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됐다.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친환경성과 경제성 덕분에 선택하는 운전자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전기차를 타면서 새롭게 생긴 고민이 있다. 바로 배터리 문제다. 사고나 충격으로 배터리가 손상되면 대부분 교체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리가 가능할 것 같아도, 현재는 배터리 수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운전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2천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의 경제적 장점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를 떠올려 보면 엔진이나 변속기는 고장 나면 정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작은 손상에도 배터리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조사들이 배터리 수리보다는 교체를 선호하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어, 작은 손상에도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해야 하는 현실이다. 일부 차량의 경우 특정 셀(Cell)만 손상되어도 전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기아 EV6 스탠다드
배터리 교체는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을 더 한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폐배터리 문제를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할 수 있지만, 사고나 고장으로 교체된 배터리는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폐배터리 문제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배터리 수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앞선 노르웨이에서는 배터리 모듈(Module) 단위 교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운용하며,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리퍼비시(refurbish) 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일부 정비소에서는 배터리 팩을 분해해 손상된 셀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리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배터리 재사용 및 수리 센터를 늘려 환경 보호와 소비자 부담 완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모델
우리나라도 이제 배터리 수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배터리 손상 정도를 세분화하고, 일정 수준 이하의 손상은 정비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들도 배터리 팩 전체 교체가 아닌 모듈 단위, 셀 단위 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리퍼비시 기술도 활성화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손상된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적용하면 배터리 교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부와 정비업계가 협력하여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면 소비자의 부담을 덜 수 있고, 폐배터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수리와 유지보수가 가능한 정비소도 필요해지고 있다.
볼트 EUV (GM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 MPG)
노르웨이와 미국처럼 전기차 정비 전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기존 정비소도 전기차 특화 정비소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의 배터리 점검, 수리, 리퍼비시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전기차 보건소’ 개념을 도입하면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고 교체 비용을 줄이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자 가장 큰 비용이 드는 요소다. 운전자들도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 충전(100%)보다는 8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급속 충전 빈도를 줄이면 배터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KGM 무쏘EV
또한, 배터리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단순히 ‘교체’가 아닌 ‘관리와 정비’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배터리 수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정비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차량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르노 조에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전 수소경제위원회 위원)carn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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