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당신의 ‘선수’는 누구인가?” 출판사 브레인스토어의 ‘선수(選手)’ 시리즈는 각 권마다 현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는 선수 한 명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해, ‘보는 책’을 넘어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식의 단행본이라는 말이 나온다.
2021년 8월 탄생한 이 시리즈는 더 진한 정체성을 쌓고 확장성을 크게 넓히며 하나의 유니버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출간된 15권의 도서와 사뭇 다른 타이틀이 새롭게 추가된다는 점도 차별적이다.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F1 그랑프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스타, 역대 최고의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의 일대기를 조명한 책이 최근 출간돼 주목을 받는다. 한국 출판 시장에서 모터스포츠 선수의 평전, 전기가 출간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출판사, 저자(김재호, 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모두 모험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 경주를 상징하는, 아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F1은 관중 동원, 시청자 인구, 경제 규모 등 여러 가지 지표에서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릴 정도의 전 지구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입장권 가격이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400만명 이상의 구름 관중을 동원하고, 150개국 이상의 나라에 중계 방송되며, 연간 15억명 이상의 시청자 인구를 보유한 거대 스포츠 비즈니스다. 이 스포츠의 상업적인 가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큰 폭으로 더 거대해지고 있다.
세계 전 대륙을 무대로 열리는 글로벌 리그이지만, 시즌에 출전하는 선수는 단 2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세계 80억 인구 중 바늘 구멍을 뚫고 뚫고 또 뚫은 극소수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만이 무대에 올라 F1카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무려 4억 분의 1. 즉 0.00000025%의 확률이다. 이에 비하면,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은 제법 가능성 있고 현실감 있는 수치로 다가올 정도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F1 레이서가 될 확률보다 50배가량 높다. F1이라는 세계에 입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세기의 천재라고 칭하는 것이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 톱클래스 플레이어가 있기 마련이다. 'Top of The Top'이며, 'The Greatest of All Time'인 선수도 누군가 한 명은 있다. 바로 그 사람이 선수 시리즈 16편의 주인공인 ‘루이스 해밀턴’이다.
해밀턴은 이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의 존재다. 그는 74년간 이어진 F1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승리와 가장 많은 타이틀을 얻어냈다. 개인통산 103승, 105회의 폴포지션(예선 1위), 197회의 포디엄 진입(3위내 입상) 등 그가 세운 기록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업적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모터스포츠 선수들이 일생에 한 번 다가가기도 힘든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일곱 번이나 차지한 불세출의 승부사다. 이는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와 동률인 기록으로, 아직 현역 선수의 지위에서 종목을 대표하는 옛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위업이다.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뻔한 수식 외에 더 적확한 표현을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루이스 해밀턴이라는 평가다.
루이스 해밀턴은 단순히 그가 이뤄낸 독보적인 성취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일궈낸 불멸의 대기록에 더해 수많은 역경을 딛고 성공을 거머쥔 인간 승리의 서사까지 갖고 있어 더욱 특별한 존재로 사랑받는 것이다.
F1 역사상 최초이자 아직까지도 유일무이한 흑인 드라이버,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부호들의 놀이터인 모터스포츠 판에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이민자, 노동자 가정 출신이라는 배경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 각본의 진부한 클리셰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해밀턴에게는 그 모든 것이 리얼하고 처절한 싸움이자 생존이었다. 어쩌면 그에게는 그런 험난한 장애물들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었을지도 모른다. 루이스 해밀턴 스스로 자신을 최고의 영웅으로 빛나게 하기 위한 소품이나 설정으로 그 모든 난관을 절하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소수자들이 모인 집단 속에서도 단 한 명의 유일한 존재가 되어 거침없이 앞만 보고 내달렸다. 그의 삶 자체가 편견과 차별을 이겨낸 주인공이 승리하는 내러티브이자 스포츠가 인류에 선사할 수 있는 감동과 가치인 것이다.
나아가 환경문제, 인종차별, 동물보호 등 시대가 직면한 사회 이슈에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5km 남짓한 레이싱 트랙의 울타리에 갇혀 있던 선배 선수들의 한계를 벗어난 최초의 선수로 평가되기도 한다.
드라이버, 레이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 셀러브리티로서, 인플루언서로서, 사회운동가로서, 스포츠 재벌로서 오늘도 다양한 발자취를 늘려가는 인물이 루이스 해밀턴이다.
『루이스 해밀턴 – 선수 16』은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특별한 선수로서의 커리어 일대기를 비롯해 ‘인간 루이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개인사의 스토리를 두루두루 다뤄냈다.
책은 카트를 타던 유소년기 해밀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맥라렌팀에서 F1에 데뷔, 당시 기준 역대 최연소 월드 챔피언에 오른 뒤 메르세데스에서 본격적 전성기를 맞이하는 커리어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2025년 페라리 이적을 결정하며 제2의 삶에 도전하기 직전까지의 일생 전편이 일목요연하게 집약된다.
이 사이사이 F1이 가진 특징과 흥미롭고 진기한 지식, 정보들이 당시 상황과 맞물려 전달되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루이스 해밀턴이라는 선수와 그가 몸담고 있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함께 높일 수 있다.
저자 김재호 씨는 이 과정에서 해밀턴의 존재감이 드러난 인생 레이스 베스트10, 경주차 성능과 선수 능력 간의 상관관계, 라이벌과의 치열한 심리전, 리그의 정치적 격동, 레전드 대선배 슈마허와의 비교 등 입체적인 정보와 이야기를 책 속에 녹였다. 결과적으로 한 선수의 이야기를 넘어 F1의 최근 17년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모터스포츠 팬들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주어진 셈이다.
김재호 저자는 “루이스 해밀턴은 전통적인 모터스포츠 골수 팬과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새로운 팬들 모두 관통할 수 있는 이 시대 가장 아이코닉한 드라이버”라며 “지난 17년간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으면서 F1을 대표한 상징적인 선수인 동시에 인간으로서, 셀럽으로서의 매력 역시 풍부한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 출판계 최초로 F1 드라이버의 일생을 다룬 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았으며,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등을 통해 인기 급상승 중인 F1, 모터스포츠, 루이스 해밀턴을 다뤘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터스포츠 칼럼리스트로 활약해온 김재호 저자는 MBC와 MBC스포츠플러스(전 MBC ESPN)에서 카레이싱 종목 해설자,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유치 당시 미디어 총책임자, 대한자동차경주협회 사무국장 등을 맡아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를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레이싱 이야기』, 『F1의 모든 것』를 펴냈으며, 『모터스포츠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공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영선 기자ysha@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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