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다시 한번 자동차 역사의 큰 획을 그어냈다. 530e의 탑재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현재 양산 차에 탑재된 시스템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 배터리로만 실 주행거리가 110km에 육박하면서도, 6기통 못지않은 부드러운 필링부터 다이나믹한 승차감까지 연출해 냈다. 이러한 평가는 E세그먼트(준대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낭만과 친환경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BMW에게 박수를 보낸다.
■ PHEV의 모범답안, 배터리로만 최대 110km 주행..뛰어난 발진 성능은 ‘덤’
530e는 배기량 2000cc 4기통 가솔린 엔진과 CATL사의 고전압 배터리, 전기 모터와 ZF사의 8단 트랜스미션이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99마력,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6.4초에 불과하며 공인 연비는 리터당 15.9km에 달한다. 사실상 만능에 가깝다. 꽉 막힌 도심에서는 전기차처럼, 한적한 교외에선 배기음을 뽐내며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기존 PHEV 차량들의 경우, 전기 모터로 주행 중 엔진이 개입하게 되면 불쾌한 진동과 소음이 발생했다. 아울러 동력이 전환됨에 따른 가속 지연 현상도 큰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BMW는 신기할 정도로 이 같은 단점들을 해결해 냈다. 의식하지 않는 이상, 진동과 소음으로 엔진이 개입됐다는 사실을 운전자가 알아차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시내 구간에서는 엔진이 동면에 들어간다. 깨우기 위해서는 페달을 50% 이상 밟아야 하기에, 일상 주행에서는 전기차나 다름없다. 엔진이 가동되더라도 불쾌함은 느낄 수 없으며, 오직’짜릿함’이 운전석을 가득 채운다. 효율도 뛰어나다. 공조기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평균 주행 속도는 50km 남짓. 순수 전기 주행 모드로 주행 결과 전비는 6km/kWh로 책정됐다.
환경부 기준 1kWh당 완속 충전 비용은 324.4원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시승을 진행한 10월 다섯째 주의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600원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히 계산해 보면, 1리터 주유 비용으로 4.93kWh를 충전할 수 있으며 주행 가능 거리는 29.58km에 달한다.
이내 530e와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속력은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부스트 모드를 활용하면 전기차 못지않은 폭발적인 가속력을 만끽할 수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배터리를 전부 소진한 상태라면 내연기관 300마력대 차량 대비 많이 뒤처진다.
아울러 가상 엔진 사운드는 생각보다 이질적이다. 생각보다 과했으며, 음색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물론 운전자의 입맛에 맞춰 전원을 끌 수 있기 때문에 큰 단점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 RPM 영역에서의 다이나믹한 엔진 사운드를 굳이 SF영화 속 효과음 같은 촌스러운 음원으로 덮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 예술에 가까운 고속 안정성..요철 승차감은 부드러워
530e는 전면부에 코일 스프링을, 후면부에는 에어 스프링을 장착했다. 벤츠와는 다르게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과도하지 않았으며, 담백하고도 기본기에 충실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20인치의 큼지막한 휠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방지턱을 세게 넘어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공차중량이 높은 만큼 무게감이 꽤 느껴졌다. 급격한 연속 헤어핀에서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급격한 제동 시에도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다만 5시리즈의 목적성을 생각해 보면 꽤 뛰어난 수준.
특히 고속 영역에서도 피칭과 롤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속도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급한 차선 변경 시에도 기차가 레일을 돌아나가는 듯한 완벽한 거동을 보인다.
시트의 착좌감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럼버 서포트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 있어 적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신장이 크지 않은 운전자라면, 다소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급스러운 승차감은 아니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의 정석이라 부를 수 있겠다. 모든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뽐내며, 추후 LCi 모델은 한층 더 완성도 높은 승차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디자인
우선 5시리즈의 경우, 전장 5060mm. 전고 1515mm, 전폭 1900mm 축거 2995mm를 자랑한다. 이는 벤츠 E클래스의 사이즈 전장 4955mm, 전고 1475mm, 전폭 1880mm, 축거 2960mm 대비 전장 40mm, 전고 20mm, 전폭 105mm, 축거 35mm가 작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5시리즈 중 가장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애매한 헤드라이트와 높은 그릴 탑에 전면부는 좁아 보이며, 측면부는 윈도우 라인이 높아 ‘둔’ 해 보인다. 반면 후면부의 경우 수평 형태의 테일램프 디자인을 채택했다. 덕분에 실제 사이즈 대비 한층 더 커 보이는 모습이지만, 전면부의 인상과는 상반돼 적응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기괴했지만, 막상 적응이 되니 예뻐 보인다. 단, 어두운 색상만 말이다. 블랙과 네이비, 그레이 색상이 칠해진 5시리즈를 보다가 ‘흰색’이 칠해진 차량을 보면 거부감이 들 정도다.
반면 20인치 휠을 꽤 고급스러웠으며, 리어 가니쉬도 꽤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전면부 그릴에 수 놓인 아이코닉 글로우도 칭찬할 만하다.
실내의 경우, 인터랙티브 바를 중심으로 일직선 형태의 레이아웃이 채택됐다. 자사의 최신 패밀리룩을 충실히 담아냈으며, 크리스털 변속기부터 조그 다이얼 등 메인 조작부의 형상도 고급스럽다. 다만 비상 지시등이 터치 타입으로 돼 있다. 큰 불편함은 없지만, 간헐적으로 터치가 잘 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으로 전작에 장착된 물리 버튼을 훔쳐 오고 싶을 정도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접근성과 조작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폰 프로젝션 기능이 마련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음질은 매우 처참했다. 하만카돈사의 스피커가 장착됐는데, 고음 영역에서는 귀가 아팠다. 또 저음 영역에서는 심심했으며, 이따금 소리가 뭉개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저 국산 준중형 세단의 스피커를 그대로 가져와, 로고만 바꿔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총평
오직 파워트레인만 보고 530e를 구입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스포티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파워트레인, 뛰어난 경제성까지 갖춘 만큼 여유만 있다면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달리고 싶을 때는 스포츠카처럼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시판 중인 E세그먼트 중 유일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임과 동시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수용하면서도 자사의 지향점을 온전히 담아낸 530e를 강력히 추천한다.
530e M 스포츠의 출고가는 9220만원으로 프로모션 적용 시 실 구매가는 8520만원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클래스가 다른; 자동차 뉴스 채널 데일리카 http://www.dailycar.co.kr 본 기사를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밝히셔야 하며 기사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