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자동차 디자인이란 예술과 과학이 결합되는 분야입니다. 입체적인 조형물을 만드는데, 그 형태는 매력적이면서도 감성이 부각됩니다. 여기에 시대를 초월하면서 고도로 설계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면서 인체공학적이고 기능적이어만 합니다.”
빈스 갈란테(Vince Galante) 스텔란티스(Stellantis) 산하 지프(Jeep) 브랜드의 외관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16일 데일리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프 브랜드 중 랭글러 루비콘은 정통 오프로더로서 실용성 뿐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이 강점이라고 꼽는다. 루비콘의 외관에서부터 실내,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차별적인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갈란테 디자이너는 “랭글러 루비콘은 지프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불린다”며 “4x4 기능이 갖춰진 만큼 이를 고려해 기능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견고한 외관과 그에 걸맞는 실내 공간으로 디자인 설계됐다”고 전했다.
그는 “랭글러는 지근거리에서 볼 때나 아웃사이드미러를 통해 비춰질 때나 늘 같은 모습으로 아이코닉하게 디자인 됐다“며 “랭글러의 디자인 요소는 세븐-슬롯 그릴과 원형의 헤드램프가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랭글러는 수직으로 설계된 윈드글래스를 갖춘 투 박스(Two Box) 형태가 유난히 돋보이는데, 이는 지난 1941년 때부터 유지해온 디자인 언어다.
시야 확보를 위해서 사이드 벨트라인이 아랫쪽에 배치돼 있는데다, 윈드글래스 하단에서 급격하게 뻗어오르는 모습도 눈에 띈다. 여기에 사다리꼴 형상의 휠 플레어와 그릴 앞으로 돌출된 펜더, 도어를 탈거할 수 있는 노출된 힌지도 루비콘 만의 전통적인 색깔이다.
루비콘은 정통 오프로더로서 딴딴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더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휠은 더 튼튼해 보이도록 디자인 설계되고, 또 림은 바위 등 오프로드 주행 시 충격으로 인한 손상을 막거나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독특한 모양으로 제작됐다는 것.
갈란테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은 루비콘의 리어 파츠. 외부에 장착된 스페어 타이어를 비롯해 ‘X’자 형상의 테일램프 시그너처는 매력을 더한다는 것. 이런 디자인 요소는 오랫동안 이어온 지프 브랜드의 랭글러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루비콘의 실내 디자인은 실용적인 측면을 감안, 좌우로 인스투르먼트 패널이 길게 뻗어있다. 심플하면서도 편평한 패널을 통해 대칭적인 디자인을 완성한 점도 포인트다.
원형 형상의 송풍구와 계기판은 프론트뷰의 감각도 묻어나는데 이는 루비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잇기 위한 디자이너의 선택 때문이다. 여기에 스위치를 비롯해 기어 셀렉터, 그랩 핸들과 같은 기능적인 디테일도 더해졌다.
그는 “실내 디자인은 루비콘의 오프로드 모험에 특화된 기능을 비롯해 기술력과 조화를 이루는 정통적인(authentic) 디자인 요소들이 배어있어 유독 이 파츠가 맘에 든다”고 강조했다.
갈란테 디자이너는 또 “랭글러 루비콘을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랭글러가) 지금까지 아이코닉한 역사를 지닌 모델인 만큼 겸손한 마음으로 디자인을 설계하는 데 애썼다”며 “항상 유산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디자인 설계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프의 가장 충성스러운 마니아는 우리(디자이너)에게는 가장 중요한 비평가이기 때문에 모든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디자인) 과정에서 핵심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를 맞아 랭글러 루비콘의 미래 디자인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했다. 그는 ‘공기 역학’이 향후 (미래차) 디자인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꼽았다. 공기 역학적 디자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만큼, 지프 모델들의 각진(boxy) 디자인을 얼마만큼 최적화 시키느냐가 핵심 과제라는 것.
갈란테 디자이너는 ‘자동차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추상적인 질문에도 그 만의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했다. 자동차 디자인이란 결국 예술과 과학이 융합(blend)되는 결과물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벽에 자동차 포스터를 붙여놓고 방 곳곳에 자동차 모형들을 놓아뒀었다며 멋지고 아이코닉한 자동차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자동차를 즐길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그의 생각을 잔잔하게 털어놨다.
갈란테 디자이너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나 3D 모델 제작에 관심을 둬왔고, 늘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다”며 “운전할 수 있는 청년이 되면서 자동차 정비공인 아버지와 함께 닷지 브랜드 스텔스(Dodge Stealth)를 조립해보면서 자동차 설계와 제작 과정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자동차와의 오래된 인연도 소개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를 향한 이 같은 애정과 또 동시에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을 더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인간 관계를 그 무엇보다 중시해온 그는 대학 시절 그의 스승이었던 랄프 길스(Ralph Gilles, 현 스텔란티스 디자인 총괄)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을 학교에 초청해 멘토링을 진행하고, 스케치 데모를 보여주곤 했는데, 당시 만났던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뒤, FCA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가 이끈 디자인 프로젝트는 지프 체로키를 비롯해 그랜드 체로키, 컴패스, 레니게이드, 커맨더(중국시장), 지프 윤투(Yuntu) 콘셉트, 닷지 듀랑고, 바이퍼, 밴시(Banshee) 콘셉트,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Airflow) 콘셉트, 램 REV(Ram REV) 콘셉트 등의 모델이 꼽힌다. 최근에는 유커넥트 5(Uconnect 5) 인포테인먼트 디자인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빈스 갈란테 지프 외장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칼리지 포 크리에이티브 스터디스(College for Creative Studies. CCS)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뒤,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E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FCA(현 스텔란티스)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년간 스텔란티스 브랜드에서만 디자이너로 활동해오고 있다.
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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