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지난 2010년, 현대차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i30로 출사표를 던져 준수한 성적표를 거머쥔 만큼 입지를 굳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엔 유럽 시장에 투입할 만한 뾰족한 차량이 없었다. 당시 시판 중인 내수용 차량을 투입하기에도 애매했다. 정확히는 승산이 없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유럽의 경우 고·저 차가 반복되고, 곡선구간이 많기 때문에 단단한 승차감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울러, 인자한 모습으로 집 앞 정원에 앉아 홍차를 마시는 노년의 신사도 아우토반에서 200km/h로 크루징을 하는 유럽시장에 내수시장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진 차를 투입하기엔 리스크가 컸다.
이에 현대차는 D세그먼트를 공략하기 위해 YF쏘나타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차 개발에 나선다. 그렇게 탄생한 차량이 ‘The European Premium’이라는 슬로건을 품은 i40이다.
당시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적용된 외관은 독보적인 모습이었다. 낮은 A필러부터 C필러까지 하향곡선을 이루는 디자인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워트레인은 배기량 1.6 ·2.0의 가솔린 엔진이 마련됐다. 수동 변속기와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만큼, 폭넓은 선택지를 자랑한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0 가솔린 모델 기준 168마력, 최대 토크는 20.9kg·m로 부족함 없는 파워를 뽐냈다.
완성도가 높았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주차 조향 보조장치, 전동식 트렁크 등,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옵션들이 대거 적용됐다. 아울러, 그랜저보다 하체 부품에 알루미늄 부품이 더 많이 장착된 점도 눈에 띄었다.
유럽 시장 특화 모델인 만큼 전반적으로 단단한 승차감을 자랑했다. 독일산 차량에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승차감, 깔끔한 외관, 뛰어난 상품성 덕분에 유럽 시장에서 연평균 2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허나, 내수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출시된 지 3개월 차의 판매량은 1296대에 불과했다.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던 중, 2019년 상반기엔 61대가 판매되는 굴욕을 맛봤다.
내수 시장의 경우 왜건 차량을 선호하지 않았으며, 같은 플랫폼인 쏘나타보다 400만원 가량이 비싼 몸값을 지녔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한 결과다.
아울러 당시에는 단단한 승차감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쏘나타보다 더 비싸고, 더 딱딱한 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부분 변경을 단행해 세련된 디자인과 DCT 변속기 등을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으나, 끝내 외면받아 단종되게 됐다.
i40은 최근 들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아 많은 수요를 보이는 차종 중 하나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러피언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는 차량인 만큼,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길 적극 추천한다.
김경현 기자 khkim@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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