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가장 치열한 수입 E세그먼트(준대형)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E클래스가 새 단장을 마치고 출사표를 던졌다. 역대 가장 풍부한 옵션을 품었음에도,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가장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는 만큼, 압도적인 상품성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6기통 가솔린 엔진과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한 최상위 트림인 E450 4MATIC 익스클루시브를 시승해봤다.
■ 고급 차로써의 면모를 갖춘 파워트레인..의심의 여지 없어
E450은 배기량 3000cc 6기통 가솔린 엔진과 9G-Tronic 자동 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381마력, 최대 토크는 51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새벽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 E450과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정차 시에도 불쾌한 진동은 느낄 수 없었으며, 공회전 시의 방음 대책도 동급 대비 뛰어난 수준이다.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뀐 후 가속페달에 발을 지긋이 올리자, ”벤츠는 1억부터"라는 업계의 전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는 9G-Tronic 미션의 똑똑한 로직과 발 빠른 반응성 덕분이다. 다른 차들과는 달리,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기어비의 폭이 큰 편인데, 가속페달의 전개량을 평상시의 주행 수준으로 밟을 경우 통상적인 구간에서 변속을 마친다. 허나 전개량을 늘릴 경우, 6기통 엔진의 토크 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변속의 타이밍을 늦춰 부드러운 가속 필링을 선사한다. 아울러 풀 액셀러레이터 시에는 고성능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신속한 변속을 이뤄낸다.
이 밖에도 엔진의 빠른 응답성도 칭찬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고급 세단의 경우, 엔진의 응답성을 한 박자 늦게 가져가 부드러운 승차감을 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E클래스의 경우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기만 해도, 엔진이 발 빠르게 반응하면서도 영리한 응답성을 자랑한다.
이후 고속 주행 평가를 위해 경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사실상 GLE450에 탑재되는 M256 엔진이 탑재된 만큼 출력이 ‘차고 넘치는 수준’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출력의 부족함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엔진의 사운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차량의 지향성을 감안해 보면, 고 RPM 영역에서의 엔진 사운드는 다소 거친 수준.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연출했다면 E450만의 캐릭터가 더욱 분명해졌을 것이다.
■ 동급 대비 유일한 에어서스펜션..승차감도 가장 독보적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준대형 수입차 중 유일하게 기본 옵션으로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한 차량은 E450뿐이다. E300의 경우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하지만, 옵션 가액이 상당한 만큼 상품성은 다소 떨어진다.
E450의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요철 및 불안정한 노면에서는 다소 튀어 오르는 승차감을 연출하는데, 이는 주행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한 벤츠의 '선택과 집중'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급격한 핸들 조작에도 불쾌한 롤링은 일절 느낄 수 없다. 다만 그 세기가 다소 강한 편으로, 물침대와 같은 승차감을 기대한 소유주라면 '아쉬움'을 표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에어서스펜션의 진가는 반면 고른 노면과 방지턱, 고저 차 구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구름 위를 떠 가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품이다. S클래스 승차감의 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동급 차량 대비 가장 뛰어난 정도라고 서술할 수 있다. 특히 고속 주행시 범핑 구간을 지날 때면, 탑승자가 모두 감탄사를 내뱉는 진귀한 경험도 가능하니 말이다.
다만 고속 주행 상태에서 피칭 시의 움직임 폭은 꽤 큰 편이다. 이는 승차감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고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단단하면서도 고속 주행 시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연출해, 탑승자의 입가에 미소를 가득 채우는 점은 장점. 과도한 움직임 탓에 운전자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은 단점으로 볼 수 있다.
■ 디자인
11세대 E클래스는 역대 차량 중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애매한 헤드라이트와 벤츠 로고가 형상화된 테일램프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다만 실제로 보면 다르다. 6각형으로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LED 라이트를 품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연출한다. 아울러 사람의 눈썹을 형상화한 LED 헤드라이트와 날카로운 차체의 캐릭터 라인은 날렵함을 더한다.
측면부의 경우 꽤 고풍스러웠다. S클래스의 고급스러움을 연출하면서도, CLS의 유려함을 담아낸 모습이다. 날카로운 A필러부터 완만한 B필러, 쿠페를 연상케 하는 C필러는 경쟁 차량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후면부의 테일램프 디자인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그래도 전면부 대비 잘생겼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단아한 디자인이 채택됐으며, 6기통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배기구가 숨겨져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실내는 경쟁 차량 대비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슈퍼스크린 덕분에 가장 독보적인 인상을 자랑했으며, 가죽의 소재도 꽤 고급스러운 수준. 메인 디스플레이 하단부에 위치한 물리 버튼도 적재적소 했으며, MBUX 내의 조작부도 굉장히 간편했다. 아울러 보조석에 마련된 보조 스크린으로, 주행 중에도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웹서핑과 음악 감상, 차량의 주행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기능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마감 수준과 헤드라이닝에서 들려오는 고주파음 등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에 감탄하면서도, 손으로 마감재를 누를때 들려오는 '빠드득' 소리에 확 깬다. 마감 품질의 경우 경쟁 차량 중에서도 가장 뒤처지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 상품성
E450의 소비자층은 분명하다. 6기통 엔진과 에어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을 만끽하면서도, S클래스와 같은 '대형 차량'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사실상 경쟁 차들과 비교도 불가능하다. 세그먼트의 범주만 동일할 뿐, '전혀 다른 차'라고 볼 수 있다. 옵션도 찾아볼 필요도 없다. 사실상 마이바흐에 탑재되는 '매직 마디 컨트롤'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탑재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상품성은 의심치 않아도 된다. 벤츠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연기관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오너드라이븐 차량을 찾고 있다면 E450을 강력히 추천한다.
E450 4MATIC+ 익스클루시브 모델의 국내 출시 가격은 1억 2300만원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클래스가 다른; 자동차 뉴스 채널 데일리카 http://www.dailycar.co.kr 본 기사를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밝히셔야 하며 기사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