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탄력적인 주행감에 공간 거주성은 매력 포인트...7인승 SUV 토요타 하이랜더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SUV 전성시대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세단을 유난히 선호해 왔는데, 불과 2~3년 전부터는 SUV가 대세를 이룬다. 신차 10대 중 6대는 SUV 몫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크로스오버(CUV) 모델이나 미니밴(MPV), 픽업트럭까지 더해지면 포괄적 의미에서 레저용차(RV)의 기세(氣勢)는 그야말로 놀랄만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급변하면서 세단의 입지가 이 처럼 좁아지자,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시장 경쟁력을 잃은 세단들이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도 적잖다.

이런 가운데, 7인승 SUV 모델인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가 주목을 받는다. SUV 고유의 안전성을 갖춘데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는 정도로 공간 거주성이 뛰어난 점은 강점이다.

3열을 폴딩하면 적재량도 여유로워 캠핑이나 낚시, 차박 등 레저활동에도 안성맞춤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인만큼 연비 효율성,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점도 차별적이다.

토요타가 최근 선보이는 신차들은 디자인 측면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차로 유명한 프리우스의 경우에는 포드 브롱코, 페라리 푸로산게를 제치고 월드카어워즈(WCA)가 주관한 ‘2024 올해의 디자인’으로도 뽑히기도 했다.

7인승 SUV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역시 전형적인 박스형 SUV 모델이면서도 대담한 터치감이 돋보인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디자인 밸런스를 위해 안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면서도 다이내믹한 감각이 동시에 연출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보닛은 올록볼록하게 입체적인 미적 감각을 돋궈냈고, 직선의 날카로운 헤드램프 라인은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자리잡은 토요타 엠블럼을 감싸는 형상이다. 역사다리꼴로 크롬 재질 라인이 섞인 그릴은 메쉬 타입인데, 물결이 흐르는 감각이다. 디자이너의 자유성, 창의성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론트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실버 컬러가 적용됐다. 와이드함을 더해주는 감각이다.

보닛에서 윈드글래스, 루프, 리어글래스,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은 박스카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직선 라인이 강조됐다. 윈도우 라인도 날카롭게 설계됐지만, 부분적으로는 갸느다란 크롬 재질을 적용해 모던한 스타일도 연출한다. 차체 면에 볼륨감을 집어넣은 점도 돋보인다. 가니시를 없앤 대신 굵직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역동성과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점도 눈에 띈다.

앞, 뒤 펜더는 볼륨감을 오히려 자제하면서 단면을 짧게 부각시켜 단정한 모습이다. 20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앞과 뒤에 235mm, 편평비는 55시리즈로 설계됐다. 달리기 성능 보다는 승차감에 비중을 둔 세팅이다. 휠은 간결하고 딴딴한 모양을 더하고자 멀티 스포크 디자인이 채용됐다. 카리스마를 위해 타이어 사이즈를 더하고, 21인치 휠이 얹혀졌다면 더 어울렸을 법하다.

루프 끝단 리어 스포일러는 스톱램프 일체형이다. 고속에서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리어글래스는 살짝 라운딩 이미지도 묻어난다. 리어램프는 단순한 직선 감각이지만, 볼륨감을 불어넣은 점은 포인트다. 넘버 플레이트 자리는 프론트에서 봤던 그릴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디퓨저의 색상도 스키드 플레이트처럼 회색으로 처리됐다.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잇기 위한 디자이너의 선택 때문이다. 리플렉터는 세로로 경사지도록 연출한 점도 차별적 디자인 언어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감각이 주된 포인트지만, 실용적인 모습도 동시에 담아낸 그림이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터치 방식이어서 편의성을 더한다. 벤틸레이션 패널은 메탈릭 프레임이 적용돼 모던한 인상이다. 디스플레이 하단의 버튼류는 최소화 시켜 직관적으로 설계됐다. 센터터널에 위치한 변속 레버는 가죽 재질 커버가 적용됐는데, 세련스럽지 못한 진부한 스타일이다. 무선 충전 공간도 마련됐지만, 커버가 씌워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엔 작다는 건 흠이다.

천연가죽 시트는 착좌감이 매끄럽다. 온몸을 제대로 지탱해 주는 감각이다. 주행중엔 요추를 지지해줘 장거리 운전에서도 피로감을 줄여준다. 시트 스티칭은 남다른 세밀함이 느껴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장인정신을 전달한다.

7인승 하이랜더에는 2.5리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여기에 E-Four AWD 시스템이 탑재된다. 2.5리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 개입을 최소화해 연비효율성은 높이면서도 부드러움과 탄력적인 주행감을 확보한 것이 강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스템 출력은 총 246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와 조합을 이룬다.

하이랜더 하이브리드는 엔진회전수 650rmp 전후의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실내는 전기차처럼 그저 정숙함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차 밖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들려오는 정도다. 도서관보다 더 조용한 분위기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살짝 묵직한 편이어서 안정감을 더한다. 액셀러레이팅 반응은 부드러운 쪽이다. 차체 중량이 2085kg에 달하는 7인승 SUV이지만, 당초 생각보다 발빠른 몸놀림을 선보인다.

속도를 높여도 실내는 정숙함을 유지한다. 부밍업 과정에서 엔진음은 짧게 거친음을 내뿜지만, 이내 사그러진다. 횡측에서 유입되는 풍절음이나 엔진룸, 차체 하단에서 유입되는 진동·소음(NVH)도 적절히 차단되는 모습이다.

하이랜더 하이브리드에는 에코와 노멀, 스포츠 등 3개의 드라이브 모드가 지원된다. 도로의 상황이나 운전자 취향에 따라 고연비 주행에서부터 스포티한 드라이빙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탄력적인 주행감이 매력 포인트다. SUV이면서도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때문에 펀-투 드라이빙의 맛을 체험토록 한다. 주행 중 풀스로틀로 순간적으로 치고 달리는 가속성은 만족스럽다.

시프트업·다운에서의 변속은 충격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질감이 적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적인, 한 박자 빠른 차체 반응은 매력 포인트다. 변속 레버는 수동모드가 지원되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감을 더할 수 있다.

CVT는 사실 액셀러레이팅 과정에서 한결 부드럽지만 민첩함은 불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는데, 하이랜더에 적용된 e-CVT는 탄력적인 주행감이 돋보인다. 전자적 변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속에서의 엔진사운드는 정갈함이 강조됐는데, 좀 더 과감하고 묵직한 감각도 요구된다. 저속에서 고속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은 하이랜더 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하이랜더 하이브리드는 7인승 SUV인 만큼 주행 중에도 2열에서 3열로의 이동도 불편하지 않다. 2열은 독립식 시트가 적용된데다, 3열은 극장처럼 계단 방식으로 배치돼 주행중에도 개방감이 뛰어난 점도 포인트다. 2열과 3열은 편평하게 플랫 폴딩이 가능하다. 캠핑이나 낚시 등 아웃도어 활동에도 적합하다.

하이랜더 하이브리드에는 주행 시 부주의한 운전으로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해 차선을 유지시켜준다. 다만, 그 강도는 살짝 약한 반응이다. 차선 추적 어시스트 시스템은 정체 구간에 앞 차의 위치를 유지시키는 기능인데, 정체가 이어지는 출퇴근 시 편의성을 높인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7인승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세단처럼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많은 인원이 탑승해 아웃도어 활동에도 적합한 때문이다. 하이랜더 하이브리드는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생각이다. 7인승 SUV이면서도 복합 연비는 13.8km/ℓ로 연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매력을 더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리미티드 6660만원,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플래티넘은 74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