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기아 EV6는 등장과 동시에 국산 전기차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했다. 디자인, 주행 성능, 상품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춰 경쟁차 대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아울러 지난해 부분 변경을 거치며 그 기조를 한층 더 공고히 다져냈는데, 고객들의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부분 변경 모델은 기존 오너는 물론, 전기차 입문자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기자는 EV6 전기형 GT라인을 출시 초기부터 직접 운용한 만큼,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서 체감되는 변화와 개선점을 누구보다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전작에서 지적됐던 블랙 하이그로시 내장재, GT라인 전용 헤드라이너, 스웨이드 시트 등 일부 소재와 마감이 개선된 것은 물론, 무선 휴대폰 충전기의 LED 표시창도 시인성을 높이며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다.
기아 EV6 GT라인
시승차는 롱레인지 듀얼모터 AWD GT라인으로, 최고출력 325마력, 최대토크 605Nm의 성능을 발휘한다. 배터리는 SK온이 제작한 84kWh 용량이며, 800V 고전압 시스템 기반의 35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약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용량은 증가했지만 충전 속도는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다.
공인 복합 전비는 19인치 휠 기준 4.9km/kWh(도심 5.3, 고속도로 4.4)이며,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복합 461km, 도심 500km, 고속도로 412km다.
기자는 EV6를 타고 수원에서 청주, 진천, 태백, 서울을 거쳐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는 916km의 장거리 출장길을 소화했다. 총 소요 시간은 17시간 35분, 평균 전비는 5.4km/kWh를 기록했다. 급박한 일정 탓에 정속 주행을 지양한 상황에서도 이 같은 효율을 기록한 점은 인상적이다.
배터리 충전에 소요된 비용은 약 5만4281원이다. 누적 주행거리(916km)를 평균 전비(5.4km/kWh)로 나누면 총 전력 사용량은 약 169.6kWh, 여기에 환경부 급속 충전 단가인 320원을 곱해 산출한 수치다. 같은 비용으로 주유(휘발유 평균가 1629원/L)를 한다면 약 33.3L가 가능하고, 같은 거리를 달리려면 연비가 27.5km/L 이상이어야 한다.
기아 EV6 GT라인
게다가 전기차는 각종 세금 감면과 공영주차장,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 유지비 절감 효과까지 있어 실질적 경제성은 더 크다.
이번 EV6의 가장 큰 변화는 주행 질감이다. 전작 대비 노면으로 부터 느껴지는 잔진동이 확실히 줄었고, 요철 구간에서의 하체 소음도 개선됐다. 실제 섀시 관련 부품의 품번이 대거 변경된 만큼, 단순한 ‘느낌’ 이상의 실질적 변화가 있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이전 모델에서 급격한 코너링 시 차량 후미가 흔들리는 불안한 움직임이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전반적인 차체 강성 향상과 함께 더 정제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강성이 높아졌음에도 승차감이 오히려 개선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외관 디자인도 크게 변경됐다. 전면부는 기아의 최신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범퍼도 변경됐는데, 보디컬러로 마감돼 시각적으로 차체를 더 크고 단단하게 보이도록 한다. 후면부는 수평형 면발광 테일램프를 적용해 보다 세련된 인상을 남긴다.
기아 EV6 GT라인
실내는 디테일을 다듬는 데 집중했다. 지문과 먼지가 쉽게 묻던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는 무광으로 바뀌었고, 무선 충전기 상단에는 충전 상태를 3단계로 알려주는 LED 표시등이 추가됐다. 비상등 버튼의 플라스틱 사출도 바뀌어 지문이 덜 묻는다. 여기에 기아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CNC)과 지문 인증 시스템을 비롯한 UI/UX도 향상됐다.
충전 포트 버튼은 사용자가 누를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시각적 표시가 추가됐고, GT라인 모델에는 기존의 블랙 헤드라이너 대신 스웨이드 소재를 적용해 고급감을 더했다. 전자식 공조 시스템도 보다 직관적으로 개선됐다.
여기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무선 폰 프로젝션, 10개의 에어백, 정전식 스티어링 휠 등 편의·안전 사양도 알차게 채워져 상품성이 뛰어나다.
기아 EV6 GT라인
특히 전작에서 문제가 됐던 헤드라이트 접착 문제와 도어 핸들의 유격으로 인한 도장 까짐등의 문제도 전부 해결된 모습이다.
총평하자면, 더 뉴 EV6는 기존 오너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도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도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델이다.
디자인, 승차감, 실내 품질, 효율, 충전 속도 등 전방위적으로 다듬어지며 ‘전기차 완성도’의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은 물론, 보급형 모델 대비 한층 더 고급스러운 모습을 뽐내는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