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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잘못 타고 난 불운의 자동차..현대차 아슬란

Hyundai
2024-06-28 08:30:01
아슬란AG
아슬란(AG)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2014년 현대차의 그랜저 HG와 제네시스 DH의 중간급 차량인 아슬란이 출시됐다. 당시엔 에쿠스가 단종된 상태였고, 제네시스가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한 만큼,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이나 다름없었다.

아슬란은 그랜저 HG의 최상위 트림인 330 셀러브리티 모델을 대체하는 파생 모델이다. HG의 플랫폼을 활용하되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최신 옵션을 탑재한 것이다.

실제 차체의 사이즈도 비슷했다. 아슬란의 차체는 전장 4970mm, 전폭 1860mm, 전고 1470mm, 축거 2845mm다. 이는 당시 시판되던 그랜저HG보다 전장이 50mm 길어진 사이즈다.

아슬란
아슬란

상품성은 생각보다 준수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6기통 3000CC 가솔린 엔진이 기본 탑재 됐으며, 옵션으로 3300CC 엔진도 선택할 수 있었다.

아울러 당시 고급 옵션이었던 이중 접합 유리, HUD 등 고급 옵션들이 마련됐으며, NVH까지 강화해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자랑했다.

또 HID 라이트를 탑재하던 그랜저와는 달리 LED 헤드라이트를 장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계기판, 시트, 도어 트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그랜저HG와 동일했지만, 센터패시아의 디자인을 달리해 차별성이 돋보였다.

아슬란
아슬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길가에서 아슬란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2015년 8월에는 르노 삼성의 SM7 노바에까지 밀려 준대형차 판매량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유는 바로 ‘가격’이었다.

가격이 너무 애매했다. 당시 그랜저 HG 3.0 모델의 시작가는 3292만원, 아슬란 3.0 모델은 3824만원, 제네시스 DH 3.3모델은 4660만원이었다.

아슬란
아슬란

동일한 차체, 파워트레인의 차량을 고급 옵션이 장착됐다는 이유만으로 500만원 더 소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조금만 더 보태면 제네시스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은가.

아울러, 그랜저 HG의 풀체인지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던 만큼 아슬란을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았다.

당시 그랜저 HG는 역대 가장 비싼 가격표를 달았던 그랜저였다. 그에 걸맞은 상품성도 지녔고, 준대형차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아슬란
아슬란

그만큼 상품성이 뛰어난 차량이었으니, 소비자들은 굳이 아슬란에 눈독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더군다나, 2017년 새로운 플랫폼, 유러피언 스타일의 승차감, 세련된 디자인, 최신 옵션으로 무장한 그랜저IG가 출시됐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겨우 버티던 아슬란이 출시 된 지 3년 만에 최종 사망 선고를 받은 순간이었다.

2017년 12월, 아슬란의 생산이 중단됐다. 아울러 현대차에서 ‘가장 빨리 단종된 차’라는 칭호까지 얻었으며, 총판매량 1만 3000대라는 처참한 성적표와 함께 박물관으로 향했다.

아슬란
아슬란

푸대접받기엔 아쉬운 차량이었음이 분명했다. 현대차의 완벽한 판단 미스였다. 그랜저라는 네임밸류를 얕잡아 본 점, 미흡했던 가격 책정, 애매한 출시 일자는 아슬란을 3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차라리, 그랜저 HG의 후속 모델로 출시됐다면, 어땠겠냐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