해야 한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미래는 이동채 전 회장 에코프로 직원 GEM 모두 승리자가 될 것이다. 이번 전략적 협력을 위해 모든 정력을 다 쏟아 붙겠다”고 화답했다.
K 배터리는 삼원계 기반으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그런데 중국이 주도하는 LFP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40% 안팎이다. LFP가 삼원계에 비해 20%가량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하는 OEM 입장에서 삼원계의 ‘성능’ 보다 LFP의 ‘저렴한 가격’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원계 입장에서 원가 인하가 당면 과제인 것이다.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는 GEM의 제련소를 통해 니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에코프로 기술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시장 파괴’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가 캐즘에 빠진 K배터리의 부활을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산업 대혁신을 이루게 된다. 삼원계 배터리가 몇 년 내 새로운 형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소재별 비중은 LFP 배터리가 46.4%(2019년 4.9%), NCM 배터리는 40.2%(2019년 59.7%),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는 13.4%를 차지하고 있다.
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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