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포드 익스플로러가 새 단장을 마쳤다. 전작 대비 더 광활해진 실내, 뛰어난 옵션, 세련된 외모를 갖췄음에도 착해진 가격은 ‘덤’이다. 사실상 적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며, 여타 수입차들과 비교해 봐도 뚜렷한 경쟁 대상이 없다.
주행 질감도 뛰어나다. 무단 변속기(CVT)가 장착됐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매끄러운 10단 자동변속기를 필두로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다운사이징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다만, 트림에 따라 시트 배열이 변경되는 점은 명확한 단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변속 방식도 꼭 개선돼야 한다.
■ 다운사이징에 대한 편견을 타파한 파워트레인
포드 익스플로러는 배기량 2300cc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이 합을 맞춘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304마력에 달하며, 최대 토크는 43kg.m를 발휘한다.
포드답지 않았다. 에코부스트 엔진은 동급 대비 뛰어난 출력을 뽐내면서도 거친 음색과 진동 탓에 많은 이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음과 방진 정책이 뛰어나 6기통 못지않은 주행 질감을 선사한다.
익스플로러와 고속도로에 올랐다. 본선에 합류하기 위해 가볍게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부족함 없이 밀어주는 가속력과 부드러운 필링이 돋보인다. 배기량 3800cc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팰리세이드보다 한 수 위다. 사실상, 일상 영역에서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평가는 무의미하다.
이에 미션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면, 10단 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변속 질감이 꽤 부드럽다. 독일 출신의 차들보단 다소 느린 편이다. 하지만 그 질감은 꽤 독보적인 수준. 무단 변속기 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기어비가 촘촘하게 세팅돼 있어 고속주행 시 공인 연비를 상회하는 효율도 돋보인다.
하지만 오르막길이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속페달을 전개할 경우 RPM을 높게 띄우는 편이다. 터보를 품은 에코부스트 엔진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함인 것을 감안하면 납득은 가지만, 이따금 불필요할 정도로 변속하지 않는 점은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추후 로직을 변경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인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도심에서는 익스페디션처럼, 한적한 교외에서는 머스탱처럼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익스플로러. 타면 탈수록 탐이 나는 차량이다. 하지만 경쟁 차들이 연이어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있는 와중, 오롯이 ‘순수 내연기관’ 모델만 투입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 핸들의 유격은 크지만, 진동과 소음은 ‘작아’..준수한 승차감
전반적인 승차감은 단단했다. 지난날 미국 차들의 행보와는 상반되는 수준이다. 덕분에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성이 뛰어나며, 도심구간에서도 준수한 승차감이 돋보인다.
이따금 측면 차대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은 다소 아쉬웠다. 요철 구간에서의 소음과 진동도 개선될 필요성이 돋보인다. 물론, 경쟁 차량과 비교해 봤을 때 절대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다. 해당 부분만 개선이 된다면, 완벽에 가까울 수 있는 차량인 만큼 아쉬울 뿐이다.
아울러 조향 시 핸들의 유격이 큰 편이다. 특정 각도까지는 반응도 한 박자 느리며, 10년 전 현대차의 MDPS가 떠오를 정도다. 큼지막한 덩치와 차량의 지향점을 감안하면 납득은 간다. 아울러 물론 적응이 되면 주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에 반해 핸들의 형태와 두께는 양산차 중 가장 완벽했다. 핸들만 떼어내서 가져가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꽤 무게감 상당해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하기에는 다소 적응이 필요한 편이다.
코너링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급격한 코너링 시에도 민첩한 거동을 연출한다. 언더스티어 성향이 짙게 묻어나면서도, 액셀러레이터를 전개할 경우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피칭과 롤링의 폭도 기분 좋은 수준. 덕분에 도심지역에서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승차감이 연출된다.
■ 오빠 차와 아빠 차를 아우르는 잘생긴 외모
익스플로러는 전장 5050mm, 전고 1780mm, 전폭 2005mm, 축거 3025mm로 아우디의 Q8과 비교해 봐도 각 45mm, 30mm, 10mm, 29mm가 큰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요소가 ‘옹기종기’ 자리 잡아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전면부를 살펴보면, ST 라인의 경우 검은색으로 마감된 그릴과 레터링을 통해 한층 더 날렵하게, 플래티넘의 경우 허니콤 형태의 메탈릭 실버로 마감해 세련된 이미지가 돋보인다.
이 밖에도 두 트림 간 차이는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익스플로러의 디자인 완성도가 꽤 높은 덕분에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만족도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측면부는 호평받았던 전작의 디자인을 다듬은 수준. 후면부는 새로운 후미등을 적용해 신차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실내 디자인은 꽤 파격적이다. 포드 특유의 투박하고도 촌스러웠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내에 적용된 가죽의 소재도 고급스러웠으며, 촉감도 꽤 부드럽다. 하이 글로시도 최대한 배제하고, 최신 트랜드에 발맞춘 소재를 적용해 유지관리 용이성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잡아냈다. 아울러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도 꽤 만족스러웠다.
메인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 다만 계기판의 접근성 역시 다소 떨어지며, 스티어링에 마련된 버튼류도 직관성이 부족하다.
■ 이것만 개선된다면 완벽할 텐데
가장 큰 단점은 기어 변속 방식이다. 여타 브랜드와는 달리 D단에서 R 혹은 P단을 체결할 때, 브레이크를 밟을 것을 요구하거나 기어 변경을 막지 않는다. 그저 기어가 선택되었음을 알리는 인디케이터와 함께 “기어 체결을 위해 속도를 줄일 것”이라는 안내창만 뜨게 된다. 이후 정차하게 되면 자동으로 기어가 체결된다.
이는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필히 강조된다. 기어노브를 돌릴 때의 필요한 힘도 꽤 약해서, 운전자가 실수로 R단 혹은 P단으로 체결할 여지가 다분하다. 아울러 패밀리카의 사용되는 목적성이 짙은 차량인 만큼, 동승석의 탑승한 아이가 실수로 조작할 수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주행 중 혹은 정차 시 기어가 변속됐다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강조된다. 햅틱 반응을 추가하던지, 기아차처럼 전자식 다이얼 타입을 도입해 변속 조건에 충족하지 않으면 아예 중립으로 변경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트림 간 시트 배열 구성도 변경돼야 한다. ST 트림의 경우 2+2+3 구조가 채택됐다. 덕분에 2열에서 3열로 이동할 때 폴딩을 하지 않더라도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다. 반면 플래티넘 트림은 2+3+3 구조를 채택했다. 덕분에 2열에 한 명이 더 탑승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3열 이동 시에는 폴딩을 해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시트의 배열을 선택한다. 이에 국산 차의 경우, 트림과는 상관없이 시트의 구조를 독립적으로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익스플로러는 트림에 국한돼 있다. ST라인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더라도, 시트의 구성 때문에 플래티넘 트림의 선택이 강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소비자층 확대를 위해 저마다의 매력이 가득한 두 가지의 트림을 선보였음에도, 시트의 구성은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 적수 없는 완벽한 가격..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
익스플로러의 국내 출시 가격은 ST 트림 기준 6290만원, 플래티넘 트림은 6900만원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2.2 디젤 4륜 모델 기준, VIP 패키지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장착했을 때의 가격은 5876만원이다. 이는 익스플로러와 414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산 차 못지않은 옵션 구성을 품었음에도 가격은 매우 착하다. 오히려 전작 대비 더 저렴해진 상황이다. 대형 SUV 구매를 염두하고 있다면, 익스플로러는 최상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김경현 기자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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