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중형 SUV의 베스트셀링카 BMW의 X3가 새 단장을 마쳤다. 강화된 옵션을 비롯해 세련된 얼굴은 기본 덕목. 전 라인업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적용돼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솔린 엔트리 트림 기준, 벤츠 GLC 대비 1100만원 저렴한 만큼 ‘압도적인 전투력’이 돋보인다.
X3의 전반적인 승차감도 꽤 만족스러웠다. BMW 특유의 고속 안정성을 뽐내면서도, 패밀리카의 성향이 뚜렷한 특성을 반영해 부드러운 거동을 연출했다. 반면 세단의 묵직하고 민첩한 핸들링 감각을 기대한 소비자의 경우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 조용하고 부드러운데 빠르기까지?..탐나는 파워트레인
기자가 시승한 M50 모델은 배기량 3000cc의 6기통 터보 엔진과 ZF사의 8단 미션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최고 출력은 381마력, 최대 토크는 59.7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4.6초밖에 소요되지 않으며 최고 속도는 215km에서 제한된다. 이 같은 성능에도 복합 기준 연비는 10.6km로 효율성도 돋보인다.
BMW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일상 영역에서는 부드러운 필링을 선사하면서도, 악셀러레이터에 발을 지긋이 올리기만 하면 우렁찬 배기음과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디젤차 못지않은 두터운 토크 밴드를 갖췄음에도, 전기차에 준하는 부드럽고 정숙한 필링을 연출해 낸 점도’입이 닳도록‘ 칭찬할 만하다.
가속력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귓가를 가득 채우는 아이코닉 사운드를 만끽하며 ‘패들 시프트’를 두어 번 누르면 속도계는 세 자릿수를 가리킨다. 체감상 가장 비슷했던 차량을 꼽자면 M340i라고 할 수 있겠다. X3가 살짝 빠르거나 비슷한 수준. 물론 코너링 능력은 다소 뒤처지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
■ 많이 부드러워진 승차감..‘양날의 검’은 필연적
생각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당황스러웠다. 기존 BMW가 선보인 차량과 비교하면 꽤 파격적인 수준의 변화다. 세단에 준할 정도인데, 도심형 SUV로써의 입지를 굳혀 나가겠다는 BMW의 의지로 풀이된다.
도심에서의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요철시에는 비교적 ‘거친’ 움직임과 소음이 들리지만, 경쟁 차량과 비교해 볼 경우 ‘몇 수’는 앞선 수준이다. 스티어링휠의 조향감은 생각보다 가벼운 편이다. 스포츠 모드를 변경해 봐도 비슷했다. 20i 혹은 20d 모델이 아닌, 고성능 라인업인 M50 모델임을 감안하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고속 주행 시 BMW만의 ‘쫀쫀함’도 덜 한편. 반면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하기에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코너링 시의 거동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특정 임계치까지의 움직임은 부드럽지만, 그 수준을 넘어설 경우 ‘불필요한 거동’은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이따금 요잉이 느껴지긴 했지만, 운전에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다.
SUV 치고는 잘 달리는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경쟁 차종 대비 가장 뛰어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겠다. 허나, BMW만의 색채가 옅어지는 것 같아 다소 아쉬울 뿐이다.
■ ‘M 패키지는 필수..일반 모델의 디자인은’글쎄‘
X3의 제원은 전장 4755mm, 전폭 1920mm, 전고 1660mm, 축거 2865mm다. 이는 전작 대비 전폭과 축거가 각 30mm, 65mm 늘어났으며, 전고는 15mm 낮아진 수준이다. 이에 자칫하면 밋밋한 디자인이 연출될 여지가 다분했다.
우려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물론 디자인은 개인의 취항차이긴 하지만, 기본형 모델의 디자인은 납득할 수 없었다. 각진 그릴과 헤드라이트를 품었음에도 범퍼의 가니쉬와 하단 인테이크를 유선형 위주로 디자인해 다소 어색했다.
반면 M 패키지를 장착한 차량의 완성도는 상당했다. 차체의 전반적인 캐릭터를 확고히 연출해 냈으며, 누가 봐도’스포츠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차량임을 알 수 있다. 특히 M50에 장착된 21인치 휠은 애프터마켓에서 제작했다고 믿을 정도로 세련됐다. 아울러 안전벨트와 핸들에 수 놓인 M의 시그니처 컬러 조합도 마련된 만큼, M 패키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졌다.
실내의 경우 최신 BMW의 패밀리룩을 훌륭하게 연출해 냈다. 무광 플라스틱 소재의 트림 덕분에 단정한 느낌이 들면서도, 인터렉티브 바의 연출 범위를 늘려 화려함까지 연출했다. 아울러 파노라마 글라스의 넓이가 광활하다. 차체의 루프를 유리로 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방감이 꽤 뛰어나며 2열에 탑승할 경우 ‘컨버터블’을 탑승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 ’제네시스가 옵션으로 밀리는 초유의 사태‘..착한 가격은 ’덤‘
4세대 X3에는 정전식 핸들을 필두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와 정면충돌 경고 시스템, 서라운드 뷰, 차로 유지 보조, 후방 충돌 경고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아울러 제네시스에서는’드라이브 어시스턴스 패키지 1‘을 선택해야만 추가되는 서라운드 뷰와 주차 어드밴스드 주차 보조 시스템이 기본 옵션이다. 아울러 ‘드라이브 어시스턴스 패키지 2’에 포함된’차선 변경 보조 기능‘까지 기본으로 장착되며,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와 1열 통풍 시트, 사륜구동 시스템도 기본 사양이다.
GV70과는 다소 가격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하다. 하지만 GV70의 옵션을 X3와 유사한 구성할 경우 그 폭이 약 6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X3의 경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탓에 체감상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독일 출신의 콧대 높은 BMW가 이 정도의 옵션 구성을 이 가격대에 출시했다는 건 꽤 파격적이다. 이는 나날이 높아져 가는 국산 차 가격과 대비되는 것. 국내 소비자들에게 있어 희소식이나 다름없다. BMW의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되길 바란다.
X3의 국내 출시 가격은 20 xDrive 기준 6890만원, 20d xDrive 7270만원, M50 xDrive는 9990만원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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