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독일)=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전기차의 대중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춘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연료전지내에 연료로 투입된 수소와 공기중의 정제된 산소가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전기 에너지가 인버터를 통해서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전기차를 연상시킨다.
FCEV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양산되기 시작한 현대차 넥쏘를 비롯해 토요타 미라이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현대차의 FCEV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이는 형국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등 수많은 유명 브랜드 역시 20여년 전부터 FCEV 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BMW는 오는 2028년에 FCEV 등 수소 구동 시스템이 탑재된 양산형 버전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쯤되면, 현대차 넥쏘는 2세대, 3세대 모델이 투입될 전망이다.
BMW가 ‘2028년’이라고 콕 짚은 건 수소차의 안전성 입증 뿐 아니라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가 확대되는 싯점과 맞물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게 기자의 분석이다. BMW의 수소기술을 총괄하는 위르겐 굴트너 박사도 비슷한 견해다.
BMW는 과거 연구개발용으로 사용된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를 베이스로 한 FCEV를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데, 지금은 X5를 기반으로 한 ‘iX5 하이드로젠(iX5 Hydrogen)’ 파일럿 모델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참고로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에는 BMW의 5세대 eDrive 첨단 기술이 채택됐다.
■ X5 디자인 그대로..수소주입구 적용
수소연료전지차 연구개발용에 속하는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의 스타일은 X5 모습 그대로다. 사이즈를 키운 키드니 그릴과 헤드램프는 디자인 밸런스가 조화롭다. 범퍼 좌우에 에어프런을 뒀는데, 이는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설계에 따른 때문이다. 프론트 브레이크 장치인 디스크의 열도 식혀주는 역할도 맡는다. 고속주행이 이어지는 경우 디스크는 800~1000도를 오르내린다.
윈도우 라인은 윈드스크린에서 뒷쪽으로 갈수록 좁게 보여 다이내믹한 형상인데, 크롬 대신 블랙 컬러가 적용돼 강한 인상이다. C필러 하단 우측 사이드엔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주입구가 자리한다. 수소탱크는 6kg의 수소가 들어가는데, 주입 시간은 3분이면 족하다. 주행거리는 WLTP 기준으로 504km 거리를 한번에 달릴 수 있는 정도다. 현대차 넥쏘의 경우엔 8.3kg의 수소가 투입되며, 609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 모델엔 22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 피렐리 타이어가 탑재됐는데, 앞쪽은 275mm, 뒷쪽은 315mm의 대형 사이즈다. 편평비는 30~35시리즈로 세팅됐다. 연구개발차 파일럿인 만큼 스포츠카 못잖도록 달리기 성능에 비중을 둬 세팅된 건 포인트다.
■ 한없이 부드런 주행감...달리기 펀치력 ‘눈길’
BMW 측은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을 통해 FCEV는 배터리 순수전기차(BEV)에서 사용하는 구동 시스템을 보완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내연기관차(ICE)의 뒤를 이어 사용할 기술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만큼 파워트레인은 후륜에 장착된 드라이브 유닛과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다. 파워트레인에는 전기 모터와 변속기, 파워 일렉트로닉스를 소형 하우징에 통합한 5세대 BMW eDrive 기술이 적용돼 최고출력 401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불과 6초 이하다.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은 탑승 후, 시동이 활성화되면,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는 그저 적막한 정도로 조용할 뿐이다. 정숙함은 그저 순수전기차를 빼닮은 감각이다. 시트 포지셔닝은 살짝 높게 세팅됐는데, 상하 전동 조율이 가능하다.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의 페달 답력은 살짝 하드한 쪽이다.
풀스로틀이 아니더라도 액셀러레이팅은 민첩한 반응이다. 차체 중량은 3톤에 가깝지만, 정지상태에서 툭 튀어나갈 때는 ‘노즈 업’ 현상도 어렵잖게 느끼게 한다. 출력이 당초 생각 이상으로 파워풀하다는 의미다.
뮌헨 외곽 도로에서의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의 주행감은 한업이 부드러운 승차감에 정숙한 감각이 돋보인다. 현대차 넥쏘를 연상시킨다. 속도를 더 높이면 모터가 빠르게 회전하는 고주파음이 들이지만, 불편함은 없는 정도다.
주행 중 순간적으로 풀액셀을 통해 가속감을 높이면, SUV이면서도 스포츠카 못잖은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토크가 뛰어난데다, 401마력이라는 시스템 출력을 지녀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 BMW 만의 ‘펀-투 드라이빙’ 맛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iX5 하이드로젠 파일럿은 지금으로선 수소연료전지차 연구개발용 시험차량에 속하지만, 주행감이나 승차감, 달리기 성능 등을 감안할 때, 지금 현싯점에서도 양산을 시작해 판매한다 손치더라도 상품성엔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이다.
■ BMW iX5 하이드로젠의 관전 포인트는...
사실 수소차는 전형적인 미래 모빌리티로 꼽힌다.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친환경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궁극의 수소차로의 이동 과정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나 전기차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친환경차에 속하면서도, 화재 발생 시 열폭주 현상으로 캐즘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수소연료전지차 역시 수소탱크의 폭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수소탱크는 그러나 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수소가 폭발이 아닌 찢어져서 서서히 배출돼 기화된다. 그래서 총격이나 충격, 화재 등으로 인한 폭발 위험성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BMW는 오는 2030년까지는 순수전기차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차가 더해진다면, 탈탄소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BMW는 20여년간 토요타와 함께 FCEV를 개발해왔는데, 향후 현대차와도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공유하고자 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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