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지원 기자] 람보르기니 ‘쿤타치’와 ‘LM 002’. 같은 듯 다르다. 동일한 V12 엔진이 탑재됐지만, 전혀 다른 목적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Automobili Lamborghini)가 작년 공개한 전동화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60여년간 람보르기니의 가장 상징적인 모델에 사용됐던 V12 엔진에 헌사를 보내는 한 해로 꼽힌다.
람보르기니는 올해 말 아벤타도르 울티매(Aventador Ultimae) 생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순수 내연기관 V12 엔진 슈퍼카를 양산하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모델 중 하나로 꼽히면서 1971년에 공개된 쿤타치(Countach)와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성능을 지니면서 드라이빙 감성이 더해진 최초의 초고성능 오프로드 양산차 LM 002도 포함된다.
‘쿤타치 LP 500’은 ‘1971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되기 전부터 강렬하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델명 쿤타치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언으로, 무언가에 대한 놀라움과 감탄을 표현할 때 사람들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감탄사를 의미한다.
쿤타치라는 이름은 카로체리아 베르토네(Carrozzeria Bertone)의 테크니션이 쿤타치의 생산 과정을 본 후 놀라며 쿤타치라고 외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 60° V12 엔진을 장착한 쿤타치는 대중들이 이 같은 고성능 자동차에 관심을 가질지 확인하기 위한 콘셉트카로 처음 소개됐다.
기존 슈퍼카와 다르게 쿤타치 LP 500에 장착된 V12 엔진은 4리터에서 5리터로 켜졌고, 위치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배치됐다. LP 500은 제네바 모터쇼가 끝나기도 전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가 생산을 결정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LP 500은 인증에 필요한 충돌 테스트를 완수하지 못해 원오프 모델로 남게 되었다.
쿤타치 LP 500을 기반으로 탄생한 쿤타치 LP 400은 4L 엔진을 장착해 엔진회전수 8000rpm에서 375마력을 발휘했으며, 1973년 말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쿤타치 LP 400은 후방 시야를 개선하기 위해 루프에 설치한 작은 반사경으로 ‘잠망경(Periscope)’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152대가 생산된 쿤타치 LP 400은 1978년부터 쿤타치 LP 400 S로 대체된다. 쿤타치 LP 400 S는 프레임과 섀시 단계부터 수정돼 기술적인 참신함을 보여줬다. 여기에 피렐리 P7 타이어를 장착해 더 낮아진 자세를 만들어내면서 미학 수준도 개선됐다.
더욱 큰 타이어를 장착하기 위해 휠 아치를 확장했으며, 성능 향상을 위해 더 공기역학적인 전방 스포일러가 적용됐다. 일부 람보르기니 팬들은 공기역학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어 윙을 장착하기도 했다.
1982년까지 235대가 생산된 LP 400 S는 쿤타치 LP 5000 S 모델로 대체된다. 쿤타치 LP 5000 S에 탑재된 V12 엔진은 7000rpm에서 최고출력 375마력을 발휘하는 고출력 엔진이었다. 이후 이 모델은 1984년 미학, 성능, 신뢰성, 편안함을 모두 겸비한 쿤타치 콰트로발보레(Quattrovalvole)로 대체된다.
쿤타치 콰트로발보레에 탑재된 V12 엔진은 실린더 당 4개의 밸브를 장착한 신형 엔진이었다. 이 5.1L 엔진은 7000rpm에서 최고출력 455마력을 발휘한다.
콰트로발보레는 미국으로 수출한 최초의 쿤타치로, 전자 연료 분사 방식으로 카뷰레터를 대체한 점도 돋보인다. 미국 시장 진출 덕분에 콰트로발보레는 1988년까지 631대가 생산됐으며, 이때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설립 25 주년을 기념해 쿤타치 25 주년 기념 모델이 소개된다. 이 모델은 콰트로발보레의 기술은 유지하면서도, 복합재료로 만들어진 일부 패널을 사용하면서 공기역학 성능과 고급스러운 실내를 확보하게 된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혁신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쿤타치 25주년 기념 모델은 658대가 생산되며, 가장 많이 팔린 버전으로 기록된다. 그리지오 메탈리차토(실버) 컬러의 외관과 그레이 컬러의 실내를 가진 마지막 쿤타치는 1990년 7월4일에 생산돼 산타가타 볼로냐에 있는 람보르기니 박물관 무데테크(MUDETEC)로 보내진다.
‘쿤타치 시대’ 동안 람보르기니 경영진은 고성능 오프로드 차량에 대한 니즈를 감지했다. LM 002에 탑재된 V12 엔진은 쿤타치에 탑재됐던 5.2리터 V12 엔진의 역학을 활용해 탄생한다.
20마력이 감소된 출력으로 덜 정제된 연료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엔진 위치를 180도 바꿔 전방에 세로로 배치됐다. 또 센터 디퍼렌셜과 저단 기어를 갖춘 사륜 구동 변속기도 탑재된다.
LM 002에는 지금까지의 오프로드 차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반적으로 레이스카나 가장 정교한 스포츠카에만 사용됐던 튜브형 섀시가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마치 스포츠 세단처럼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극도로 까다로운 오프로드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자동차가 탄생한 셈이다. LM 002는 스포츠 SUV 시장을 만들어낸 자동차이자 오늘날의 슈퍼 SUV, 람보르기니 우루스(Urus)의 조상이다.
김지원 기자kimjiwon@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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