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다.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면 2종 원동기장치 면허가 있어야 하고, 헬멧 착용도 의무화됐다. 전동킥보드 한 대에 두 명 이상 탑승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PM) 보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 ‘안전에 타협이 없다’는 문장은 절대적이다. 이동수간의 발달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졌다. 전동킥보드, 특히 PM 공유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 애매한 거리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지만, 동시에 이전에 없던 사고들이 많은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이런 배경에서 정당성을 얻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PM 관련 사고는 2018년 225건에서 2020년 897건으로 증가했다. 관련 사망자수도 4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PM 관련 보험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고, 전국에 보급된 전동킥보드가 20만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집계되지 않은 사고가 더 많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개정안 중 실효성 논란이 있는 내용이 있다. 바로 헬멧 착용 의무화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잔동킥보드는 다른 이동수단보다 무게중심이 높고, 사고(특히 자동차와 추돌사고) 발생 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머리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는 공유 플랫폼 이용자들이 현실적으로 헬멧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개정안 시행 이후 플랫폼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헬멧을 착용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수 이용자에게 헬멧을 증정하거나, 킥보드 주차구역 인근에 헬멧을 거치해 대여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아예 킥보드에 헬멧 보관함을 설치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등 보건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유 헬멧의 위생관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용자들도 ‘남이 썼던 헬멧은 찝찝하다’는 식의 피드백을 보낸다. 그렇다고 업체가 개인의 헬멧 소지를 강제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는 헬멧 미착용 시 처벌 규정이 없다. 전동킥보드는 헬멧 미착용 적발 시 2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는 ‘훈시 규정’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도 헬멧 미착용 처벌은 없거나 완화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PM 보급이 활발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은 헬멧 미착용에 대한 범칙금이 없다. 미국은 주 마다 다르지만 범칙금 미부과가 대부분이고,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선 16~18세 이용자를 대상으로 범칙금(200달러)을 부과하는 정도다.
다른 나라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기준을 세우는 이유가 있다. 안전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전동킥보드 등 PM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돼서다. 이 지역들은 자전거 도로 등이 차량용 도로와 완전히 분리돼있고, 보행자도 PM용 도로를 침범하지 않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PM 이용자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효문 기자news@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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