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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본질의 정교함을 품어낸”..혼다 CR-V 하이브리드

Honda
2025-05-21 16:35
CRV 하이브리드
CR-V 하이브리드

[수원=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The Power of Dreams’

1948년 창사 이래 혼다가 내세우는 브랜드 철학이다. VTEC과 4WS(사륜 조향 시스템) 등 시대를 앞선 기술을 상용화하며 ‘기술의 혼다’라는 칭호를 얻었다.

혼다의 기술은 단순히 기계적인 발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How we move you’라는 슬로건을 추가해 ‘일상 속의 스포츠성’을 실현하고 있다.

CR-V 하이브리드 역시 마찬가지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가 높아 날카롭고 민첩한 주행 감각이 일품이다.

가속 성능이 눈에 띄게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만, 가혹한 주행을 오랜 시간 이어갔음에도 좀처럼 지치는 모습 없이 일관된 성능을 뽐내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아울러 차체 크기를 잊은 듯한 승차감도 주목할 만하다. 패밀리카인 만큼 부드럽게 세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 빠르게 달려도 흐트러짐이 없다. 스키드음이 계속 나는 순간에도 전자제어장치의 개입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다만, 경쟁 차량 대비 10년은 뒤처진 듯한 메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통풍시트의 부재는 하루라도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

■ “역시 혼다는 다르네”..믿음직스러운 파워트레인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CR-V 하이브리드는 4기통 2.0L 가솔린 엔진과 CVT(무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덕분에 합산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4.2kgf·m를 발휘한다. 단순히 수치만 보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주행에서의 반응성은 기대 이상이다.

엔진의 음색은 거칠었지만 진동은 잘 정제됐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만큼, 엔진 개입은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시내 구간에서는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한다. 덕분에 연료 효율성이 상당했다.

회생제동 시스템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강도가 센 편이지만 질감이 매우 자연스러워 내연기관(ICE) 차량만 운용했던 고객도 불편함 없이 조작할 수 있다.

정속 주행 시 연료 효율성도 뛰어났다. CR-V 하이브리드 2WD의 공인 연비는 복합 15.1km/L, 도심 15.8km/L, 고속 14.4km/L다. 하지만 교외 지역에서 정속 주행 시 평균 연비는 22km/L를 상회했다.

초반 가속 시에는 전기차 못지않은 발진 성능을 뽐낸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다른 차량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었다.

반면 중·고속 영역에서는 다소 답답함이 느껴진다. 엔진의 음색이 거친 편인 만큼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량의 목적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혹한 주행을 이어갔음에도 일관된 주행 성능은 칭찬할 만하다.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했음에도 출력 저하나 열화 현상은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 기대 이상이었던 승차감..흠잡을 데 없어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CR-V 하이브리드는 혼다 특유의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일상 주행을 위한 ‘부드러운 승차감’까지 연출해냈다.

처음에는 다소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도심 속 요철 구간과 과속 방지턱을 지나면 그 진가가 드러난다.

서스펜션의 움직임 폭(스트로크)이 충분히 확보돼 있어 충격 흡수 능력이 우수하다. 그럼에도 움직임이 과하지 않아 곧바로 자세를 잡는다.

혼다가 추구하는 ‘단단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승차감이 적극 구현된 모습이다. 실제로 방지턱을 넘는 순간, 동급 세단보다 더 나은 승차감을 보이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와인딩 코스를 공략해도 거동은 안정적이다. 스키드음을 동반한 과격한 코너링 상황에서도 차체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연속되는 테크니컬 코너에서는 다소 거동이 흐트러지는 듯했지만, 곧 자세를 가다듬고 본래의 라인으로 돌아왔다.

날카롭기보다는 ‘직관적이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세팅으로, 운전 실력과 무관하게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풍절음’이다. 고속 주행 시 B필러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꽤 큰 편이다. 반면 프런트 글라스와 A필러는 비교적 조용했다.

■ “할로겐 방향지시등과 메인 디스플레이만 제외하면”..완벽한 디자인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전작 대비 전장과 전폭, 휠베이스 모두를 키우며 중형 SUV로서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시켰다. 전장은 기존 대비 75mm, 휠베이스는 40mm 길어졌고, 이로 인해 실내 공간은 더욱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비례를 갖췄다.

프런트 디자인은 혼다 특유의 단단함이 잘 드러난다. 블랙 아웃된 프런트 그릴과 전용 범퍼, 플래티넘 데코가 하이브리드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후드는 보다 수평적으로 길게 뻗어 단순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얼굴을 완성한다.

측면은 간결한 수평 캐릭터 라인이 안정감을 더하며, 19인치 블랙 알로이 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드라이빙 머신’으로서의 감각을 암시한다.

후면부에서는 CR-V의 시그니처인 수직형 리어램프가 눈에 띄며, 볼륨감을 더한 하단부는 시각적으로도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춰 보인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전면의 LED 헤드램프와 후면의 면발광 타입 테일램프는 기능성과 디자인 모두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방향지시등은 여전히 할로겐 타입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인 인상이 최신 전자장비로 무장한 하이브리드 SUV임에도, 이 단일 요소 하나가 시각적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콧대 높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 차량 대비 몇 세대는 뒤처진 듯한 디테일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내는 ‘단정한 기능미’가 핵심이다. 대시보드 상단의 반사 방지 디자인, 심플한 송풍구, 넓은 수납공간과 직관적인 버튼 배치가 인상적이다.

특히 신규 구조로 설계된 시트는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를 최소화하며,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은 패밀리 SUV로서의 덕목을 충실히 반영한다.

아쉬운 점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전반적인 실내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고급스럽게 다듬어졌지만, 메인 디스플레이는 기대에 못 미친다.

작동 반응 속도나 해상도, UI 구성 모두 최신 모델답지 않은 수준이며, 일부 국산차에서 두 세대 전쯤 사용됐던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경쟁 모델 대비 경쟁력이 부족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제 안드로이드 올인원 시스템을 장착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법도 하다. 단언컨대, 메인 디스플레이만 개선하더라도 판매량은 대폭 증가할 것이다.

■ 풍부한 편의사양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6세대 CR-V 하이브리드는 최신 패밀리 SUV로서 기대되는 거의 모든 편의사양을 갖췄다.

센터 콘솔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자리하며, USB-A(2.5A) 및 USB-C(3.0A) 포트를 모두 지원해 다양한 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무선 충전 속도 역시 이전 모델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향상돼 실용성이 높다.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는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때 특히 유용하다. 범퍼 하단에 킥 모션을 취하면 자동으로 열리며, 작동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 밖에도 혼다 커넥트(Honda Connect)를 통한 원격 시동, 도어 잠금 및 위치 확인 등 스마트폰 기반 차량 제어 기능도 지원된다.

오디오 시스템 역시 뛰어나다.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12개의 스피커와 서브우퍼를 갖춰 실내를 마치 콘서트홀처럼 채운다. 주행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사운드 밸런스를 조정하는 기술도 탑재돼 있어, 정숙한 실내 분위기와 어우러져 쾌적한 청취 환경을 제공한다.

안전 옵션도 주목할만 하다. ACC(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LKAS(차선 유지 보조), CMBS(추돌 경감 제동), RDM(도로 이탈 경감), TJA(트래픽 잼 어시스트), AHB(오토 하이빔) 등으로 구성된 혼다 센싱(Honda SENSING)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특히 0km/h부터 작동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10km/h 이하 저속 충돌 방지를 위한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등은 실제 도심 주행에서 유용하게 작동한다.

‘레인 와치’ 시스템은 우측 방향지시등 작동 시 사각지대를 카메라로 보여주며, 10개의 에어백 시스템(프런트 무릎, 리어 사이드 포함)과 운전자 졸음 방지 모니터까지 갖췄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CR-V 하이브리드는 미국 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를 획득했다.

■ 총평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6세대 CR-V 하이브리드는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균형 잡힌 승차감, 정통 SUV다운 비율, 뛰어난 안전성 등 다방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다.

운전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니즈를 아우를 수 있는 올라운더 SUV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

다만, 메인 디스플레이의 품질과 할로겐 방향지시등 같은 일부 디테일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

이 부분만 정비된다면, CR-V 하이브리드는 치열한 중형 SUV 시장에서 다시금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CR-V 하이브리드의 국내 출시 가격은 5180만 원부터 시작된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