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데일리카 신종윤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고성능 전기차다. 기존 N 브랜드에서 선보였던 벨로스터 N, 아반떼 N 등과 마찬가지로 ‘운전의 즐거움’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20일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센터에서 N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시승했다. 아이오닉 5 N은 84.0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78.5kg・m를 발휘한다.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351km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아이오닉 5 N의 기술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상품 소개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7월 공개행사와 9월 테크데이에 이어 다시 한 번 신규 기술의 특징들이 설명 됐는데, 그만큼 아이오닉 5 N에 새롭게 적용된 기술이 다양하면서도 기존 전기차에 없던 새로운 접근 방식이 사용 됐기 때문이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설명이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시승 세션이 시작됐다. 차고지에 도열한 수십대의 아이오닉 5 N과 차량 개발 연구원들이 전하는 들뜬 분위기가 참가자들에게 전달돼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기자가 속한 조는 복합 주행 코스를 시작으로 가속 & 변속 코스, N 페달 코스, 드리프트 세션, 고속주회로, 마른 노면 서킷 순으로 진행됐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가장 먼저 복합 주행 코스에서 짐카나 세션이 시작됐다. 타이트하게 줄지어 선 라바콘 사이를 빠르게 돌며 차량의 거동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차량의 주행모드를 노말과 스포츠 등으로 번갈아 가며 섀시의 강성 변화 및 반응성 차이를 확인하고 ’N 토크 디스트리뷰션’ 기능을 통해 전・후륜간 토크 분배 및 트랙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때 차체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고 오버스티어 상황을 연출해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경험도 가능했다.
아이오닉 5 N의 토대가 된 아이오닉 5는 중형 SUV 카테고리에 속한 전기차로, 크로스오버 장르에 가까운 차체 형상과 특징들을 고려하면 아이오닉 5 N이 이처럼 안정적인 무게중심과 민첩한 발놀림을 보여주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공차중량이 2.2톤, 휠베이스 길이도 3000mm에 달하는데 체감적으로는 더 가볍고 짧은 차를 탄다는 인상이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다음은 런치 컨트롤과 N 액티브 사운드+(NAS+)를 경험할 차례. 프로그램 중 계속된 비로 인해 바닥이 흥건했지만 아이오닉 5 N은 약간의 휠슬립도 허용하지 않고 모든 그립을 살려 차를 발진시켰다. 출발과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와 슈퍼카에 버금가는 고출력 전기모터가 육중한 차체를 손쉽게 날려보낸다. 최고출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N Green Boost(NGB) 기능 활용시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단 3.4초에 불과하다. 이때 노면 상태에 따라 그립 레벨을 하이, 미디엄, 로우로 설정해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NAS+는 아이오닉 5 N의 재미와 서킷주행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로 가상의 변속 감각을 제공하는 N e-쉬프트와 결합해 고성능 내연기관차의 감성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경험한 NAS+의 첫인상은 사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연기관차의 자연스러운 배기음보다는 인위적인 스피커 사운드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 처음의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점차 속도가 높아지고 타코미터 바늘이 가상으로 설정된 레드존까지 다다르자 N e-쉬프트 기능과 결합해 변속 충격과 함께 배기음 변화를 가져왔다. 가속의 몰입감이 한층 살아났다. 또 코너 진입을 앞두고 감속과 시프트 다운을 진행하면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는 소리도 구현하며 다시 한 번 몰입감을 높였다.
이렇게 차량이 높은 속도로 움직이고 거동에 집중하다보면 사운드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때 처음에 느꼈던 사운드의 질감 자체가 크게 중요치 않게 됐다. 비록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지만 차를 몰아 부치는 과정 속에서는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따라서 NAS+의 핵심은 내연기관차의 사운드 질감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보다 운전자와 차량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요소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 집중해 보면 NAS+의 상품성은 매우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NAS+에는 아반떼 N의 소리를 담아낸 이그니션 사운드와 전기차의 모터음을 강조한 에볼루션,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를 표현한 소닉붐 사운드 등이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이처럼 NAS+가 운전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변속 시스템 N e-쉬프트의 역할이 컸다. N e-쉬프트는 모터 제어를 통해 변속기가 탑재된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 특유의 변속감과 주행감성을 제공하는 기능인데, 주행 모드에 따라 DCT의 변속감각이나 시퀀셜 변속기의 변속 충격 등을 재현했다. 또 이에 그치지 않고 수동 변속시 발생할 수 있는 퓨얼컷 현상도 고스란히 재현하는 등 그 완성도와 집념이 매우 수준 높게 느껴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의 특성상 이러한 효과들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각 속도 영역과 차량의 상태에 따라 하나하나의 코딩 과정이 진행돼야 했는데, 개발자의 말을 빌리면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빚어낸 명품 가방의 제작 과정에 빗댈 수 있다고 했다.
차량의 기본 퍼포먼스도 매우 놀라운 수준이지만 재미와 몰입감을 위해서 이러한 노력을 들였다는 부분이 더욱 놀라웠다. N 브랜드의 개발 방향과 집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이어진 N 페달은 서킷 환경에 최적화된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된 기능이다. 전기차의 회생제동 기능을 극대화해 브레이크의 내구성은 증대시키고 거동 변화에도 이점을 갖는다. 가속 페달 오프 시 발생되는 강력한 회생제동 기능으로 급제동 효과를 선사하며, 코너 진입 전 선형적인 요(YAW)값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이후에는 젖은 원선회 코스에서 드리프트 체험이 이어졌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와 ESC OFF를 통해 드리프트에 최적화된 차량 세팅이 만들어졌으며, 차량의 뒷바퀴를 마음껏 흘려볼 수 있었다. 인솔을 맡은 인스트럭터는 차량의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카운터 스티어보다 액셀 페달로 모션 컨트롤을 이어가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모든 과정을 습득하긴 어려웠고 이어서 전문 인스트럭터의 택시 타임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택시 타임을 진행중인 최동섭 인스트럭터는 준비된 코너마다 자유자재로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아이오닉 5 N을 게걸음치게 만들었다. 그는 “아이오닉 5 N으로 드리프트를 하면 전기차 특성상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동력전달 특징이 있긴 하지만 이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아이오닉 5 N의 조종 우수성을 전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다음으로는 HMG 드라이빙 센터에서 자랑하는 고속주회로 코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38.87도의 뱅킹각으로 이루어진 4.6km 오벌 트랙에서 아이오닉 5 N의 한계속도와 고속주행 안정성을 경험할 수 있는 세션이다. 하지만 이날 계속된 비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최고속을 달려볼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빗길 속을 220km/h로 내달리며 코너에서도 180km/h를 유지하는 등 아이오닉 5 N의 놀라운 한계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마지막은 16개 코너로 구성된 마른 노면 서킷. 명칭과 달리 젖은 노면을 달렸지만 아이오닉 5 N의 운동성능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NAS+와 함께 스포츠카의 감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으며, 아이오닉 5 N의 한계수준이 기자의 운전실력 대비 많은 마진을 갖고 있어 안심하고 서킷을 달려볼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빗속에서 정신 없이 이어진 행사이지만 아이오닉 5 N의 높은 한계성능과 기존 전기차에서 볼 수 없던 새롭고 재미난 기능들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포르쉐 타이칸이 전기차 시대에도 스포츠카의 수준 높은 운동성능과 하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면, 아이오닉 5 N은 기존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지녔던 재미 요소들을 전기차에 고스란히 이식해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탈 것으로 변모 시켰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
파워풀한 동력성능에 내구성을 갖추면서도 재미까지 곁들여낸 아이오닉 5 N.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델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차덕후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가능성의 아이오닉 5 N의 판매가격은 세제혜택 적용 후 76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