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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환 칼럼] 전기차·PHEV 충전 기싸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Tesla
2021-12-29 08:23:15
제네시스 G80 전기차
제네시스 G80 전기차

[데일리카 조재환 기자] 저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완속충전으로 인한 전기차 오너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오너들 간 갈등 사례를 인터넷 카페 게시물을 통해 자주 보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오늘(29일) 오전에도 이와 관련된 글을 한 전기차 카페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내 완속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총 4곳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특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충전 종료가 된지 꽤 지났는데도 해당 차주가 차량을 잘 이동하지 않는다는 불편이 게시물에 반영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주 간 보이지 않은 기싸움이 진행된 것이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주유와 전기 충전(완속만 가능) 둘 다 가능합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오너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전기로만 사용하고, 장거리 주행 시 전기와 가솔린 연료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는 말그대로 충전만 가능하죠. 일부 전기차 오너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급할 때, 주유소에 가서 주유를 하면 되지만, 왜 장시간 완속 충전기를 점유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전기차 오너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오너들 간 기싸움은 앞으로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판매량과 연관됐기 때문이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1~10월 국내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전기차는 7만9586대가 판매돼 전년 누계 대비 103.8% 오른 기록을 나타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보다 비중은 적지만, 전년 누계 대비 44.6% 오른 7380대를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주거지 내 차량 충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려면 당연히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을 강화시켜야 되는게 옳습니다. 이 법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면, 더 이상의 전기차 오너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오너 간 기싸움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움직임은 소홀합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만 열을 올리는 보도자료를 계속 배포하고 있고, 충전 스트레스 완화와 갈등 조절을 위한 정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월 5일부터 전기차 완속충전 방해 행위를 단속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기차 완속충전 행위를 방해하거나 14시간 이상 충전소에 차량을 방치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당사자가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법은 반쪽짜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파트나 주거지는 여전히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서울시에서도 해당 법에 대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충전 후 14시간동안 차량을 이동하지 않은 증거나 흔적을 단속원들이 알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완속정부가 두 차례 넘게 법을 개정해도 여전히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 제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행위로 인한 전기차 오너들의 불편을 소개했지만, 전기차 오너들도 똑같이 매너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기차 오너들도 장시간 완속 충전 후 자리를 이동하지 않으면 위반 대상이 됩니다.

다행인 것은 일부 전기차 오너들이 합심해 매너있는 완속 충전기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완속 충전 중인 테슬라 모델 3
완속 충전 중인 테슬라 모델 3

대표적인 곳은 바로 판교 H스퀘어 지하주차장입니다. 이곳엔 테슬라 완속충전기가 설치됐는데, 주말에 주차장이 무료로 이용되다 보니, 충전기 사용이 빈번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특정 전기차만 장시간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죠.

이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일부 테슬라 오너들은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차량 충전 시간등을 채팅방에 공유하고, 서로 원만한 충전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죠. 이 채팅방 문화가 앞으로 확산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오너 간 완속 충전 기싸움은 사라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