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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Volvo
2025-01-17 16:50:10
볼보 V90CC
볼보 V90CC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볼보의 헤리티지와 미래의 지향점을 온전히 담아낸 V9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과 같은 부드러움과 SUV의 활용성을 품었다. 여기에, 독일 출신 완성차들의 스포티함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도 품은 만큼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는 파워트레인..부드러운 필링은 ‘덤’

볼보 V90
볼보 V90

V90 크로스컨트리는 배기량 2000cc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합을 맞춘다. 최고 출력은 246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단 7.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반적인 엔진의 필링은 매우 부드럽고 정숙하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터보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토크 밴드가 넓은 점도 장점이다. 액셀러레이터 전개 시의 반응성도 만족스러웠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발진 성능이다. 배기량과 공차중량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속도는 180km 부근에서 제한되며, 해당 속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말의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 덕분에 V90의 견인 능력은 2.4톤에 달하는데, 배기량 3000cc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기아의 모하비 대비 0.1톤이 앞선 수준이다.

볼보 V90CC
볼보 V90CC

다만, 엔진의 음색은 거칠었다. 8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됐음에도 발진 성능에 중점을 둬, 다른 차량 대비 주행 시 엔진 회전 수(RPM)가 높은 탓이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방음 및 방진 정책이 뛰어나 주행 시 불쾌함은 느낄 수 없었다. 이어, 매뉴얼 모드를 활용해 운전자가 변속에 개입할 경우의 반응은 한 박자 느리다. 하지만 차량의 목적성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공인 연비의 경우 복합 기준 11km/ℓ다. 실주행 시 트립 컴퓨터상 연비는 시내 기준 최저 7~9km/ℓ, 고속은 최대 14km/ℓ 수준이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왜건이 한정적인 탓에, 동일한 체급과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히 파워트레인의 수치로만 비교할 경우 꽤 준수한 성적표를 자랑한다.

우선 BMW 320i 투어링은 배기량 2000cc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으며, 최고 출력 187마력으로 복합 연비는 11.9km/ℓ다. 이는 V90 대비 최고 출력은 59마력 낮았으며, 연비는 0.9km/ℓ 앞선 수준이다. 이어 제네시스의 GV70 슈팅브레이크는 배기량 2500cc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최고 출력은 300마력으로 복합 연비는 10.7km/ℓ다. 이는 V90 대비 최고 출력이 113마력 높으며, 연비는 0.3km/ℓ가 낮은 수준이다.

320i 투어링과 G70 슈팅브레이크의 경우, V90 대비 두 체급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 낮에는 패밀리카, 밤에는 펀카로..적수없는 승차감 ‘주목’

볼보 V90CC
볼보 V90CC

본론에 앞서 V90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에는 인테그랄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아울러 타이어는 235, 50, 19인치가 적용됐다. 이는 장거리 주행 시에도 편안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세팅으로 볼 수 있다.

덕분에 실제 승차감도 뛰어났다. 정확히는 완성도가 높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높낮이 차가 있는 노면에서의 차체 움직임의 폭은 크지만, 잘 정제돼 고급스러워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됐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평가는 왜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상 동급 세단과 비교를 해봐도 더 우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속 주행 시에는 스포츠 세단을 탄 듯, 속도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안정감 넘치는 독보적인 승차감이 일품이다.

볼보 V90CC
볼보 V90CC

급격한 곡선 구간에 들어서자, 그 진가는 빛을 발했다. 큼지막한 차체와 무거운 공차중량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승차감을 연출해 냈다. 연속된 코너 구간에서는 다소 밀려났으나, 이내 노면을 움켜쥐고 이상적인 드라이빙 라인을 그려나가는 점은 매력 포인트다.

반면, 속도와는 상관없이 일정 각도 이상으로 조향을 할 경우 전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꽤 크다. 이에 바퀴는 이미 조향을 마친 상태지만, 프런트의 움직임은 반 박자 늦게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일상 주행 시 큰 문제는 없으며, 긴급한 회피 기동 상태시에도 지장은 없겠으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디자인

볼보 V90CC
볼보 V90CC

적어도 기자의 시선에서는 V90의 디자인이 멋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렇다고 못생겼다고 평가할 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으며,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임은 분명했다. 2016년 출시 직후,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화감이 들지 않는 점이 그 증거다.

출시 당시의 차들과 비교해 봐도 절대 뒤지지 않는 매력을 지녔음이 분명하다. 볼보의 패밀리룩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연출한 점 역시 칭찬할 만하다.

범퍼 하단부와 휀더, 사이드 스커트와 후면부 하단에 자리 잡은 플라스틱 가니쉬를 보디컬러로 마감했다면 어땠겠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 넓은 공간에 가득 채워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사운드 시스템도 뛰어나

볼보 V90CC
볼보 V90CC

V90은 전장 4960mm, 전고 1510mm, 전폭 1905mm, 축거 2941mm로 준대형 체급에 속한다.

1열과 2열 모두 동급 대비 뛰어난 공간감이 일품이다. 적재 공간은 560리터로, 2열 폴딩 시 최대 1526리터까지 늘어난다. 이는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의 적재 공간인 480리터 대비 16%가량 넓은 수준이다. 다만 전폭이 낮아 헤드룸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으며, 2열 센터 터널이 높아 5명이 탑승하기에는 다소 버겁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아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촌스러움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 우드그레인 트림부터 부드러운 촉감의 베이지색 가죽은 탑승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크리스털로 마감된 기어노브와 다이얼식 시동 버튼도 칭찬할 만하다.

시트 역시 완벽했다. 사실상 볼보의 주특기인 만큼, 장시간 운전 시에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마사지 기능도 탑재됐지만, 강도는 국산차 대비 약했으며 수입차와 비교할 경우 강한 편에 속한다.

볼보 V90CC
볼보 V90CC

반면 3 스포크 핸들은 매우 투박했다. 미적인 부분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조작성은 뛰어났지만,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아울러 무선 충전 패드는 필히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부각된다. 콤팩트한 사이즈의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상단의 수납함을 열어둬야 충전이 가능한데, 고정을 할 수 없어 주행 시 정상적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국산차 못지않았다. 티맵 오토를 적용한 덕분에, 굳이 폰 프로젝션 기능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경로 안내가 가능했다. 아울러 디지털 클러스터에도 연동이 되는 만큼 편의성이 매우 우수했다.

가장 백미는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다.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한 센터 스피커를 필두로 총 19개의 스피커가 장착됐는데 음질이 뛰어나다. 음색도 부드러웠으며 출력도 뛰어났다. 렉서스의 장착되는 마크레빈슨의 깔끔함과, 아울러 현대와 포르쉐 등에 탑재되는 보스의 풍성함을 잘 조율해 낸 모습이다.

■ 총평 및 가격

볼보 V90CC
볼보 V90CC

사실상 대안이 없다. 왜건의 불모지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볼보의 색채가 짙게 묻어난 V90을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입할 이유가 충분하다. 평상시에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때로는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날렵한 승차감을 연출해 낸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을만한 몇 안 되는 차량이 분명하다.

V90 크로스컨트리의 국내 출시 가격은 B5 AWD 얼티메이트 기준 78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