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1916년 창립된 BMW 그룹은 109년간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1919년, 시험 비행사 프란츠 제노 다이머가 BMW IV 항공기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로 고도 9760미터에 도달한 것을 발판삼아 1929년에는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1959년에는 알렉 이시고니스가 설계한 소형차 ‘미니’가 영국 버밍엄에서 선보였다. 전륜구동과 가로 장착 4기통 엔진을 적용한 미니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민첩한 주행 성능으로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같은 해 모델 700을 출시해 1965년까지 19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1969년에는 모터사이클 생산을 베를린으로 이전해 현대적 투어링 모터사이클 시대를 열었으며, 1979년 BMW M1 미드십 스포츠카가 프로카 레이스에 데뷔하며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BMW, i7 M70 xDrive
1990년대에 접어든 BMW는 전기차를 포함한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오늘날 BMW의 전동화 전략의 초석을 다진 중요한 시기로 평가받는다.
첫 시작은 첫 프로토타입 전기차 ‘E1’이었다. 공차 중량 약 900kg, 최고 속도 120km/h, 정지에서 50km/h 가속하는 데 8초가 걸렸다.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약 100km였으며, 12V 배터리가 적용됐다. 오늘날 양산차와 비교하면 한참은 부족한 성능이지만, 오늘날 BMW 전기차 기술 발전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에는 실증 테스트용으로 생산된 전기차 ‘미니 E’가 공개됐다. 150kW 전기 모터와 35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속도 약 152km/h, 1회 충전 주행 거리 160km 이상을 기록했다. 같은 해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X6 및 7시리즈 액티브 하이브리드도 출시됐는데, 8기통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돼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BMW E1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에 돌입하기 위해 2011년 BMW는 1시리즈 쿠페 기반 전기차 ‘액티브 E’를 선보였다. 테스트 주행용 차량으로 1000대만 제작됐으며, 최고 출력 125kW, 1회 충전 주행 거리 160km를 발휘한다.
‘액티브E’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첫 양산 전기차’인 i3가 출사표를 던졌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됐는데, 경량 복합재료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을 지향했다. 9년 동안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최종 후속 모델은 200km를 상회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자랑했다.
BMW는 이 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했으며, 그 노력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맞이한 2020년에 빛을 발했다. 첫번째 수혜자는 BMW의 첫 전기 SUV인 iX3였다. 7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출력 286마력, WLTP 기준 460km의 주행 거리를 달성했다.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실제 지난 3월 기준, ix3의 누적 판매 대수는 6871대로 벤츠의 eqe 대비 508대나 앞선 실적이다.
2021년에는 플래그십 전기 SUV iX와 전기 세단 i4를 공개했다. iX는 최고 출력 523마력,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0km를 기록했으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약 4.6초가 소요됐다. 같은해 출시된 첫 전기 세단 i4의 반응도 뜨거웠다. 상위 모델의 경우 최대 544마력, 약 590km 주행 거리,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3.9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BMW iX5 프로토타입
연달아 내놓은 전기차 모델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BMW는 ‘수소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2022년 공개된 첫 수소차 iX5 Hydrogen는 약 374마력의 모터와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를 갖췄다. 수소 충전 시간은 약 3~4분에 불과해,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같은 해에는 BMW의 자존심이자, 현재 양산 플래그십 전기 세단 중 가장 높인 인기를 자랑하는 i7도 공개됐다.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옵션과 디자인을 연출했으며, 정숙성과 성능이 뛰어나 시장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위와 같은 차량들을 통한 파워트레인 기술의 발전은 비단 ‘친환경’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2023년에는 BMW의 고성능 브랜드 ‘M’ 최초로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뉴 X5·X6M 컴페티션을 출시했다. V8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을 맞춰 최고 출력은 최고 출력은 625마력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BMW는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순수 전기차의 가격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과 비슷하게 책정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BMW Active E
대표적인 사례는 전기 세단 i5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530e의 출고가는 8810만원인데, 이는 i5의 출고가 9280만원과 47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 각종 할인 혜택까지 적용하게 되면 그 차이는 더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최근 출시된 준중형 SUV인 iX1, iX2와 미니 컨트리맨 일렉트릭과 에이스맨 일렉트릭의 가격 정책도 파격적이다. 국산 전기차와 가격대를 비슷하게 책정하면서도, 국내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을 기본으로 적용해 상품성이 뛰어나다.
최근 BMW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단순한 수입차 브랜드를 넘어 ‘명예 국산차’로 불릴 만큼 높은 위상을 쌓고 있다. 첨단 기술과 혁신적 디자인, 전동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으며, 합리적인 가격 정책까지 선보여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협력을 지속해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청라국제도시에 아시아 최초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인 드라이빙 센터와 120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까지 설립했다. 특히 1300억원이 투입된 수입차 최대 규모 안성 부품물류센터를 2027년까지 안성 부품물류센터를 약 3만 1000㎡ 증축해 BMW그룹 해외 법인 물류센터 중 최대 수준인 총 8만 8000㎡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BMW, 2024년형 X5 M 컴페티션(좌) · X6 M 컴페티션(우)
또한 BMW 그룹은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 기업으로부터 약 6조 5350억원 상당의 부품을 구매해 같은 해 BMW 그룹 코리아 매출(6조1066억원)을 넘어섰으며,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협력업체에 지출한 부품 구매액 누적액은 37조원에 달한다.
BMW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와 현지 협력 강화 전략은 국내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게 신뢰를 얻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했다. 이는 콧대 높은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함인것은 물론, 수입차 업계가 지향해야할 모범답안을 제시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는다.
BMW 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고객 만족과 서비스 품질을 한층 더 높여 나갈 것이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