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문제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래된 경유차는 대기 중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국민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조기폐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노후 경유차의 퇴출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폐차만으로는 자원 낭비와 탄소 배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친환경 정비를 통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후 경유차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미비해 많은 양의 미세먼지와 NOx를 방출한다. 이로 인해 도시 대기질은 악화되고,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 폐차 시점까지 기다리기에는 환경오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기폐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조기폐차를 통해 신차 전환을 유도하면 대기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폐차 장려는 오히려 자원 낭비와 신차 생산으로 인한 추가 탄소 배출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노후 경유차는 친환경 정비를 통해 배출가스 성능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정비로 환경 부담을 낮추며 운행을 지속하는 방법도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폐차와 친환경 정비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기폐차 대상 차량을 심사해 친환경 정비가 가능한 차량에는 정비 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절약하고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막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조기폐차와 친환경 정비를 병행하며 환경과 자원 절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해가고 있다.
일본은 대표적으로 노후 경유차의 조기폐차와 함께 친환경 정비가 가능한 차량을 대상으로 정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정책을 통해 도쿄와 주요 도시들은 미세먼지와 NOx 배출을 약 30% 감소시키며 대기질 개선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역시 조기폐차와 친환경차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조기폐차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유도하면서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노후 경유차는 정비를 통해 운행을 연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균형 잡힌 정책은 캘리포니아의 대기질 개선에 기여했으며, 도심 미세먼지 농도를 약 25% 낮추는 효과를 냈다. 독일은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저공해존(LEZ)을 도입해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면서도 조기폐차와 정비 지원을 병행하여 대기질을 개선하고 있다.
LEZ는 차량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구역으로, 독일 내 주요 도시에선 이 제도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는 친환경 정비를 통한 연장 운행이 조기폐차와 자원 절약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해법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대기질 개선을 위해 조기폐차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폐차 대신 정비를 통해 운행 연장이 가능한 차량에 대한 관리와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배출가스 검사와 성능 평가를 거쳐 친환경 정비가 가능한 차량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정비 지원을 강화한다면 자원 낭비와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대기오염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선 노후 경유차에 대한 무분별한 조기폐차보다는 친환경 정비와 폐차 정책의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전 수소경제위원회 위원)carn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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